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전력거래소 해외사업통계팀 부장

김영호 전력거래소 해외사업통계팀 부장

강제 규제보다 시스템 통한 시장 개혁 시도 

[이투뉴스/기고] 사상 유례가 없는 5~6월의 때 이른 무더위와 더불어 일찍이 가동되기 시작한 에어컨 등으로 전력수요도 연일 급증, 전력업계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력업계는 지난해 9월 예비전력 부족으로 사상초유의 순회정전을 실시해 당시 여론의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올해도 그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때 이른 더위로 다시 한 번 연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예비력 부족 상황이 조속히 개선되지 않는 것은 발전소 건설계획에서부터 완공 후 전력공급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의 리드 타임이 있기 때문이다. 금방 단기간에 공급력을 증대할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예비전력 부족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언론 경로를 통해 전문가를 인용한 여러 가지 원인과 대책을 수차례 접한바 있다.

여기서는 유사한 대책이나 절전을 호소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력시장에서 이를 시스템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영국의 용량시장 개설추진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은 EU환경규제 강화나 자국의 발전소 노후에 따라 2020년까지 전체 설비의 약 21%인 2000만㎾의 발전설비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신규설비를 도입해야 하는데, 계획대로 이행되어도 2020년대 중반 예비율이 5%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또 계통안정이나 전력가격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의 간헐성 전원의 증대가 예상됨에 따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영국정부는 지난해 12월 전력시장개혁안(EMR : Electricity Market Reform)에 적정 공급예비력을 확보하기 위해 용량시장(Capacity Mechanism) 도입을 발표했다.

◆용량시장과 시장거래
현재 영국의 전력수급 조정은 우리의 전력거래소에 해당하는 National Grid(이하 NG)가 쌍무거래와 수급조정시장으로부터 조정예비력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이런 수급조정 서비스에는 Short Term Operating Reserve나 Fast Reserve가 있으나, 이들은 실시간 계통운영 중의 수요예측 오차나 예상외의 출력변동 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전력계통 전체로 보아, 발전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 등 어떤 상황에도 전력 공급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또 신재생 에너지가 증가됨에 따라 이들 전원이 우선적으로 계통에 투입되고, 이로 인해 도매전력가격이 급변하거나 규제기관의 개입 등 불투명성이 증대됨에 따라 전기사업자는 투자회수가 불확실한 기존의 대용량 발전기 건설을 꺼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적정 공급력을 확보할 수단으로 도입한 것이 공급력을 경매로 거래하는 용량시장 개설이다.

영국의 전력거래소인 NG는 건설 기간을 고려해 공급력 제공 약 4년 전에 경매(Primary auction)를 실시하고, 시장에서 모집하는 용량은 정부가 계통운영자나 규제기관의 조언을 근거로 매년 결정한다.

경매와 실제 공급력 제공 기간 사이에 2차 시장이 개설·운영되고 낙찰자와 계통운영자는 이 경매를 이용해 실제 공급력을 제공 또는 인수량을 조절한다.

◆비용부담 및 거래 사업자
낙찰자는 용량을 제공하고 시장에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NG가 소요 자금을 소매사업자로부터 징수하고, 소매사업자는 이 부담금을 수용가로부터 징수한다는 점에서 결국 최종 수용가가 용량제공 사업자에게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만약 낙찰자가 계약대로 용량을 제공하지 못할 때는 낙찰자는 벌칙규정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하도록 한다.

용량 시장에서는, 수요반응 제공자도 발전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용량 제공자로 취급되고, 수요반응 제공자는 프라이머리 옥션이나 세컨더리 시장에도 참가할 수 있다.

또 각 소매사업자가 용량 제공자에게 지불하는 금액은 피크시간 시장으로부터의 전력조달랑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소매사업자는 피크시간대의 전력판매량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수요반응 제공자도 사업 기회를 가지게 되는 구조이다.

◆전망 및 시사점
현재 검토되고 있는 사항으로는 낙찰자의 용량 제공능력(또는 위약금 지불능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각각 서로 다른 용량 제공자를 어떻게 취급할 것인가?(예로, 기존사업자, 신규사업자), 벌칙규정의 세부사항 등이 준비 중에 있다.

그러나 내년 중 용량시장 상세설계를 완료하고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용량 경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나, 수요예측 등을 기반으로 즉시 실시할 필요가 있을 경우는 앞당겨 실시가 가능토록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영국은 초기전력시장인 풀제 아래 한국과 마찬가지로 발전공급용량을 제공할 경우 용량요금을 지급하였으나, 이후 쌍무거래에 기반한 NETA 체제로 전환하면서 용량요금을 없애는 대신 도매시장 요금에 제반 요소가 포함되도록 한 바 있다.

새롭게 개설되는 영국의 용량시장은, 적정예비력 확보를 위해 용량요금을 지불한 초기 풀 제도와 유사하지만 전력시장의 선두답게 이를 다시 시장체제 내에서 수용하겠다는 게 차이가 있다.

EU 차원의 환경규제에 대응하면서도 정부의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시장을 통해 에너지 안보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영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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