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기준요금 대비 10% 상한 설정으로 적자 사업자 일부 숨통
도시가스와 열요금 연동 외부요인 즉각 반영, 평균조정률 도입


열요금제 대변신…한난위주 요금제도 탈피 가속도

[이투뉴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단에너지사업자별 원가구조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총괄원가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20년 넘게 국내 지역난방 요금을 지배해 온 한국지역난방공사 기준의 ‘고정비 상한’이 사라지는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특히 열요금의 양대 축이던 연료비 연동제까지 도시가스 요금과 연동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어 변화의 폭은 더 클 전망이다.

그간 국내 지역난방 열요금은 사업자별 원가구조 차이(고정비)는 물론 연료비 변동에 따른 외부 변화요인이 곧바로 적용되지 못하는 구조라는 평을 받아 왔다. 고정비는 한난이 사실상 기준역할을 함으로써 수년 간 꼼짝도 못했고, 연료비 역시 산업부 통제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게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한난과 GS파워, 안산도시개발이라는 3곳의 선행사업자를 제외한 신규 민간사업자 대다수가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빈곤의 악순환을 지속해왔다. 근원적으로 규모의 경제에 달성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전기와 열요금 양쪽 모두에서 제대로 된 가치(편익)를 대접받지 못하면서 상처가 더 곪아가는 상황에 처했다.

결국 CES(구역전기사업)를 비롯해 신생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기존 요금제도에 견디지 못하면서 3년 전부터 독자요금제로 전환했다. 고정비 상한을 그대로 둔 채 연료비 조정만으로 한난 대비 5∼10% 가량의 열요금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또 일부 사업자의 경우 어려운 경영상황을 이유로 한난 대비 15%가 넘는 인상분을 신고했으나 소비자가 수용하지 않아 법적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열요금 제도개선안은 이같은 문제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열요금제도를 총괄원가 상한제로 개편하기로 큰 원칙을 정함으로써 사업자별 원가차이를 일부 인정하는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산업부와 기획재정부, 심지어 청와대까지 관여하던 열요금 조정에서 벗어나 도시가스요금이 변동되면 자동으로 함께 조정되는 형태로 전환되는 것도 의미가 크다.

■ 그동안 검토내용 대부분 반영한 산업부 초안 

▲ 열요금 제도개선안 주요 내용


산업부가 최근 공개한 열요금 제도개선안의 핵심은 ‘고정비 상한’에서 벗어나 ‘총괄원가(고정비+변동비)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즉 사업자별 원가(총괄원가)를 별도로 산정하되, 그 차이가 일정 상한(최대 10%)을 넘지 못하도록 ‘프라이스 캡’을 설정한다는 얘기다.

상한 10%에 대한 기준은 시장기준요금 개념을 도입해 해결한다. 시장기준요금은 시정점유율 기준 50∼60% 수준으로 설정될 전망이지만, 사실상 한난 요금이 기준요금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한난요금 준용을 강요하지 않고 풀어주는 대신, 어떠한 경우든 열요금이 최대 10%를 넘지 못하도록 묶는다는 것이 기존 제도와 다른 점이다.

지금까지 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10년 넘도록 묶여 있던 고정비 역시 산정주기를 2년으로 명시한다. 달라진 원가요인을 즉각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2년마다 사업자별 총괄원가를 산정, 이를 기준으로 사업자별 독자요금체계로 가되 시장기준요금 대비 10% 상한규제를 받아야 한다.

현행 3개월 단위로 치러지는 연료비 연동제는 사실상 그 역할을 종료한다. 산업부가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 또는 인하되면 1주일 이내에 열요금도 자동 조정되는 형태의 연동제 도입방안을 모색 중이기 때문이다. 도시가스와 지역난방 간 요금 변동시기를 맞춰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고, 열요금 조정 때마다 겪는 부처 간, 정부-사업자 간 갈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도시가스 기준요금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가스공사 직공급(발전용)이 아닌 도시가스 소매요금(소비자요금)으로 사실상 정해졌다. 다만 사업자별로 제각각인 열원구성 차이(연료비 비중 등)를 반영하기 위해 1년에 한 번 정산을 통해 격차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연료비 조정 시 표준조정률을 적용하는 방안도 새롭게 등장했다. 열원구성이 최적화 된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연료비 변화요인으로 표준조정률을 산정, 모든 사업자가 같은 비율의 요금을 적용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도시가스 요금조정 시 변동분의 70∼80% 수준을 열요금 표준조정률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도시가스 요금이 100원 오른다면 열요금은 70∼80원 오른다는 의미다.

당초 사업자별로 의견이 갈려 손대지 않으려던 CHP 원가배부도 일단 열과 전기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정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다만 사업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전력시장가격(SMP) 하락에 따른 열요금 전가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안전장치로는 전기 측 매출 감소가 열원가로 전가되지 않도록 전기매출을 누적평균치(5∼10년 평균치 적용) 형태로 반영하는 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검증 역시 사전검증에서 사후검증으로 전환된다. 사업자의 자율신고를 최대한 반영하되, 사후검증을 통해 부풀려진 원가가 발견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또 열요금 산정기준 역시 도시가스처럼 예산기준으로 변경, 열요금 조정시기의 적시성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안에 대해 “어려운 사업자의 경영현실을 반영해 원가인상요인을 최대한 반영하되, 시장기준요금 대비 최대 10%를 상한으로 정해 공공성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그는 5월부터 사업자들과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 공급규정 개정 및 열요금 고시개정을 마치고 9월 이전에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에너지사업 현실 반영…사용자 입장도 고려
정부가 내놓은 열요금 제도개선 초안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그간 쌓여왔던 사업자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전반적으로 사업자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지역난방 사용자인 일반 국민 입장도 최대한 고려했다.

▲ 집단에너지사업자 열요금 현황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총괄원가 상한제를 채택, 시장기준요금 대비 10% 상한을 설정한 것이다. 오랫동안 동일한 고정비(2만3419원/Gcal)에 힘들어하던 사업자들에게 요금인상의 숨통을 틔워줬다는 평이다. 더불어 한난이 지배하던 열요금체계에서 벗어나 개별요금제 전환의 첫걸음이라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완전한 사업자별 요금제가 아닌 10% 미만으로 상한을 설정한 것은 소비자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역난방의 공공성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요소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가가 올라가더라도 시장기준요금 대비 10%로 요금상한을 묶어둠으로써 동일한 재화인 지역난방 열가격이 사업자별로 과도하게 벌어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다만 시장기준요금 대비 10% 상한이라는 틀은 정해졌지만, 세부적인 측면에서는 다듬어야 할 항목도 남아 있다. 10% 격차 인정을 사업자별 총괄원가로 할 것인지, 아니면 소비자가격으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그것이다. 여기에 열사용요금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총괄원가가 가장 크고, 소비자요금, 사용요금 순으로 요금 격차는 줄어든다.

도시가스와 열요금을 연동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아직 뒷말이 남아 있다. 왜 도입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는 가지만, 도시가스에 떠넘기는 측면도 있는 만큼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평균조정률 개념을 도입, 도시가스 요금이 변동됐을 때 모든 사업자가 일정비율(75% 내외)만큼 차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온다. 사업자별 변동비(연료비)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연 1회 정산을 통해 해소할 기회가 있기는 하나 제대로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밖에 열요금 산정기준 역시 결산 기준에서 예산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과 함께 CHP(열병합발전) 원가배분을 매출액 기준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의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 의견이 같지만, 사업자별 이해관계에 따라 일부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중 원가배분 문제는 상황에 따라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열량을 기준으로 하는 곳이나 혼합형태로 원가를 배분하는 업체의 경우 손실이 클 수 있어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라 다양한 말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도개선안 추진은 전반적으로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랫동안 논의를 거치면서 이견이 조정된 측면과 함께 이번 기회조차 놓쳐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산업부가 내놓은 초안이 그간 검토됐던 다양한 개선안이 반영된 것은 물론 업계 입장도 충분히 고려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며 “많은 사업자들이 이번에는 일부 의견이 다르더라도 제도개선안이 빨리 마무리될 수 있도록 산업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