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과 상생통해 중소사업자 고민해결에도 앞장설 것
분산전원인 CHP 가치인정과 계통편익 비용반영 필요

     [단독 인터뷰] 취임 100일 맞은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

▲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취임한 지 100일에 불과했으나 각종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답변을 막힘 없이 쏟아냈다.

[이투뉴스] 취임 100일을 맞은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알부남(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으로 불린다. ‘부드러운 남자’라는 호칭은 사실 취임식 현장에서 스스로 한 말이다. 조금은 ‘쎈’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자청해 ‘부드러운 남자’를 표방한 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칭이 아닌 모두가 인정하는 ‘부드러운 남자’로 바뀌고 있다. 폭넓은 대내외 활동과 소통하는 스킨십을 보면 “리더의 DNA는 남다르구나”라고 느낄 정도다. 3S(Soft, Speed, Smart) 리더십을 통해 권위의식을 버리고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린다. 모두가 ‘부드러운 남자’로 받아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사 CEO로서도 점차 전문성을 발휘, 합격점을 받아가고 있다. 서울고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정치학 박사까지 받은 학구파 기질이 집단에너지 업무와 맞물리면서다. 취임 초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정부 정책의 선제적 대응과 성과위주의 자발적 문화 조성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 서서히 핵심을 짚으면서 지역난방사업의 고단한 현실과 미래 비전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발걸음도 성큼성큼 내딛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집단에너지업계 맏형으로서의 한난 위상에 맞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의 억측과 오해로 빚어진 한난 대 非한난이라는 잘못된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사업자간 협업과 상생을 통해 집단에너지산업 전체를 건전하게 육성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겠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분산전원 및 에너지이용효율 제고에 앞장서는 열병합발전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어려움을 겪는 집단에너지사업의 비전을 찾는 일도 주된 관심거리다. 향후 SMP 하락, LNG발전소 가동률 저하 등으로 집단에너지업계의 갈 길이 험하기 때문이다. 한난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 모두를 품어 집단에너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그의 각오를 들어 봤다.

◆ 근래 한난과 민간기업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우호적 협력관계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집단에너지산업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상호 협력방안은 무엇인지요.

→ 무엇보다 집단에너지 사업에 대한 경쟁은 도입되었으나 주택시장 침체 및 경영여건이 여의치 않은데다, 열요금 및 연료가격 체계 등도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해 신생 사업자의 손실이 지속된 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난은 사업 경험이 부족한 민간에 전문 인력 지원 및 운영기술을 전수했고, 안정적인 열공급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등 협력관계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음에도 일부에서 오해하는 것이 내심 섭섭하기도 합니다.

이유가 어쨌든 우리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은 물론 국민 편익 차원에서도 결코 이롭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사업자간 협업과 상생을 통해 집단에너지산업을 건전하게 육성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정책건의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공적 독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한난의 R&D 성과를 공유하고, 에너지복지 확대, 기술지원 및 서비스 자료 무상공유 등 지역난방업계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 국내 집단에너지산업을 이끌어 온 한난이 맏형으로서 집단에너지산업 발전을 위해 향후 해야 할 역할과 구체적인 방안은.

→ 한난의 신규 사업 참여제한으로 인해 그간 집단에너지 확대보급의 견인체가 없어 전체 집단에너지시장의 성장률이 둔화되었고, 부실사업자 증가로 안정적인 열공급 기반이 약화돼 한난의 공적 기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향후 신규 택지 및 기존 도심에 집단에너지 확대보급을 주도함과 동시에 부실사업자의 공급지역에 대한 대체 열공급 등을 통해 필수재인 지역난방을 안정적으로 공급, 국민의 에너지기본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공동주택에 적용 가능한 제습식 냉방기의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열병합발전 이용효율 제고를 통한 국가 에너지 절감 및 하절기 전력피크 완화를 위하여 지역냉방 확대 보급에 더욱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수도권 외곽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미이용열에너지를 도심에 공급하는 그린히트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도 중요합니다. 그린히트는 결코 한난만을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집단에너지 및 도시가스사업자 모두가 다양한 공급원을 가질 수 있는 에너지선순환 사회가 그 목표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집단에너지 확대보급이 송전선 건설 및 전력계통 문제 해결, 에너지이용효율 제고까지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방안과 보급확대 방안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 우리나라와 같이 송전선로를 이용한 장거리 전력수송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해안가에 있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장거리 송전선로를 이용해 수도권까지 가져와야하는데 선로에 문제가 생기면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겨 정전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죠. 2003년 발생한 미국 동북부와 캐나다 동남부에 걸친 대정전도 이런 문제에서 비롯됐어요. 이밖에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을 위해서는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주민 민원과 자연환경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전력을 소비하는 곳에 발전소를 지으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일반발전소를 짓는 것이 아니라 열도 공급하고 전력도 생산하는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병합발전을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이용과 온실가스 저감, 송전선로가 필요 없는 분산전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일석 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핵심은 집단에너지용 열병합발전소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분산전원과 해안가에 있는 대규모 발전단지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송전선로 건설에 따르는 사회·경제적비용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특혜를 주는 것입니다. 이런 비용을 공평하게 원인제공자가 부담하도록 하면 계통편익에 대한 보상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이고, 환경편익 등의 가치는 정책적 인센티브로 보상하면 되는 것입니다.
▲ 김성회 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집단에너지사업의 재도약에 대한 의지와 굳은 각오를 밝히고 있다.

◆원자력 및 석탄발전 확대로 SMP 하락가능성이 커지고, LNG발전소 가동률 저하로 인한 열제약 운전이 늘어나는 등 집단에너지 사업전망이 어둡습니다. 향후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 최근의 불안한 전력수급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일정부분 원자력과 석탄발전 등의 기저전원 확대가 불가피한 실정이며, 이로 인한 SMP 하락 가능성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밝힌 분산전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을 현재 5%수준에서 2035년까지 15%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전력생산과정에서 유발되는 환경·사회적비용 등을 전기요금 원가에 반영하여 에너지 간 상대가격을 조정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여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같은 정책변화는 대부분 전력수요지 인근에 위치해 태생적으로 분산형 전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열병합발전의 가치를 재평가, 집단에너지사업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 공사는 집단에너지 선두주자로서 이러한 열병합발전소의 역할에 대한 지원이 충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집단에너지는 에너지이용효율성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인정돼 북유럽과 선진8개국(G8)을 중심으로 열병합발전 비율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지원이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열병합사업자의 어려운 경영여건을 고려하고, 집단에너지의 지속적 역할확대를 위해서는 열요금 제도개선, 전기가격, 온실가스 제도 등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명분 아래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개혁주문이 많습니다. 한난의 향후 경영혁신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 한난의 부채는 일시적 부채로 악성부채가 아니며, 초기에 일시 투자되고 장기간 회수(최소 7∼8년 이상)되는 장치산업의 특성에 기인한 것입니다. 특히 부채의 26% 가량이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비금융부채로 한난은 건전한 성장과 수익성을 시현하는 우량 공기업이라고 판단합니다.

다만 2017년까지 화성 동탄2 등 대규모 신규 사업 추진으로 단기적으로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부채감축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오는 2017년까지 사업규모 조정과 발주방식 변경을 통한 사업비 절감과 함께 SPC 방식 및 신재생에너지 펀드 등을 활용해 투자비를 최소화할 것입니다. 더불어 인천종합에너지 출자지분 및 안양·부천 열원부지 매각, 유상증자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218%에서 198%로 20% 감축하고, 부채증가액도 3300억원(35%)을 감축할 계획입니다.

방만경영과 관련해선 경영성과가 반영되지 못하는 등 제도적인 미비로 중점관리기관에 포함돼 아쉽지만 정부 지침을 면밀히 파악해 개선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올해 일인당 복리후생비를 33% 감축할 예정입니다. 다만 근로조건 변경사항은 노동조합과 논의가 필요한 만큼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 모든 과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발전 매출이 열 매출을 뛰어 넘는 등 한난의 사업구조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향후 사업계획과 비전은 어떻습니까?

→ 금년을 2022년 중장기 경영목표 달성의 토대를 마련하는 원년으로 삼고 집단에너지 선도기업으로서 한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자 5가지 중점 추진 계획을 수립했어요. 무엇보다 집단에너지 확대보급 및 지속성장을 위한 경쟁력 있는 사업 구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경영시스템 개혁 및 내실경영을 통한 경영효율화와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복지 확대, 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사회적 책임 완수’도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성숙단계에 진입한 지역난방 사업전략 전환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원도심 정비사업과 연계가능 지역으로 공급 확대를 꾀할 것입니다. 전기 분야 역시 향후 전력시장 내 효율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동탄2 등 최고 수준의 고효율 CHP를 건설함과 동시에 저효율 열병합발전소를 고효율 CHP로 개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속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동절기 난방위주 사업패턴에서 하절기 냉방공급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 지역냉방 보급활성화에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공기업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가장 높은 점에서 보듯이 기존 열과 전력, 신재생사업 활성화를 통해 세계 최대의 친환경 에너지 공기업으로 진화하는데 제가 맡은 역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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