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4단지 지열시스템이 난방전량 충당, 한난은 급탕만 공급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상향, RHO 도입時 확산 가능성 고조

[이투뉴스] 난방은 지열시스템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급탕만 지역난방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재건축아파트가 등장, 향후 시장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이는 서울시가 공동주택 등 민간건축물도 건물 에너지사용량의 일정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한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신재생 의무비율이 갈수록 상향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새로운 사업모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최악의 경우 지역난방이 급탕용 열만 공급하는 반쪽에너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최근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김성회)는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에 난방용을 제외한 급탕용 열만 공급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향후 열을 공급하되, 난방이 아닌 급탕용으로  공급한다는 의미다. 난방용 열의 백업(back-up) 역할도 하지 않는다.

지역난방공사의 이번 결정은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조합이 난방과 냉방에는 지열시스템(지열+히트펌프)을 도입키로 결정하고, 이를 제외한 급탕용 열공급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한난은 반쪽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3개월 넘게 고심을 거듭하다 최근 경영회의를 통해 급탕용 열공급에 나서기로 최종 결정, 재건축조합 측에 통보했다.

개포4단지가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지역난방 공급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인근 재건축아파트 열공급 문제와 함께 급탕수요마저 ‘지열시스템+도시가스’ 조합으로 넘어가기 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공기업으로서 신재생 확대정책 및 고객요구를 거절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집단에너지 공급업체가 아파트단지에 ‘난방+급탕’이 아닌 ‘급탕’만 공급하는 사례는 인천 송도의 코오롱 더프라우 3단지가 먼저다. 당시 신재생에너지 시범보급사업의 일환으로 주상복합아파트에 지열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인천종합에너지가 급탕(난방은 백업용)만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 형태가 아닌 4000세대에 달하는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단지에 지역난방이 아닌 급탕만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서울시가 고시한 ‘건축물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심의기준’에 따라 공공이 아닌 민간 건축물일지라도 일정 규모 이상은 신재생에너지 의무사용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무비율이 9월부터 12%에서 14%로 늘어나는 등 매년 상향되고 있으며, 다른 지자체 역시 관련 조례 제정을 검토하는 있는 것도 큰 걱정거리다.
<관련기사 : 서울시, 대형건축물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14%로 상향>

실제 주공4단지는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11.5%를 신재생에너지(태양광 및 지열시스템)로 충당하겠다는 계획 아래 아파트단지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당시 서울시의 신재생 의무비율 10%보다 1.5%가 높은 이유는 용적률 추가(3%)와 녹색인증, 임대주택 비율축소 등 추가 혜택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건물 에너지사용량의 1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우기 위해선 지열시스템을 도입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가장 많이 채택하는 태양광발전의 경우 옥상 전체에 깔아도 2%를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의무비율 충족을 위해 지열 용량을 키우다보니 난방을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셈이다. 2016년 도입 예정인 RHO(신재생에너지 열공급의무화)도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결국 앞으로 신축 또는 재건축 아파트단지나 업무용 빌딩의 경우 고시지역이나 非고시지역 모두 신재생에너지 의무사용비율 충당을 위해서는 지열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미 공공건물 대다수가 지열시스템을 채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 경우 지역난방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고시지역의 경우 급탕용에 대한 공급요구를 거부할 방법도 없다.

한난 관계자는 “현재 설계사무소 등에서 지열로 냉난방을 사용할 계획인데 급탕 공급 및 난방용 백업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며 “서울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지자체에서도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RHO 영향까지 받을 경우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따라서 집단에너지업계는 서울시 등에 신재생에너지 의무사용에 집단에너지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집단에너지 역시 소각열 등 미활용 열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 효율이 높은 CHP 가동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공동주택 에너지사용량 산정기준이 없어 ‘상업용 숙박시설(연간 526kWh/㎡)’ 기준을 적용, 에너지사용량이 과도하게 책정되는 문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지열시스템의 경우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돼 있지만 단독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히트펌프와 결합해야 해 냉난방 수요가 많은 동하절기 전력사용량을 끌어올리는 것을 단점으로 지목했다. 또 지열을 과도하게 개발할 경우 지반침하나 지하수 오염 등의 2차적 사회문제를 유발할 개연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최근 고시개정을 하면서 업계 의견 중 일부만 수용하고(신재생 의무비율 14% 중 12%를 초과하는 2%에 한해 집단에너지 허용), 나머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에너지사용량 산정기준 역시 상위법 개선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이다. 집단에너지가 에너지이용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이기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우선순위를 바꿀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은 이와 관련 “현재의 방식으로는 지열시스템으로의 과도한 쏠림현상과 난방시장 전체를 교란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도 미활용 열 및 CHP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자꾸 칸막이를 만드는 것보다 신재생을 활용한 지역난방 열원개발 등 집단에너지와 신재생에너지를 융합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이투뉴스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빠르고 알찬 에너지·경제·자원·환경 뉴스>

<ⓒ모바일 이투뉴스 - 실시간·인기·포토뉴스 제공 m.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