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엔 열요금 제도개선, 하반기엔 열요금 조정시기 논란
열 및 전기판매량 급감…전력시장 환경변화로 위기감 증폭

[이투뉴스] 올해 집단에너지 분야는 열판매량 감소와 전력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열병합발전소 가동률 저하에 시달렸다. 또 이 과정에서 원가보다 낮은 열요금과 함께 SMP(전력계통한계가격)까지 하락하면서 거의 모든 회사가 적자로 전환되는 등 집단에너지사업자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어려운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산업부와 집단에너지업계는 전반기에는 열요금제도 고시개정으로 시간을 허비했으나 결국 하나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 하반기에는 열요금 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5개월 넘도록 공방만 지속했고, 결국 요금조정은 해를 넘기고 말았다.

◆논란만 잔뜩, 날개도 펴지 못한 열요금 제도개선
올 상반기 산업부와 집단에너지업계는 열요금 제도개선을 위한 고시개정을 둘러싸고 사안마다 충돌했다. 산업부가 지난해 10월 사업자 별로 제각각인 집단에너지 열요금 회계기준을 통일시키고, 요금조정 시 에너지관리공단으로부터 검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율적으로 소비자와 계약을 통해 열요금을 정하는 산업단지 열병합사업자까지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도 밝혀 파문이 더욱 확산됐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즉각 반발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방안은 유야무야 되고 있다.

열요금 제도개선 논란의 중심은 연료비 연동제의 유효성 여부가 그 시작점이 됐다. 산업부가 열요금 조정을 정기조정과 수시조정을 나누는 방안을 제시한 이후 사업자들은 그럴 경우 유명무실한 사문(死文)이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시장기준요금을 도입하자는 것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특정 사업자의 과도한 요금인상으로 인한 민원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시장기준요금을 준용해야 한다는 정부와 과거 ‘한난요금 준용’이라는 요금통제 방식에서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사업자들이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열요금 산정 및 회계 기준을 일원화하고, 검증을 에너지관리공단에 맡기는 방안도 수시로 바뀌었다. 회계기준 중 CHP(열병합발전소)의 전기와 열 생산원가 배분조항과 관련 조정계수(2.11) 등에서 이견이 이어졌다.

하지만 수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집단에너지 열요금 고시개정안’은 날개도 펴지 못한 채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규제개선이 최우선 정부과제로 떠오르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고시 개정은 어렵다는 산업부 자체 판단에 따라 고시개정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다만 산업부는 열요금 제도개선안이 백지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업자와 에너지관리공단이 자율협약을 맺어 추진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자율협약을 통해 진행된 열요금 검증은 공단이 검증자료를 내놓지 못하며 파국을 맞았다.

◆ 열요금 조정, 최적시기 놓친 후 반 년 허비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비롯해 GS파워 등 극히 일부만이 흑자를 내면서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던 집단에너지업계는 올해 한난마저 적자전환이 유력해지는 등 극도의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 사업자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열요금을 받고 있는데다 열판매량까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또 열부문 손해를 벌충해오던 전력부문도 SMP 하락과 가동률 저하로 힘을 뺏겼다.

따라서 사업자들은 7월부터 열요금 조정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 자율협약을 통해 원가검증을 에관공에 맡겨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요금인상 요인을 검증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산업부가 열요금 조정시기를 계속 미루면서 조정시기는 9월로, 다시 10월, 12월 등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법에서 정한 연동제를 적용하지 않은 뚜렷한 이유도 찾기 어려웠다.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열수요가 많지 않은 때 올려야 하는 적기를 놓치고부턴 일이 더욱 꼬였다.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들은 산업부에 열요금 조정신고를 강행, 마찰은 더욱 커졌다. 한때 산업부도 열요금 조정 필요성에 공감, 차관결재까지 완료하는 등 분위기가 되살아나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최종적으로 열요금 조정은 내년 3월로 미뤄졌다.

열요금 조정을 둘러싼 무려 5개월의 갈등은 정부와 산업계 모두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업계는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부담이 생겼고, 정부 역시 법에서 정한 연동제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열배관 고속도로 스타트…향후 갈 길은 험난
올해 열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집단에너지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업자 간 열거래를 위한 열배관망 건설이 본격화되는 것은 물론 발전배열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근래 들어선 열배관망이 업체 간 연결보다 큰 광역단위 연계로 사이즈가 커지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한난이 인천 발전단지에서 서울까지 광역 배관망을 건설하는 내용의 그린히트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열배관 고속도로는 절정을 맞았다. GS파워를 중심으로 민간사업자의 열네트워크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등 열배관망은 서서히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중대형 집단에너지사업자는 충분한 여력이 있는 반면 소규모 신생업체는 적자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저가열원 개발과 맞물려 광역망 사업 논의를 더 촉발시켰다. 대규모 발전소의 미활용 열을 활용한다는 취지가 부각되면서 규모는 더욱 커졌고, 산업부가 청와대에 그린히트 사업추진을 보고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도시가스사업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그린히트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KDI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사업여부를 결정키로 했지만, 향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또 도시가스사가 수용할 지 모두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미활용 열을 최대한 끌어모아 국가적으로 에너지절감을 이뤄내는 한편 어려운 중소사업자도 살리겠다는 이 사업은 이제 도시가스업계와의 접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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