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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담] 한국의 에너지전환, 어떻게 가야하나
노동석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 에너지는 긴 호흡으로 봐야"
양이원영 "과속 기관차에 브레이크 잡은 정도, 믹스조정이지 탈원전 아니다"
[470호] 2017년 09월 25일 (월) 07:12:01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여긴 적진(敵陣)이나 마찬가지인데….” 양손에 서류가방을 들고 나타난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건물외벽에 내걸린 ‘핵보다는 해!, 신고리 5·6호기 백지화’란 대형 플래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본부. 새 정부 에너지전환 천명 이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를 비롯해 도처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투뉴스가 원자력‧에너지분야 대표 논객의 긴급대담을 주선했다. 이날 노 박사의 카운터파트는 양이원영 환경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 2차 에너지기본계획 분과위원을 비롯해 다년간 각종 거버넌스에서 맞수로 만난 면숙이다.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해법은 갈렸지만, 농밀한 전문지식과 직설화법 등 닮은 점도 적잖다. 두 사람은 상대에 대해 “새겨들을 만한 얘기를 하는 보수에너지 논객”(양이원영), “에너지정책에 대한 견해는 다르지만 존경”(노동석)이라고 촌평했다.수령(樹齡)이 400년쯤 됐다는 회화나무 아래서 진행된 이날 대담은 에너지전환이란 하나의 화두로 출발해 정책전환 속도, 적정 전력믹스와 이행전략, 재생에너지 확대 등까지 논의 폭을 넓혀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양측의 공방은 현악기 줄처럼 팽팽했고, 그 차이가 울림과 곱씹어 볼 거리를 만들었다. 
▲ (왼쪽부터)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 처장

양이원영 처장 (이하 ‘양이’) = 에너지전환이라는 게 결국 시대적 전환, 문명 전환과도 연결돼 있다. 예전에는 60~70대 어르신들을 이해 못했는데 <국제시장> 등의 영화를 보면서 부모세대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됐다. 유년기에 전쟁을 경험한 어르신들에게 북핵 위험은 현실이지만, 원전사고는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당장 현실화 안되는 위험일 것이다.

노동석 박사 (이하 ‘노’) = 독일이 처음 에너지전환을 이야기 했는데, 어쨌든 우리도 작명(作名)은 잘했다고 본다.

양이 = 이번 에너지전환은 민주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미 형식적 대의민주주의가 있는 상태서 결정을 일반시민이 하는거다. 에너지정책 결정권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에게 주는 굉장히 새로운 접근이다. 과거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처음 가동할 때 사진을 보면 군대처럼 모두 도열해 있는데 지금은 자유분방하게 일반인들이 에너지를 논한다.

 = 내가 쓰는 에너지를 내가 결정한다는 것 자체를 반대할 순 없다. 하지만 민주주의라고 하면서 정책결정자나 그 정책을 이끄는 사람들과 반대되는 이야기를 안 듣는 게 민주주의인가 반문하고 싶다. 스웨덴은 교육정책 하나 바꾸는데 20년이 걸렸다.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에너지는 굉장히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데 너무 서두르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전문가가 배제된 상태로 한다는 것도 그렇다. 이 분야 관심 있다는 사람조차 이용률, 가동률을 잘 모르고 부하율까지 가면 더 모른다. 사실 kW와 kWh를 잘 구분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어쨌든 논의에서 전문가를 배제한다는 건 그 자체로 상당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가 엉뚱하게 비논리적이거나 비합리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같이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양이 = 사실 이 대목에선 나 역시 할 얘기가 아주 많다. 문 정부에 대해 불만이 굉장히 많다. 탈원전을 얘기했는데, 원전 확대에 브레이크를 건 정도다. 건설중인 3기는 그냥 가지 않나. 정권이 탈원전을 운운하려면 독일처럼 가동중 원전에 대해 가동기간을 축소시킨다거나 제한해야 의미가 있는거다.

 = 2000년대 초반 슈뢰더 정부와 사민당이 탈원전을 결정했다. 그 당시 기민당이 우리가 집권하면 무효화하겠다고 했고, 실제 2009년에 없던 일로 했다. 그런데 메르켈이 수명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핵연료세 부과하고, 그 돈으로 재생에너지 지원을 했다. 이후 후쿠시마 사고가 터졌는데, 2022년까지 탈핵한다는 건 늘렸던 수명을 다시 원위치 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이 = 아니다. 2000년도에 처음 결정할 때 몇 kWh를 원전으로 생산할지 업체와 합의했다. 그걸 환산해보니 총 가동시간이 32년 정도 나온거다. 원전수명이 40년이라면 더 돌릴 수 있는 원전을 엄격히 제한한거다. 그래서 그걸 역산하면 2022~2023년께 원전제로가 되겠다는 게 2001년 당시 결정이다. 이후 10년 정도 연장해주고, 그러다 메르켈이 그걸 취소하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당장 가동중이던 8기를 폐쇄했다.

노 = 우리나라는 서서히 탈원전 한다고 표현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은 쓰리마일섬(TMI) 원전사고 이후 실제 건설중인 것도 상당부분 취소하고 이후 신규발주가 거의 없었는데, 그렇게 되면 산업자체가 무너진다. 급속하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 신규 안하겠다 ’ 또는 ‘계속운전 안한다’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지 언제 원전이 완전 소멸되느냐는 아니다.

양이 = 신규원전을 안한다는 것이 굉장히 급속한 것인가?

 = 그렇다. 차로 비유하면 ‘내일부터 휘발유차 만들지 마라’, ‘내일부터 휘발유차 정비해주지 마라’라는 거다. 만약 어제 출고된 10년 수명의 차가 있다면, 그 차도 10년 뒤면 완전히 없어지는 거다. 이게 급한거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휘발유차 가진 사람이 판단할 문제다. 지금 정책은 새 휘발유차 출고하지 말라는 거다. 급하다고 본다. 표현은 완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소유자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서로 받아들이는 게 다를 것이다.

양이 = 거꾸로 나는 말은 탈원전인데, 실제 탈원전은 아니라고 본다. 원전확대에 브레이크를 잡은 정도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책은 2079년까지 원전이 가는거다. 숫자는 별 의미가 있지는 않으나 지금시기에 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동중인 원전이라도 수명이 끝나기 전에 안전성에 문제 있다면 조기 폐쇄한다든지 해야 급속한 탈원전이라 볼 수 있는데, 지금 정부는 계획원전 백지화하고 수명은 수명대로 보장해준다고 한다. 전체 기수도 늘고 용량은 휠씬 늘어난다. 더욱이 이제 막 건설을 시작한 원전(신고리 5,6호기)도 정부개입없이 시민사회와 원전업계 논쟁을 통해 결정하라고 하면서 책임을 넘겼다. 사회적으로 그런 논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게 큰틀에 맞기에 시민단체가 응하긴 했지만 어쨌든 신고리 5,6호기가 전세계에서 가장 밀집한 원전단지에 추가로 건설되는 것이고 인구밀집지역이면서 안전성 평가는 제대로 안돼 있다는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 그런 사회적 논쟁이 굉장히 많음에도 전혀 반영하지 않거나 재평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이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와 정당이 재검토나 백지화를 얘기했으나 어느 정치인도, 정부도 책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이 결정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됐다. 이런 과정을 보면 탈원전에 걸맞은 정책이라 보기 어렵다. 일방적으로 과속하는 기관차에 이제 브레이크를 잡는, 그것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브레이크를 잡은 정도라고 평가한다.
▲ 노동석 연구위원

 = 문제는 그런거다. 에너지 정세가 바뀌면 뭔가 또 다른 변화가 올수도 있는데, 신규 발주가 없어 소위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붕괴된 이후 에너지위기가 와 새로 원전을 지어야 할 때 오늘날 미국이나 영국 꼴이 날수도 있다는 거다. 지금은 kW당 2500달러에 지을 수 있는 걸 5000~8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거다. 어쨌든 굳이 원전뿐만 아니라 발전소 건설계획이 굉장히 호흡이 길고, 먼 장래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건데 뭔가 다들 마음이 급한 듯 하다. 독일에서도 1954년 준공된 석탄열병합발전소가 아직 잘 가동되고 있다. 물론 재생에너지 확대를 반대하지 않고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양이 = 원전 공급망 업체가 약 700여개사 연결돼 있다고 들었다. 업계에 대한 대책마련은 필요하다고 본다. 부품 국산화 과정에 굉장히 많은 돈을 투입했고, 어떤 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한 것처럼 어떤 사업에 대한 정책결정 바뀌어 피해를 입게 될 경우 어느 정도 지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경영학쪽 시선은 굉장히 싸늘하다. 업황 리스크 관리는 사장의 몫이고, 신고리 5,6호기는 이미 작년 가을 지진부터 정치권의 움직임까지 어떤 조치가 필요했었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정책 일관성이다. 이명박 정부 때 녹색성장 한다고 온실가스 감축에 투자한 업체들 모두 망했다. 선언과 정책이 실제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다.

노 = MB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신재생을 포기한 적은 없다. 정책만 있고 내용이 없었다고는 할수 있겠지만. 그런 측면보다는 뭔가 확대를 위한 기간이나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발전차액지원제(FIT)에서 RPS(신재생 공급의무화)로 넘어간 결정적 이유는 재원이 갑자기 늘어나 겁을 낸 것 때문이다.

양이 = 사실 발전차액에 정부가 얼마나 투자했나. 겨우 한 해 2000억원 정도였다. 그런데 전력산업기반기금 유용자금이 얼마인가. 에너지교통환경세 20조원 중 85% 가량은 도로에 쓰고 있다. 정부 예산은 우선순위가 있는거다. 기재부는 팔짱 끼고 있었고, 재생에너지를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했으면 원자력만큼 투자했어야 옳다.

 = 제주 스마트그리드 시범사업은 왜 실패했을까. 산업용 전기요금 얘기를 좀 해보면, 산업용(을) 피크시간대 요금이 190원이 넘는데, 그 개념은 전체 부하율을 높이겠다는 게 원래 목적이다. 스마트그리드는 비싼 시간대 덜 쓰게 해서 수요를 망에서 조절하겠다는 것인데,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산업용 경부하 시간대 50원대이고, 산업용 평균은 지난 7월까지 102원이다. 6월까지는 105원 정도였다. 주택용은 작년에 누진제 완화되어 연평균이 120원이었는데 106원으로 떨어져 산업용과 주택용 사이가 붙었다. 무슨 뜻이나면 평균으로 보면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원가회수율이 높다는 거다. 한전이 원가를 공개 안하고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농사용이나 교육용 지원을 산업용이 하고 있을거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냐면 경부하시간대가 싸다고 하지만 최대부하 시간대는 190원이 넘어간다. 이게 스마트그리드랑 비슷한 개념이다. 실제 예전 부하패턴 그려보면 자가발전이 있는 대수용가는 피크 때 안쓴다. 그래서 우리나라 부하율이 전세계 최고수준인거다. 만약 경부하 시간대 전기료를 인상하면 전반적으로 산업용이 주택용을 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는 생산원가란 것이 있고, 산업용이나 일반용은 아무래도 주택용보다 원가가 싸다. 심지어 포스코는 345kV로 산업용 전기를 받아 원가만 계산하면 굉장히 낮다. 산업용이 주택용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게 원가개념으로보면 분명히 맞는 사실이다. MB정부 때 여론에 밀려 산업용을 집중 인상했다. 그런데 경부하시간대 요금을 전력시장가격(SMP) 수준으로 올리려면 최대부하나 중간부하 때 전기료를 낮춰야 평균유지가 된다. 그렇게 됐을 때 걱정되는 것은 아주 어렵게 부하율을 높일 수 있는 요금체계를 유지해 왔는데 그게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양이 = 실시간 요금제까지는 아니더라도 피크요금제라든지 좀 더 시장적 요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수년새 산업용은 40%가량 올랐다. 시민사회는 더 이상 올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경부하 요금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기소비가 급증하는 곳이 일반용과 상업용인데 대수용가 외에도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부하 요금이 SMP와 심지어 원전 정산단가보다 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노 = 원전 정산단가는 2015년 kWh당 50원대에서 작년 68.5원까지 올라갔다가 올해 다시 하락했다. 물론 정산단가로 분석하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균등화발전원가(LCOE)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양이 = 스마트그리드와 연결해 말씀드리면 제대로 시장이 작동되려면 필요한 시기에 소비자들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하는데 요금체계를 맞추지 않으면서 시범사업만 한다고 되겠나. 재생에너지 투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시범사업 정도이고 박근혜 정부는 ESS에 몰빵하면서 몇몇 테스트베드도 변질됐다. 투자를 안했다는 게 아니라 정부가 처음 원전에 투자한 것처럼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까지 보면서 승부를 낸 적이 있느냐고 묻는거다. 한국이 전문가나 능력이 부족해서 안되는 게 아니다. 그게 되도록 만드는 집중력이 있어야 한다. 왜 내수를 키우지 않는 것인가. 혹 그간의 에너지정책이 경제나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원전만 봤던 것은 아닐까.

노 =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재생에너지를 20%로 늘리는데, 그중 태양광과 풍력비중을 80%로 높인다고 했다. 그럴려면 48GW를 확충해야 한다. 어쨌든 현 정부가 과거에 비해 더 민주적으로 계획을 수립한다는 건 좋은 일이고 인정한다.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허겁지겁 서두르는 면도 있다.
▲ 양이원영 처장

양이 = 두 가지 측면에서 이견이 있다. 먼저 어떤 정부건 자신의 지향을 갖고 국민선택을 받는다. 지향을 가진 것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공약을 통해 검증과 선택을 받은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지향이 있음에도 집권 후 밀어붙일거냐, 일정 정도 타협과 협상하며 진로를 바꿀 것이냐의 문제다. 신고리 5,6호기가 일례인데, 우리가 공약후퇴라면서도 공론화에 참여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 때문이다. 방향은 탈원전이라 하더라도 이견이 있는 사람이 있고 논란이 되면 토론해서 결정하자는 거다. 그리고 그걸 국민이 결정으로 가자는 두가지 측면이 있다. 탈원전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거에 대해 동의한다. 개인적으론 향후 3차 에기본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2차 에기본 당시 경제성, 안전성, 수용성 3가지를 모두 보자고 했는데 수용성은 한 게 없다. 여론조사나 공론조사도 제안했는데 하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시민단체를 이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이 수용성이라고 하더라. 그런식이면 3차 에기본 때도 원전 전문가 몇 명만 참여하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에기본도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하고, 2040년 원전 비중도 얼마가 좋을지 토론도하고 전문가 얘기도 들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보장돼야 한다. 2차 에기본 때처럼 가선 안된다. 말만 에너지전환이라고 하고 산업부가 발전소 더 지을지 말지로 만들면 안된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급하게 가는 게 맞는지 싶다. 이건 에너지전환이고 한국사회가 바뀌어야 하는 일이다. 신고리 5,6호기 논의 수준으론 안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사회 전반의 에너지사용과 도시, 수송 등에 대한 범부처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들까지 토론에 들어가고 정책이 힘을 받는다.

 = 관점이 좀 다른데, 작년 촛불집회 때 사람들이 헌법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 개인적으론 일반국민이 왜 헌법을 공부해야 하나 싶더라. 이젠 일반 국민더러 에너지, 원자력 공부하라는 거다. 정부나 전문가를 못 믿기 때문이다. 참 한탄스럽다. 줄곧 원자력을 하지 말아야 신재생을 할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던데, 독일은 신규 원자력 안하면서 재생에너지 키우고 석탄을 유지하고 있고, 영국은 재생에너지 확대하면서 원자력도 한다. 미국이나 중국은 석탄을 줄여왔고 원자력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왜 중국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국가인데 우리는 원자력이 있으면 재생에너지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 안된다. 원자력 자체의 안전성이 문제된다는 건 받아들인다, 그런데 원자력이 없어야면 재생에너지가 된다는 프레임은 전원믹스를 오래한 사람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양이 = 신규석탄 9기를 취소해도 2030년까지 여전히 석탄은 지금보다 설비가 늘어난다. 노후 폐쇄해도 그렇다. 원전은 처음에 탈원전이란 자극적 용어를 썼지만 2030년에도 17기가 여전히 가동될 거다. 그게 무슨 탈원전인가, 믹스조정이다. 현재 원전과 석탄 비중이 70~80%로 과도하고 2030년 되면 합쳐서 50~60% 된다. 그 사이를 가스와 재생에너지가 조금 들어오는 것이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 때 주형환 전 장관이 얘기한 신재생 발전비중 목표도 18.5%였다. 20%가 뭐 그렇게 대단히 높인 수치인가. 사실상 믹스조정한 것이다.

 = 일본은 자국 에너지기본계획에 원전비중을 20~22%로 정했다. 재생에너지는 22~24%이다. 그런데 우리 대선공약에 명시된 건 계속운전 안하고 신규원전 안 짓겠다는 것이다. 그것과 앞으로 미래에 20% 정도 가져가겠다는 건 질적으로 굉장히 다른 얘기다. 오히려 최근 설계된 신고리 5,6호기를 지으면 TMI 이전에 설계된 불안한 원전을 조기폐지 할 수 있다. 원전 비중이 17%라도 어떤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 결정을 산업부든 원자력계든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소위 말해 ‘빼박’이다. 하다보니 17%란 숫자가 나온것이지 17%를 하겠다는 건 아니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도 중요하다. 그렇게 안전을 강조한다면 오래된 옛 원전을 빨리 없애는 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미래의 어떤 비중을 먼저 얘기하고, 그걸 어떻게 갈지 논의하는 게 합리적이다. 일본은 믹스를 이야기했고, 우린 탈원전 일정을 이야기한거다. 60년 뒤라고.

양이 = 환경단체 입장에선 현재 정책은 결국 믹스조정밖에 안된다고 얘기하는 게 맞다. 탈원전이란 지향은 얘기했지만 결과적으로 안되는 상황이라고 본다. 어쨌든 원전은 핵폐기물 만들고 일상적으로 방사성물질이 나온다. 그리고 원전은 가동중단해도 그 자체가 위험이다. 그렇다면 더 늘리지 않는 게 맞는거다. 신규 원전이라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건 아니다. 사고확률이 10만년의 1이냐 1000만년의 1이냐 그런차이다. 또 원전비중이 지금처럼 유지되면 경직성 부하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수용량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노 = 전력망은 투자의 문제다. 독일은 송전망을 무려 3000km를 늘린다고 하고, 그 중 1000km를 지중화 한다는 계획이다. 고준위 폐기물 문제는 기왕 우리가 40년 정도 원자력 역사를 갖고 있고 이미 폐기물이 발생했으니 고준위 처분장 답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론 월성처럼 중수로 원전이 고준위 폐기물을 경수로의 7배나 배출하는데, 이런 원전을 빨리 닫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식으로 어떤 전략을 구사할 여지를 뒀으면 좋겠다는 거다. 고준위 방폐장은 2053년부터 가동한다고 했으나 일단 선정 등이 어려워 불가능하고 결국 건식저장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지난 정부는 솔직하지 못했다. 건식저장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얘기했어야 한다.

양이 = 신고리 5,6호기가 60년 동안 가동되면 폐기물이 3600톤이나 나온다. 핵 폐기물은 발산하는 열이 많아 모아놓지도 못한다. 심층처분장에 넣어도 핵폐기물과 폐기물 사이를 떨어뜨려놔야 한다.

노 = 또 하나의 논점이긴 한데, 요즘 재생에너지 단가가 굉장히 저렴해 진다고 하고 다 좋긴 한데 과연 이 에너지가 정말 서민에너지인가, 누가 사업을 영위할 수 있나 생각해보면 약간 불편해진다. 융자보조는 석유와 가스수입 부과금에서 걷은 에너지특별회계에서 나온다. 그리고 태양광의 경우 SMP나 REC(공급인증서) 비용은 모두 전기소비자가 부담한다. 그런데 누가 태양광 사업을 영위하나. 대체로 중산층 이상이다. 서민들이 잘사는 사람들 모아서 지원하는 거다. 

양이 = 독일 전체 재생에너지 중에서 절반이상이 농부나 개인, 협동조합이다. 전기요금에 FIT 비용을 일정정도, 약 8.5% 가량 부과한다. 그런데 1000원 지불하는 자의 8.5%와 10만원 내는 자의 그것은 다르다. 전기를 많이 쓰면 많이 내는 게 맞다. 우리나라 전력산업기반기금 부과율도 전기다소비 업체나 대용량업체는 높여야 한다. 그동안 싸게 쓴 혜택들이 있었다. 현재 기본이 3.7% 요율인데, 삼성전자처럼 2015년 전기료로 9900억원을 쓴 기업들에게는 법정요율(6.5%) 이내에서 더 높여야 한다. 그만큼 싼 전기료 혜택을 많이 봤으니까. 소득에 따라 세금을 더 부과하는 개념이다. 소규모의 경우 FIT 병행도 고려해봐야 한다.

노 = 독일은 워낙 전기료가 비싼데다 세금이 많이 붙는다. 원화로 환산하면 주택용이 kWh당 380원 수준으로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 만들어 쓰는 게 싸다. 그러니 협동조합이든 농부든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전기료가 싸서 어렵다. 농부가 아니라 기업이 한다. 기껏 퇴직금으로 사업을 하는 수준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태양광은 말할 것도 없고, 풍력도 농민이 하기가 어렵다. 에너지전환 과정의 부(富)가 일부한테 가는거다. 그들은 하필이면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무제한이 아니라 속도에 있어서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양이 = 요즘 태양광이 붐인데, 관건은 서민투자를 보장하느냐의 문제일거다. 우리처럼 달랑 기반기금을 갖고 운용하는 건 부족하고, 내년에 에너지교통환경세 일몰 이후를 잘 준비해야 한다.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세수인데 앞으로 도로건설보다는 전력망이나 에너지전환에 소요되는 여러비용들 쪽으로 지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산업부 혼자만의 얘기가 아닐거다.

 = 2030년 재생에너지 20% 보급에 공감한다. 하지만 거듭 얘기하지만 어떤 전원을 어떻게 줄이겠다고 미리 정하지는 말자는거다. 반드시 탈핵이나 탈석탄을 해야 한다면 선택지가 좁다. 예를 들어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가 40%라면, 나머지 60%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얘기하면 된다. 지금은 원전대 재생에너지 프레임으로 놓고 가스발전은 무조건 다 가능하다는 식인데 가격과 물량확보, 민간발전 비중 등도 들여다 봐야 한다. 자칫 외부 가격 변동성에 전기소비자를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 미래에 어떤 상황이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 올해만 석탄가격이 40%나 급등했다. 에너지는 그만큼 변동성이 있다. 스마트그리드의 해법은 판매자유화다. 판매사업자가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가져가면 된다. 지금은 시장운영이나 정산시스템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장관이 한전 원가를 밝히겠다고 했는데 아무 얘기가 없다. 그러면서 무슨 투명성을 기대하나.

양이 = 최근 우리 내부에서 진전된 논의는 송배전은 국가가 책임관리하고 판매는 개방해야 한다는 쪽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고 보는거다. 안타까운 것은 수십조원의 에너지전환 시장이 열리고 있는 건데, 신고리 5,6호기만 봐도 원자력계는 사생결단으로 나서는데 이쪽에선 몇몇 활동가들만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선 때 약속한 정치인이나 그것으로 이익을 누리게 될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시장 얘기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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