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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석탄이 가스·신재생 밀어낸다
8차 전력수급은 탄소배출량 늘리고 청정전원 고사시키는 그림
"CBP 전력시장제도 그대로 둔 채 환경급전 외쳐봐야 공염불"
  [477호] 2017년 11월 27일 (월) 06:30:18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 연도별 전력시장가격(SMP) 추이와 8차 전력수급계획과 새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을 대입해 추정한 2030년까지의 SMP 전망치 (단위 원/kWh)

[이투뉴스] 192기 10만5336MW. 이달 현재 한국이 보유한 원전·석탄·가스발전소(열병합 포함) 개수와 이들 발전기의 최대출력이다. 수력이나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신재생과 MW단위 소규모 발전소(약 1만5000MW)를 제외한 값이다. 최근 전력수요가 6만~7만5000MW사이이고, 역대 최대 수요(작년 8월 12일)가 8만5000MW이니 전력 공급능력은 어느 때보다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현 추세라면 머잖아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전의 경우 조만간 신고리 4호기(1400MW)가 가동을 시작하고 동급 신한울 1,2호기가 2019년, 공론화로 공사가 재개된 신고리 5,6호기가 2022년 각각 발전을 시작한다. 이 물량만 7000MW. 새 정부가 착공 이전 취소한 6기(신한울 3,4·천지 1,2·신규 1,2)를 빼고도 그렇다.

이에 질세라 석탄도 새 발전소 건설이 한창이다. 작년과 올해 사이에만 1000MW 8기(당진 9,10호기, 태안 9,10호기, 신보령 1,2호기, 삼척그린 1,2호기)가 운영을 시작했고, 첫 민자석탄(북평화력1190MW)도 가동중이다. 이런데도 내년부터 2022년까지 추가 건설될 발전소가 적잖다. 기존 9기 8400MW(삼척·당진·강릉·고성·신서천)가 당초 계획대로 8차 전력수급계획을 통과할 태세다.

이런 흐름은 에너지전환을 기치로 내건 새 정부와 환경급전을 전기사업법에 명문화한 입법부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까. 과연 국민은 바람대로 좀 더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될까. 

새 정부의 감(減)원전· 감석탄 정책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전제로 2030년까지 어떤 양상이 전개될지 예측한 연구결과를 입수해 들여다봤더니 결과는 참담했다. 이대로는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전원믹스 불균형으로 공급안정성마저 위협받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결론이 나왔다.

A 전력컨설팅 전문기업이 최근 당국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모의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8차 전력계획 수요전망과 설비계획에 노후석탄 10기(2945MW)폐지 및 재생에너지 발전량 20% 달성, 설계수명 만료 원전 10기 수명연장 금지 등을 대입해 추정한 2030년 발전분야 탄소배출량은 2억8600만톤으로 올해보다 2700만톤이 증가한다. 누적된 정책관성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 전력시장가격(SMP)은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려 첨두발전이나 재생에너지 경제성을 떨어뜨리고, 특히 대표적 부하추종전원이자 저탄소전원인 가스발전의 근본적 생존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연평균 SMP는 2022년부터 kWh당 60원 아래로 떨어져 2024년 바닥(56.02원)을 친 뒤 2030년 가까스로 60원대를 회복한다. SMP는 재생에너지 경제성 수준과도 비례한다.

현재 극(極)노후 화력의 발전단가가 60원선임을 감안하면 원전과 일부 신규석탄을 제외한 모든 설비가 머잖아 적자상태에 놓인다는 뜻이다. 이달 발전단가 기준 2024년 예상 SMP보다 단가가 높은 발전기는 111기 4만9000MW로 대부분 가스발전이나 열병합이다. 이들발전기는 피크부하를 감당하는 것 외에 향후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대량 유입 시 빠르게 부족분을 메우는 역할을 해야한다.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첨두발전 이용률이 상승해 가스발전이 수혜를 볼 것이란 예측도 빗나갔다. 출력조절이 어려운 원전 이용률을 올해 수준으로(75%) 고정시켜 2030년까지 원별 이용률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봤더니, 석탄은 올해 80.74%에서 78.76%로 큰 변화가 없지만 가스발전은 올해 23.39%에서 2023년 8.80%까지 곤두박질 쳤다가 2030년 16.61%를 회복하는데 머문다.

발전원가가 크게 낮은 일부 직도입 가스발전기를 제외하면 이런 전력시장가격 하락과 이용률 감소를 동시에 견뎌낼 발전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부 한전 발전자회사 소유 발전기는 일단 손실을 다른 전원가격으로 보상받지만, 공기업 재무상태가 결국 소비자 부담이란 점에서 차이는 없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3~6월 노후석탄 8기를 정례 가동중단하고 상반기 발전연료 세제개편을 통해 저탄소 전원에 소폭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어차피 노후석탄 정지기간은 전력수요가 연중 가장 낮은 때이고 석탄에 개별소비세를 일정수준 추가로 얹는다해도 석탄과 가스발전간 급전순위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발전업계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어떤식으로든 기존 전력시장제도에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야 탄소감축과 저탄소 전원 확대, 공급안정성이 확보되는 건강한 전력믹스 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정부는 발전원가 상승부담을 이유로 제도개선의 첫 단추가 될 시장분석과 8차 전력수급계획 발전량 목표 설정을 사실상 회피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에도 전기료가 오를 일 없다고 확언한 것이 스텝이 꼬인 이유다.    

발전사 관계자는 "국민 안전과 환경을 고려해 환경급전을 하겠다고 약속한 국회나 정부가 이런 실상을 알고나 있는지, 아니면 앞으로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알면서 전기료만 그대로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원별 발전량을 배분해 발전사와 소비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하고, 그래야 요금이 올라도 대국민 설득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원간 경쟁이 애초 불가능한 환경에서 CBP제도로 원간 경쟁을 유도한 현행 시장제도가 잘못돼 있다는 관점에서 원별 발전량을 배분해 대기질도 개선하고 같은 발전원간 경쟁으로 효율도 높여야 한다"면서 "20년 이상 가동한 가스발전은 용량요금(CP)에서 운전유지비만 지급해 실제 가동설비에 편익을 더 주고 발전공기업 설비는 정산조정계수 대상에서 분리해 민간설비와 동등하게 경쟁시키거나 선진국이 도입한 다양한 장기계약제도로 편입시켜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도 이 문제를 공론화 테이블에 올려 정책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전력설비계획이 하드웨어라면 시장제도는 소프트웨어다. 정치사회적으로 전력믹스 조정합의를 이뤘다고해서 관성이 크고 거대한 전력산업이 바뀔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로드맵을 수립하되 철저한 사전 연구와 충분한 투자로 미리 준비해야 시장혼란과 정책 실패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연료비만 따져 싼 순서대로 가동하는 현행 CBP(변동비반영) 전력시장은 가격기능이 작동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장 효율화가 가능한 구조도 아니다”면서 “기존 CBP체제의 큰 원칙을 가져가면서 탄소 제약발전, 한전과 발전사간 장기 전력공급계약을 점차 확대시키는 방안으로 과도기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공급자 중심 정책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려면 정부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계획경제시대의 마인드로 무장한 산업부 당국자들이 확연히 달라진 환경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만큼 전문성이 있는지,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산업부가 진정성이 있다면 정부 주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비자 비용이 최소화 되고 전력산업 이해관계자들의 건전성이 확보되는 방안을 직접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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