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정부 전력설비 검사제 확대 움직임에 반기

<한국전력공사 제공>

[이투뉴스] 전력설비에 대한 각종 검사를 강화하더라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호(戶)당 정전시간만 3배 가까이 늘어나고 수천억원의 전기요금 인상요인만 유발시킬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한국전력의 송전·변전·배전설비와 발전사업자의 발전설비에 대한 정기 및 정밀검사제를 도입하고 사용전검사 등의 관련업무를 전기안전공사로 일원화하는 관련법(전기사업법)·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6일 한전과 전기안전공사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전력설비의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이런 내용의 제도개선을 서두르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지고 부작용도 적잖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한전과 전력노조 등은 검사제도 확대 도입에 따른 실효성 자체를 문제 삼고 있다. 계획대로 검사를 강화하더라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전기안전공사가 2009년부터 3년간 시행한 송전·변전·배전설비의 사용전검사의 경우 전체 453건 가운데 변압기 제작불량으로 인한 신김포 변압설비 1건을 제외하면 불합격률은 제로 수준이다.

게다가 전기안전공사는 해당 검사시 별도 시험장비 없이 현장에 입회해 외관위주로 점검을 벌이고, 정작 중요 항목인 절연저항 측정, 특성시험 등은 한전 시험결과로 대체하는 등 유명무실한 검사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한전이 자체 시행 중인 정기검사를 외부에 맡겨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란 설명이다.

한전은 이미 90여명의 기술사·기능장이 포함된 9000여명의 전문 인력이 최첨단 과학기법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송전·변전·배전설비를 관리하고 있는데, 한전보다 역량이 미흡한 외부기관이 이 업무를 맡게 된다면 사용전검사와 같은 비효율 발생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최근 4년간 송·배전 설비는 11% 증가했으나 같은기간 고장은 30%가량 감소했다"면서 "이는 한전이 자체 관리해서 고장이 늘고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오히려 한전과 관련업계는 일련의 정책방향이 전기품질을 저하시키고 막대한 인력 및 비용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하고 있다.

한전 측이 제공한 검사제도 확대도입 시 소요 인력 및 비용 추정자료에 의하면, 향후 정부측 수정안이 시행될 경우 송·변전 및 배전설비의 사용전 검사 및 정기검사 물량이 급증해 1320여명의 인력과 연간 5516억원의 추가 비용발생이 예상된다.

특히 한전을 제외한 다른 관련 기관의 검사는 활선·무정전 공법 적용이 불가능해 호당 정전시간이 연간 12.4분에서 47분으로 2.7배나 상승, 전기품질을 떨어뜨리고 국민 불편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외부요인에 의한 고장이 대부분인 전력설비 특성상 일회성 검사를 강화해 설비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면서 "세계적 전력회사들도 일정 주기의 정기·정밀 검사 대신 설비의 운전실적과 상태에 기반한 유지보수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선진국들도 전력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정기검사를 전력사 자체적으로 시행토록 하고 있는데 굳이 특정 기관에 이를 맡기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더 큰 문제는 결국 이런 비용들이 전기요금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이의제기에 대해 일원화 전담기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전기안전공사 측은 "한전이 지나치게 엄살을 부리고 있다"고 냉소를 보냈다. 공사 한 관계자는 "정부 측 판단과 결정을 기다리는 입장이어서 언급하기가 곤란하지만 한전이 산출했다는 추가 비용은 실제보다 부풀려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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