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현재의 기후 패턴을 교란함으로써 그렇지 않아도 종잡을 수 없는 국제유가를 더욱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지구 온난화를 관장하는 최고 과학기구인 유엔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2일 발표한 기후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오염이 금세기에 온도를 상승시키고 홍수와 가뭄, 폭풍, 빙하 해빙 현상 등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다가올 새천년의 기후체계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경고는 기업이나 금융 분야, 특히 석유처럼 기후에 민감한 시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기후변화가 유가불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그 예로 지난달 전례 없는 이상난동으로 북반구 난방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유가가 3주 만에 18% 폭락한 사실을 들고 있다.

 

BMO 캐피털 마켓의 바트 멜렉은 “지구 온난화가 (석유) 수요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말하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최근 기후패턴이 실제로 어느 정도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후변화가 지난해에는 천연가스 가격에 이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고 올해에는 유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영향은 이처럼 석유가격 파괴에만 머무르지 않을 전망이다.

 

프랑스 투자은행인 나티시스 분석자료에 따르면 일부 과학자들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하지만 기후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사계절 내내 와일드카드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다가오는 여름에 에어컨을 완전가동시키고 본격적인 휴가철에 접어들면 유가 상승 압박요인이 될 수 있고 가을에 찾아오는 폭우와 태풍으로 멕시코만 송유관 등이 파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고서는 특히 기온상승에 따라 북대서양 허리케인이 강력해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미 2005년 8월 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때 미국의 해저 석유굴착 플랫폼들이 망가지는 바람에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이상으로 유가가 치솟음으로써 투자자들이 재미를 본 적도 있다.

 

멜렉은 “날씨가 변덕스러우면 석유 수요가 요동치고 가격도 종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WTRG 에너지의 제임스 윌리엄스는 “미국에서 석유소비의 변화를 만들려면 (자동차 문화 중심의) 사회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석유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배럴당 가격을 150달러로 인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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