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절전대책 재탕·일회성 정책으론 생활화 어려워
솔루션 고민 필요, 피크시간 산업용 전력 분산시켜야

[이투뉴스]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에너지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 이른 더위로 낮 최고 기온이 연일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자 지식경제부는 지난 14일부터 21일까지 전력수급안정화의 일환으로 국민발전소 건설주간을 선포하고 4대 실천요령과 4대 핵심정책을 발표했다.

전력 소비가 많은 서비스업종을 비롯해 대·중소기업계에 전기절약을 호소하고, 21일에는 정전대비 전력위기대응훈련을 펼쳐 오후 2시부터 20분 동안 모든 국민들이 자발적인 전기절약을 실천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온이 조금만 올라도 에어컨에 손이 가는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전력예비율이 확보되기란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에너지절약 방안이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절전대책 ‘카드’가 동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국민발전소 건설을 위해 제시한 4대 절전 실천요령은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의 피크시간에 절전 실천, 냉방온도 26도 이상 유지, 휘들옷(간편 복장, 쿨비즈의 순 우리말) 착용, 플러그 뽑기 등이다. 이들 실천요령은 가정용 전기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제시된 것으로 국민들에게 절전 생활화를 호소하는 것이다. 

에너지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정오를 기점으로 2~3시간 동안 바깥 기온이 절정에 이르는 피크시간대의 전기 사용량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해야 하는 국민들로서는 전혀 새로운 방안이 아니다”라며 “기존의 방법으로 에너지절약이 실현됐다면 지난해 9·15 순환정전 사태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냉방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거나 플러그 뽑기를 제안한 것도 마찬가지다. 시스템 에어컨의 보급으로 일반 빌딩과 상점 등에서는 이미 손쉬운 전기 냉방에 익숙해져 있다. 규격화된 공간에 딱 맞게 설치해 미관을 강조한 빌트-인 가전제품들은 전선이 외부로 보이지 않도록 설계돼 사용자가 코드를 쉽게 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무조건 생활 속에서 절전을 실천해야 한다는 정부의 제안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직접 홍보를 자처하고 있는 ‘휘들옷 입기’ 캠페인은 뒷말이 많다. 특정 기업들의 브랜드화에 따른 고가 현상으로 일반 시민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남성 직장인이 휘들옷 상·하의로 한 벌 맞춰 입으려면 최소 30만원에서 최고 150만원 가량을 들여야 한다. 에너지절약을 하려고 필요 이상의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전기절약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전파하고, 고효율화 에너지기기를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평상시 에너지관리에 무관심하다가 에너지정책을 수립할 때는 발전소를 더 짓고 가정의 에너지절약을 유독 강조하는 상황이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다. 가정주부들은 이미 전기요금 누진제에 묶여 쩔쩔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전력수요 가운데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소비자시민모임과 에너지시민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기 사용량 가운데 산업용이 53.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다음이 빌딩과 음식점 등 일반용(22.4%), 가정용 (14.6%), 농사용(2.5%) 순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사실상 피크시간만 지나면 추가적인 전력생산은 필요하지 않다”며 “정부가 동·하절기 전력위기 상황에 급급해 기존 절전 대책만을 재탕하거나 일회성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관리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지속적인 고민을 통해 의미 있는 솔루션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부민 기자 kbm02@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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