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거래소·비용평가委 상대 4조4000억원 손배소 제기 방침

[이투뉴스] '적자에 늪'에 빠진 한국전력(사장 김중겸)이 급기야 전력시장의 좌판까지 뒤엎었다.

전기요금 왜곡의 장본인인 정부는 남의 일인냥 딴청을 부리고 있고, 혼자 떠안기 버거운 적자를 발전자회사들과 나누려 했건만 그나마도 여의치 않자 독기를 품은 듯 보인다.

앞에서는 발전산업의 경쟁도입과 구조개편을 말하면서 전기료 얘기만 나오면 정치인으로 돌변하는 정부, 어정쩡한 전력거래 시스템으로 모·자(母子)기업간인지 도·소매상간인지 정립이 안되는 한전과 발전자회사, 어느 순간 정부의 양자(養子)로 입양돼 친부(親父)를 향해 호통을 치지만 영이 안서는 전력거래소.

이정표만 남았을 뿐 종착지도 불분명해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한국의 전력시장이 자꾸 뒤틀리고 있다.

한전은 29일 전력거래소와 전력거래가를 심의·의결하는 비용평가위원의 부당하고 편항적인 업무처리로 4조4000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한전은 전력거래소 등이 정산조정계수 정상화를 지연해 1조5000억원의 추가손실이 예상되므로 전력거래대금을 초과하는 부분은 감액 지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력거래대금은 전기사업법과 전력시장운영규칙에 의거 전력거래시장서 전기를 사들인 한전이 지불하는 일종의 도매 전기료다.

이 대금이 책정되는 과정에 반영되는 정산조정계수 지표가 한전에만 불리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로 인한 누적손실이 수조원을 육박하므로 다른 방법이 없다는 논리다.

한전에 따르면 2008년 정산조정계수 도입시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투자보수율 격차를 2%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3.32%를 기준안으로 출발한 투보율 격차는 미래투자비 차이 기회비라는 명목으로 1.62%가 가산돼 더 벌어졌고, 여기에 발전사 당기순손실 방지 항목(1.00%)까지 추가돼 5.94%까지 상승했다.

이런 방식으로 조정계수를 부당 운영함으로써 가중된 적자가 전체 13조원 영업손실 가운데 4조4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한전 주장이다. 같은기간 발전사들의 누계흑자 10조원과 대비된다.

이런 점을 들어 한전은 지난해부터 수차례나 비용평가위에 발전자회사와의 적정 투보율 격차 재조정을 위한 안을 냈지만 번번히 발전자회사와 위원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게다가 최근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나서 연내 전기료 추가인상은 없다고 쐬기를 박으면서 막다른 길로 몰렸다.

한전은 올해 차입한도 8조9000억원 가운데 이미 7조7000억원을 빌린 상태다.

한전의 예상치 못한 초강수에 전력거래소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전은 전력거래소 정관이 정하는 회원 중 한 곳인데, 그런 회원사로부터 손배소를 당하고 대금지불까지 장담하지 못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 자체가 이만저만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니다.

이 때문은 전력거래소도 이번만큼은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한전을 몰아붙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출입기자들에 긴급히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은 한전이 발전자회사와의 내부문제를 확대시킨 공익성을 망각한 행위"라며 "이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법적인 책임은 한전 몫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력거래소는 "한전 주장은 전기요금 인상 좌절에 따른 불만을 정부 공격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깎아 내리며, 전력거래대금을 감액 지급하겠다는 통보에 대해서도 "일부라도 미결제하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고, 고의적으로 이를 시도하는 경우라면 전력시장 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전력거래소는 또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소규모 민간사업자의 고통은 외면하고 자사의 실리에 따라 법과 규칙도 무시할 수 있다는 비도덕적인 일면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관을 위반할 경우 이를 주도한 임원 등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하며, 한전에 대해서는 제재금도 부과할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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