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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량 목표도 없이 수급계획 짜는 산업부
원전·석탄·LNG 설비믹스 마무리 수순…정책목표 달성은 요원
  [474호] 2017년 11월 06일 (월) 06:40:29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연내 확정‧공고를 목표로 2031년까지의 장기 전력수급계획(8차)을 수립하고 있는 정부가 매년 어떤 발전원을 얼마나 가동해 수요를 맞추겠다는 ‘원별(源別) 발전량 목표(일명 발전량믹스)’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수급계획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다.

지금까지의 계획처럼 설비용량과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원별 최종 구성비가 결정된다는 얘기인데, 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도 정합성이 맞지 않을뿐더러 수급계획이나 전력시장 운영 시 환경‧안전을 종합적으로 검토토록 한 개정 전기사업법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전력업계와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말 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을 위한 로드맵(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확정해 우선 공개한 뒤 내달 초 8차 전력계획 정부안에 대한 공청회와 국회보고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및 월성1호기 폐지 결정으로 원전부문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고 보고, 후순위 쟁점인 일부 신규석탄 연료전환 합의와 LNG발전소 확충계획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사업자간 물밑협의도 상당수준 진전을 이뤘다. 

신규 석탄의 경우 이미 실시계획 허가를 내준 강릉‧고성·신서천은 환경기준을 대폭 강화해 기존대로 건설하되 당진에코와 삼척화력은 사업자 측이 제시한 조건을 토대로 연료전환을 협의중이며, 일부 사업은 논의에 상당부분 진전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8차 계획에 새로 반영할 LNG발전은 석탄화력을 운영중인 한전 발전자회사로 물량이 우선 배정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태안(서부발전)‧보령(중부발전)‧삼천포(남동발전) 일부 호기 폐지에 대응해 필요물량 이내에서 이들 발전기를 LNG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목표년도 기준 원별 설비량을 현재와 비교 추정해 보면, 원전과 석탄화력은 신규 건설물량이 폐지량을 상쇄해 설비 감소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가운데 그 공백과 전력수요 증가분을 LNG발전과 재생에너지가 메우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문제는 이런 형태로 수급계획이 확정된 이후다. 일부 민간 컨설팅사가 수행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2020년대 중반까지 신규원전과 석탄화력 증설이 지속되면서 현재 kWh당 연평균 70~80원선인 SMP(전력시장가격)는 40~50원선으로 주저앉을 공산이 크다.

탈원전·탈석탄을 기치로 내건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체전원인 LNG와 재생에너지 수익성은 현 정부서 되레 악화일로를 걷게 된다는 것이다. 경제급전이 원칙인 전력시장서 시장 진출입 물량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환경·안전 등의 정책목표 달성이 요원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수급계획에 반드시 원별 발전량 목표를 적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확정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20%) 외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부합하는 연도별 석탄화력 및 LNG발전량 비중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발전사 관계자는 “8차 계획에 투영된 새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은 목표와 수단이 빠진 채 단순히 원전과 석탄을 줄이는 모양새”라면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감축, 원전 안전을 만족시킬 발전믹스를 정한 뒤 어떻게 이를 달성할 것인가 방안을 마련하는 순서로 계획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수치 제시보다 구체적인 이행수단이 담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원한 전력시장 전문가는 “현 상태로는 국회가 만든 환경급전법도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다. 어떻게 실현할지, 법적근거는 무엇인지를 따져 지속적인 입법보완이 필요한 상태”라면서 “그런 맥락에서라도 설비계획보다 발전량 계획이 중요하다. 최소한 언제까지 시장을 재설계하고 목표를 제시할지 시한이라도 못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문제는 결국 원전이나 석탄화력 발전에 얼마나 제약을 부여할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어떤 규제수단을 동원할지, 그 수준은 어느 선이 돼야할지 시급히 고민해야 한다”면서 “정공법을 벗어나 일단 기존 체제안에서 미봉책을 찾겠다는 건 모순"이라고 직격했다.

발전사 관계자는 "전기소비자인 국민은 환경과 안전을 위해 전기요금 추가 지불도 감수하겠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소비자 중심 정책을 펴고 건전한 전력시장을 만들어야 할 정부는 변화를 거부하고 우회수단만 찾는 퇴행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력당국 관계자는 "발전량 믹스를 수급계획에 반영하도록 여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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