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절약ㆍ환경보호 의미 퇴색

우리나라 전체 차량이 공회전을 5분만 줄여도 수천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또 배출가스를 줄여 공기 오염을 예방할 수 있지만 공회전 차량을 단속한 사례른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필요한 연료소모와 배출가스를 줄이겠다는 목적으로  각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자동차 공회전 단속제가 말 그대로 ‘공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공회전 단속을 벌이고 있는 지자체의 자체 단속실적을 집계한 결과, 실제 적발차량에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는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계도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행 단속체제를 실효성 있게 강화하는 한편 운전자들 스스로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일 수 있도록 에너지 절약인식 제고에 대한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15일 환경부와 산자부에 따르면 정부는 에너지절약 시책의 일환으로 지난 2005년부터 운행과 무관하게 시동을 켜 놓는 자동차 공회전을 금지토록 권장하고 있다. 이에 일부 지자체는 공회전 위반차량에 과태료를 물리는 자체 조례를 신설, 2년여간 단속을 벌여왔다.

 

조례에 따라 소폭 상이했지만 이들 지자체는 통상 영상 5도 이하의 추운 겨울이나 27도 이상의 하절기를 중심으로 단속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의 경우는 요즘 같은 겨울에도 단속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속방법은 주로 운행과 관계없는 시동을 상당시간 유지한 차량에 대해 구두로 1차 경고를 준 뒤 이에 불응하고 5분 이상 시동을 유지한 차량에 대해 5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조례를 적용해 온 서울 은평구청 환경위생과의 한 관계자는 “단속이 목적이라기보다 계도가 목적이다 보니 실제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대부분의 시민이 ‘지금부터 측정합니다’란 말이 떨어지는 것과 무섭게 동시에 껐다”고 말했다.

 

2005년 8월부터 단속을 실시해 온 경남 진주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진주시 환경보호과는 3710대를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이중 58대의 차량에 대해 ‘단속예고(계도)’를 통보했지만 과태료 부과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김율묵 주사는 “2명이 조를 이뤄 시외버스 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을 대상으로 단속에 나갔지만 시민들 반응은 시큰둥했다”며 “과태료 부과에 앞서 경고부터 하고 시간을 측정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지자체의 경우는 아예 단속제 자체가 사문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모 구청의 관계자는 “여러 번 단속을 벌였지만 계도건수도 6건에 그쳤다”면서 “단속보다는 계도 차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 지자체는 지난해 조례를 제정하면서 “인천시 300만대 차량이 10분간 공회전을 금지하면 연간 244억원이 절감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장성규 에너지관리공단 수요관리실 팀장은 “배기량 2000cc 차량이 5분간 공회전을 하지 않으면 100cc의 연료가 절감된다”면서 “하루 10분만 공회전을 줄여도 한 달 8500원(휘발유 기준) 정도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차량등록 대수가 1589만대인 상황을 감안하면 전체 차량이 하루 5분만 공회전을 줄여도 수천억원의 에너지수입액을 줄일 수 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오는 셈이다.

 

그는 “최근 들어 아침나절의 승용차 공회전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휴게소 등에서 잠을 청하는 화물차들의 장시간 공회전은 여전한 상황”이라면서 “신호대기 때마다 시동을 끄는 습관이 보편화 된 선진국과 대조적인 풍경”이라고 지적했다. 

 

유명무실한 현재의 단속체제를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운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박사는 “일단 계도하고 단속에 들어가는 현행 체제는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면서 “육안 단속이 어렵다면 머플러에 리본을 달아 전용차로 단속처럼 비디오 판독을 통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선진국도 구두로 선행 통보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강화하는 것은 조심스런 문제”라면서 “공회전 규제는 가급적 운전자의 자율적 준수를 유도하는 홍보 강화 방안이 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종합2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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