"가격할인 중단" 천명 일주일도 안돼 보상판매 이벤트
15년만의 사장단 회동, 시공인들과 공동선언에 ‘찬물’

[이투뉴스] 귀뚜라미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올라섰다.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이다.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과 관련한 ‘거지 근성’ 메일로 홍역을 치른 귀뚜라미는 최근 연구원들의 특허권 가로채기 의혹으로 또 다시 사회적인 이슈의 소용돌이에 빠져 결국 최진민 그룹 오너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귀뚜라미의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 듯하다. 이번엔 또 다시 가스보일러업계의 ‘먹튀 영업’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오랫동안 반목 분위기가 팽배했던 가스보일러 제조사간에 올해 하반기 들어 해빙무드의 조짐이 짙어졌다. 갈등의 골이 깊었던 제조사들 간은 물론 시공인들과도 화합과 상생의 움직임이 한층 분주해진 것이다.

1995년 이후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던 가스보일러제조사 사장단 회동이 16년만인 지난 8월 18일 드디어 성사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가스보일러사 대표들은 이대로 가면 모두가 공멸한다는데 공감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상생으로 공동발전을 도모하자는데 전폭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 분위기도 좋아 사장단 회동을 정기적으로 갖자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이어 9월 27일에는 가스보일러제조사들과 전국 열관리시공인들이 강원도 양양에 모여 동반성장을 위한 상생발전 의지를 다지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공동선언에 이어 귀뚜라미 측이 최진민 회장의 이름으로 ▶대리점에서의 보일러 설치 중단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덤핑판매나 가격할인 중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금지 등 경영원칙 3훈을 공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상생의 경영원칙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귀뚜라미홈시스가 가을 성수기를 맞이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12월 15일까지 브랜드 구분없이 보일러 보상판매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주력제품인 ‘4번 타는 보일러’와 ‘거꾸로 타는 보일러(HI, IN)’로 교체하는 고객에게 최대 15만원을 특별보상하고, 타사의 순간식 보일러는 최대 5만원을 보상한다는 것이다.

귀뚜라미 측은 “가정용 보일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을시장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혜택을 주는 프리미엄 제품을 보다 많은 고객에게 부담없는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이번 보상판매 이벤트를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스보일러업계의 반응은 한결같이 어이없어하며 발끈하는 분위기다. 보상판매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가격할인이라는 설명이다.

보일러제조사 한 관계자는 “할인경쟁을 하지말자는 공동선언을 해놓고 교묘하게 사실상 가격을 할인했다”고 비난하고 “모두가 서명한 공동선언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뒤통수를 친 셈으로 해도 너무하다”며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보일러제조사 관계자도 귀뚜라미 측이 이른바 자기들이 발표한 경영원칙 3훈을 산하 전국 대리점에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곧바로 사실상의 가격할인을 시행할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가스보일러제조사들과 시공인들의 상생발전 의지를 다지는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열관리시공협회 측도 표정만 드러내지 않았을 뿐 편치 않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 관계자는 “전국 시공인들의 대표인 시도지회장들 앞에서 직접 천명한 원칙이라 잘 될 것이라는데 조금도 미심쩍어하지 않았다”고 전제하고 “사실상 가격할인이라는 점에서 상생발전의 공동선언에 찬물을 끼얹은 격으로 도의적으로도 책임이 크다”고 힐난했다.

수도권에서 가스보일러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이 앞으로 대리점에서 보일러시설을 중단하고, 가격할인을 중지하며,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3개 원칙을 직접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지킬 수 있는 약속인지 의아해 했다”고 말했다.

 이 사업자는 또 “제조사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대리점들은 현재 시장에서 처절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으로 귀뚜라미 대리점부터 이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너의 회장직 사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귀뚜라미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보일러업계의 비난어린 시선을 비켜나갈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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