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기온 상승, 산업체 연료 역전환으로 수요 급감
통제 못하는 외적 요인에 기대할 호재도 없어 고심

[이투뉴스] 최근 도시가스사 임원이나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숨소리가 가득하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비롯한 경영의 밑그림을 구상할 엄두를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진들도 마찬가지로 올해 최악의 판매량을 기록한데 더해 내년 전망도 불투명해 시름이 깊다.

그래도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도시가스업계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해 들어 판매량이 급락하면서 경영성적표에 빨간불이 커지며 위기감이 한층 더 커졌다.

수도권에서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A사의 한 임원은 “이것이 요즘 업계의 현실”이라며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임단협 등 노사 간 갈등이 상존하고 있는데다 신규사업 구상조차 어렵고, 외부적으로는 기대할만한 호재가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이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구조적인 경쟁력 약화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해부터 조금씩 예견된 일이긴 했으나 갈수록 정도가 더해지는데다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에서 벗어나 상황을 반전시킬 요인도 없다보니 불안감이 팽배하다.

위기에 빠진 도시가스업계가 좀처럼 발 빠른 대응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실적 부진의 주요인이 평균 기온 상승이나 도매요금 상승에 따른 대용량 산업체의 연료 역전환 등 외적인 것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또 다른 도시가스사인 B사 실무팀장은 “경영계획을 수정, 보완, 재수정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확한 플랜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시스템 상으로는 판매물량이 크게 줄어들면 공급비용에서 보상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해 고민”이라고 한숨지었다. 이어 평균 기온 상승과 주택 단열 강화, 전기 난방기 보급확대 등으로 가구 단위당 도시가스 수요가 크게 줄어 예전에는 가구당 평균 연간 1100㎥ 정도였던 사용량이 지금은 800㎥ 미만으로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황은 증시에 상장된 8개 도시가스사의 경영성적표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상반기 경영실적을 보면 판매량이 늘어난데 힘입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늘어난 곳은 단 한곳뿐이며, 대부분 영업이익에서 두자릿 수의 감소율을 보이고, 순이익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도권 7개 도시가스사의 판매 누계도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3분기까지 판매 누계를 보면 7개사 가운데 단 한 곳도 늘어난 곳 없이 총 73억8875만㎥를 기록해 전년동기 82억7379만㎥보다 10.7%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70억393만㎥를 판매해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13.1%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감소세가 둔화된 것이라지만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더 큰 우려는 스팀이나 벙커C유 등 경쟁연료와의 가격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다 보니 대용량 산업체들이 그동안 사용하던 도시가스를 타 연료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대처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으로 산업체 비중이 높은 도시가스사들의 고민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지방권 도시가스사인 C사의 한 간부는 “산업단지 내 기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워낙 가격차이가 커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면서 “내년에도 LNG도매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 상 내년도 경영 목표를 올해보다 낮게 짤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사업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유가가 하향안정세를 지속하는 반면 산업용 도시가스 요금은 인상이 예상되면서 가격경쟁력은 갈수록 더욱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용 도매요금은 2011년 ㎥당 702.05원에서 올해 857.7원으로 올라 22% 이상 급등한 반면 벙커C유는 지난해 리터 당 830원대 후반에서 현재 830원대 초반으로 소폭 인하됐다. 지역별로 벙커C유를 사용하지 못하는 곳이 있는데다, 벙커C유의 품질 안정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도시가스 공급시설을 철거하지 않은 채 병행하는 경우가 대다수라지만 결과적으로 도시가스가 예비용 연료로 전락한 셈이다.

아직도 '천수답 사업'이라 불릴 만큼 기온 등락에 큰 영향을 받는 도시가스 판매는 12월부터 시작해 다음해 2월까지의 실적이 일년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올 겨울의 기상전망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기상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겨울철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다소 높아 전반적으로 포근한 겨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12월의 경우 다소 기온변화가 크고 서해안지방에 많은 눈이 오지만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월은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면서 포근한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폭설이 내리는 곳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월에는 평년과 비슷한 기온과 강수량을 보이겠다. 

도시가스사마다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대로 가격경쟁력 저하에 따른 산업용 연료 전환추세와 평균 기온상승에 따른 가정용 수요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자칫 한국가스공사와 체결한 약정물량조차 지키지 못해 패널티를 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도시가스사 한 임원은 “올해 들어 판매실적 감소세가 빨라진 것도 우울하지만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조짐이 없는 게 더 큰 걱정”이라며 “원가절감을 강조하고 있지만 도시가스사 특성 상 인건비와 안전관리비 등 고정비용이 원가의 90%를 차지해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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