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상승세 불구 거래량 미미…이월허용·눈치보기 원인
환경부 “700만톤 여유” vs 산업계 "제도허점 정비해야"

[이투뉴스] 지난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확보한 탄소배출권이 충분히 여유가 있다는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탄소배출권을 사고 싶어도 매도물량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등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관련 특집기사 : 존재감 제로 배출권거래제, 언제쯤 살아날까>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장돼 톤당 8640원으로 시작된 할당배출권(KAU15) 시세가 4월 27일 현재 1만8450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협의매매는 이보다 50원 높은 1만8500원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4월 6일부터 거래된 상쇄배출권(KCU15) 역시 톤당 1만100원에서 출발해 현재는 1만8500원으로 올랐다. 할당배출권은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적게 배출해 확보하는 배출권을 말하며, 상쇄배출권은 외부에서 감축한 실적을 인증 받아 전환한 배출권이다.

배출권 시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거래량은 명맥만 유지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실제 지난해 할당배출권 거래량은 32만1380톤(협의매매 포함)에 불과했으며, 상쇄배출권 거래도 92만717톤에 그쳤다.

다행히 올해 들어서는 상쇄배출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할당배출권 거래량은 올 1월부터 마지막으로 거래된 4월 18일까지 11만1400톤으로 여전히 부진하지만 상쇄배출권이 4월 25일까지 64만6829톤이 거래돼 배출권 거래를 선도했다.

올들어 배출권거래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정상적인 경쟁매매(장내 호가를 통한 경쟁거래)보다는 협의매매(당사자 간 장내 거래)에 치우치고 있어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작년부터 최근까지 전체 배출권거래 중 경쟁매매는 11.9%인 반면 협의매매가 88.1%로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에 올 들어서만 257만톤(1∼4월)의 감축인증실적(KOC)이 장외에서 팔리는 등 장외거래가 횡행하고 있다. 가격도 장내보다 더 높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가격상승폭 등을 제한하다보니 일부 컨설팅업체들이 나서 배출권 장외거래를 부추기고, 이에 따른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배출권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인데, 적잖은 브로커들이 팔려는 업체와 연결시켜 주겠다는 연락이 자주 온다”며 “시장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측면도 있지만, 장외거래를 막지 않은 제도적 허점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배출권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는 시장 전체적으로 배출권이 여유가 있는데다, 400만톤에 육박하는 외부 감축사업 인증실적(KOC, 상쇄배출권으로 전환 가능)이 곧 풀리는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배출명세서 평가·인증이 끝나고, 배출권 최종 제출기한인 6월에는 거래불균형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할당대상업체의 지난해 배출실적을 잠정 분석한 결과 사전할당량, 추가할당 신청량, 상쇄배출권 구매실적 등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는 700만톤의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 보유 예비분 등을 활용해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만일 과징금을 내더라도 배출권 평균가격(1만3615원/톤)이 높지 않아 폭탄수준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배출권을 확보한 업체들이 쉽게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설혹 배출권이 남는다 하더라도 지금 팔면 과다할당 아니냐는 눈총이 우려되는데다, 배출권가격 역시 불확실성이 커 ‘이월’을 통해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배출권거래시장의 정상화는 물론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현재 아무런 제한이 없는 장외 및 협의거래를 특수한 경우에만 허용해 장내매매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또 이월물량 한도설정과 가격제한폭 완화 등을 통해 시장에 배출권이 풀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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