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업계가 용기시장 잠식” 판매업계 불만 팽배
판매업계 내부도 용기사업자 vs 벌크판매사업자

[이투뉴스] 아직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 마을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소형저장탱크(벌크)를 이용해 LPG를 공급하는 프로젝트가 LPG업계의 새로운 불씨로 떠올랐다.

동일한 LPG시장을 두고 충전업계와 판매업계 간 신경전이 뜨겁다. 일부 지역에서는 잠재돼 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충돌 직전에 달한 실정이다.

이들 간 갈등뿐 아니라 판매업계 내부에서도 용기를 통해 LPG를 공급하는 사업자와 벌크판매사업자 간 불만이 커지면서 자칫 경쟁연료인 도시가스를 앞에 두고 분열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지원을 통해 사회복지시설에 이어 마을단위 LPG배관망 사업이 확대되면서 에너지빈곤층 지원이라는 명분을 들어 용기를 통해 LPG를 공급하는 판매시장을 충전사업자가 잠식하는 게 아니냐는 사업 초기부터의 불만과 불신이 결국 터진 것이다.

소형벌크 보급사업은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로부터 에너지 취약계층 및 지역 간 균형발전의 우수사례로 선정돼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가스 미공급지역에 저장탱크와 배관, 고효율 보일러 등을 설치하고 LPG를 공급해 지역주민의 연료비 부담을 크게 줄이고,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업종 간 갈등의 파고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판매업계는 정부가 판매사업자들을 독려하며 전국적으로 서민층 가스시설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론 충전업계를 내세워 판매시장을 잠식하는 소형벌크 보급사업을 추진하는 건 합당하지 못하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제주도 가스판매사업자들이 제주도청에 몰려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LPG산업협회가 추진하는 소형저장탱크 보급사업 설명회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판매사업자들과는 사전에 어떤 소통도 이뤄지지 않은 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불공정한 정책이며, 용기 판매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한국LPG판매협회중앙회 정기총회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양영곤 경북가스판매협회 회장은 최근 경북도청에서 열린 소형저장탱크 보급사업 설명회에 참여하려다 무시당한 사례를 들며 충전사업자들이 아예 판매사업자를 배제시키려는 행위에 대해 전국 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

이영채 서울가스판매협회 회장은 “이제 우리 사업자를 위해서나 소비자를 위해서나 소형벌크 사업을 해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그러나 벌크판매사업자가 이미 용기판매사업자가 점유한 시장을 마구잡이로 잠식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면서 “최소한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 총론은 공감, 각론은 입장 차
이에 대해 김임용 중앙회 회장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배관망이나 소형벌크를 통한 LPG공급으로 경제성, 안전성, 편의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면서도 “하지만 일방적인 유통구조 축소로 용기시장이 충전사업자 및 대형 벌크판매사업자들에게 갑작스럽게 넘어가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은 안된다”며 용기 공급자에 대한 최소한의 재산권 및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임용 회장은 이어 “중앙회 차원에서 경영프로그램을 비롯해 발신기 시스템을 개발하고, 소형벌크 재검사 업무까지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소형벌크사업에 참여할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충전업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자칫 갈등이 더 커질 걸 걱정하며 말을 아끼지만 정작 해당 프로젝트 도입을 모색할 때는 참여에 미진한 모습을 보이다 이제 와서 주도권을 찾겠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판매업계와 충전업계의 갈등과는 또 달리 판매업계 내부에서의 진통도 적지 않다.

산업부와 충전업계가 추진하는 LPG배관망 사업과는 별도로 배관망을 구축하지 않고 200㎏ 소형벌크를 활용해 마을단위 개별수요처에 LPG를 공급하는 방식이 추진돼 또 다른 측면에서 판매업계 내부의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벌크판매사업자협의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투입되는 비용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도 경제성·안전성·편리성 측면에서 동일한 효과를 거둔다는 판단이다.

같은 판매사업자이지만 용기시장을 소형벌크시장으로 전환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용기사업자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다.

LPG시장이 갈수록 위축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또 다른 갈등구조를 빚어낸 셈이다. 갈등이 깊어지면서 소형벌크 보급사업에 힘을 실어주려했던 산업부도 곤혹스럽게 됐다.

동일시장을 놓고 수요를 잃지 않으려는 측과 신규수요를 만들려는 측의 행보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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