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태안·보령화력 하루 발전용수 사용량 6만톤 육박
보령댐 저수율은 역대 최저치…"현장직 샤워도 맘대로 못해"

[이투뉴스] “절수운동한다고 현장직들은 샤워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올해말까지는 마른수건 짜듯이 어떻게 버텨보겠는데 이대로 가면 동계피크를 무사히 넘길지가 걱정입니다.” (B발전사 관계자)

수도권 및 중부지역 최대 전력공급원인 충남 일대 석탄화력발전소들이 발전용수 수급에 비상에 비상이 걸렸다. 42년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충청지역 댐 저수율이 낮아지면서 제한급수가 현실화 됐는데, 임기응변식 절수대책 외에는 가뭄 장기화에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어서다.

일각에선 2년째 이어진 가뭄이 올겨울을 넘겨 내년봄까지 지속될 경우 발전용수 부족으로 기저발전소가 전력생산에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작년말 기준 석탄화력의 전력공급비중은 약 37%이며, 이중 충남 소재 3개 대규모 발전단지의 설비비중은 52%이다.

18일 충청지역 3개 발전사(동서발전 당진 4GW·서부발전 태안 4GW·중부발전 보령 4GW)와 K-water 등에 따르면, 현재 이들 발전소가 광역상수도 관로 등을 통해 하루에 소비하는 발전용수는 당진 2만1000톤, 태안 1만5000톤, 보령 1만3000톤 등 6만톤에 육박한다.

권역내 나머지 서천화력과 일부 민간 복합화력까지 포함하면 충청지역 발전소 전체 물 사용량은 하루 6만5000여톤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K-water나 충남도가 자체 집계한 사용량 추청치 3만2000톤의 갑절 수준이다.  

한 발전사 용수 담당자는 “당진이나 보령화력의 경우 호기당 1GW가 넘는 새 발전소들의 시운전이 이뤄지고 있어 용수사용량이 예년보다 크게 늘었는데 이 부분들이 제대로 감안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현재 하루단위로 사용량을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지역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이같은 용수난은 이 지역내 유일 광역상수원인 보령댐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면서 가중되고 있다. 서산·태안·당진·보령 등 8개 시·군의 유일한 수원지인 보령댐의 저수율은 역대 최저치인 22%로, 예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별도의 절수조치없이 연말까지 강우량이 보충되지 않으면 100일도 버티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K-water는 지난 8일부터 평소(하루 20만톤)보다 공급량을 20%로 줄여 하루 16만톤을 급수하고 있다.

K-water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매주 단위로 비상점검회의를 열고 있다”면서 “발전사별로 감량 목표를 정해 용수사용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밸브를 강제로 잠글 수도 없는 문제라 현재로선 자율절감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예기치 않은 용수난에 처한 발전사들은 가용가능한 용수확보 및 절감대책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다. 발전용수는 해수 등을 이용한 냉각수와 달리 보일러 등 주설비에 사용하는 순수(純水) 제조용과 탈황설비, 석탄 비산먼지 억제를 위한 살수용수 등으로 사용되는데, 발전량과 사용량이 비례하므로 수급이 어려워지면 전력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각 발전사 화공팀·기후환경팀 등에 의하면 우선 당진화력을 운영중인 동서발전은 이달 12일부터 기존 보령댐이 아닌 대청댐으로 공급라인을 전환해 급한불을 껐다. 대청댐 저수율도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급격히 수위가 줄어드는 보령댐보다는 다소 여유가 있어서다.

당진화력은 대청댐을 통해 하루 최대 1만4000톤을 감당하고 나머지는 인근 삼봉저수지에 설치한 취수설비에서 끌어온 물을 전처리해 대청댐 용수와 섞어 사용중이다. 동서발전 관계자는 “9, 10호기 시운전으로 기존보다 용수사용량이 2000톤 가량이 늘었다”면서 “이미 최대한 용수를 재이용해 사용해온 터라 정상적으로 운전하면서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보령화력과 서천화력을 운영중인 중부발전은 필수 사용처 외 잡용수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면서 하천용수나 지하수개발 등을 검토중이다. 현장직들이 작업후 사용하는 샤워실조차 단수조치를 내렸고 최종처리수도 재활용해 사용량을 하루 1만3000톤 이내로 억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태안화력(서부발전)은 내년 2월까지 진행될 예정인 백제보 도수로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보일러 등 필수설비용 발전용수 외 물사용을 최소화 한다는 계획이다.

중부발전 관계자는 “발전소내 잡용수 단수는 기본이고 화장실이나 씻는물조차 맘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하천 취수나 지하수 관정 개발도 검토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K-water 보령권관리단 관계자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보령댐은 내년 1월께 바닥을 드러낼 거다. 전주 용담댐 물을 서천으로 끌어오는 것은 지자체가 승인했고, 오는 20일 착공하는 백제보 도수로 공사가 완료되면 수급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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