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특집] 대기오염으로 몸살 앓는 세계 대도시들
[국제특집] 대기오염으로 몸살 앓는 세계 대도시들
  • 조민영 기자
  • 승인 2018.05.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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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뉴델리 세계 최악 대기오염 도시 불명예
개도국은 아직 취사용 연료가 주요 오염원

[이투뉴스] 전 세계 인구 10명 중 9명이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 108개국  4300여개 도시에서 측정한 대기오염 수치를 엮어 내놓은 네번째 결과 보고서에서다. 이 보고서는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된 오염 조사였다. 

WHO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도 뉴델리는 세계에서 가장 대기오염이 심한 대도시다. 인구 1400만명 이상의 대도시 가운데 카이로와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인도의 뭄바이, 베이징 등도 대기 오염 수치가 높은 곳으로 지목됐다. 

마리아 네이라 WHO 환경보건 담당관은 “많은 대도시들은 WHO 지침 대기질 수치를 5배 이상 초과하고 있으며, 인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오염은 1㎥에 얼마나 많은 미세 먼지(PM)가 있는지로 측정된다. PM은 PM10과 PM2.5 등 2가지로 나뉜다. 

인체 건강에는 검정 탄소와 황산염 등 유독성 PM2.5 입자들이 가장 큰 문제들을 일으킨다. 이 입자들이 폐 깊숙히 들어가 일부는 혈관에까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 머리 카락 단면 지름이 PM2.5 입자 보다 30배 더 크다. 

보고서는 건강에 해로운 PM2.5 미세먼지 기준으로 세계 최대 오염 도시 15곳 가운데 14곳이 인도에 있다고 밝혔다. 인도 환경부 관계자들은 WHO 보고서 결과에 대해 "당혹스럽지만 놀랍지도 않다"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대기 오염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높으며, 이 때문에 매년 700만명이 사망하고 있다. 오염 관련 사망자의 90%가 중저소득 국가인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다. 

테드로스 애드하놈 게브레이수스 WHO 사무총장은 “대기 오염은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의 사람들에게 주는 타격이 가장 심하다”고 지적했다.

미 대륙과 유럽, 지중해 동부 일부 지역의 대기도 WHO가 정한 인체 건강 위험수치를 나타냈다. 영국에서는 대기오염에 대한 논의는 주로 디젤 자동차가 내뿜는 이산화질소에 집중돼 있다. 영국 정부는 법적 이산화질소 배출 제한량을 정했으나 이를 준수하는데 매번 실패하고 있다. 

WHO는 영국이 이산화질소 뿐만 아니라 다른 미세먼지 농도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영국내 마을과 도시 절반 이상이 권고 수치보다 더 높은 미세 먼지에 덮혀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미국 도시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캘리포니아와 인디애나폴리스, 인디애나, 켄터키 주의 미국 대도시들이다. 그럼에도 가장 대기 오염 수치가 높은 도시들에는 파키스탄 페샤와르, 라왈핀디, 인도의 칸푸르, 바라나시, 카이로, 사우디 아라비아 알 주바일 등이 꼽혔다. 

대기 오염의 주 원인은 화석연료 발전과 산업체 활동, 비효율적 교통 수단 등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일반 가정집 주방에서도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인구의 40% 이상이 환경에 영향이 적은 요리 방법이나 조명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나 숯, 동물의 배설물을 태워 요리나 난방으로 쓰고 있고, 미세 먼지를 발생시키고 있다. 

WHO는 이러한 기술 발달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에만 가정내 오염으로 38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으며, 가정집 실내 오염은 여성과 아이들이 노출될 위험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WHO는 오염된 공기를 마실 경우 심장별, 뇌졸중, 폐암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일부 국가들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대기 정화를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인도는 중국을 본보기 삼아야 한다고 WHO는 권고했다. 

아울러 많은 도시들이 대기오염을 모니터링 하고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정치인들에게 대기 개선을 위한 법 제정의 토대가 되고 있다. 

아울러 일반인들이 자가 운전 대신 도보나 자전거, 대중 교통 이용 등 일상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캠페인들도 진행하고 있다.  

◆ 美 대기질 개선 속도 둔화 '트럼프 정책 영향'  

미국은 지난 50여년간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온 대표적 나라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대기질 향상 속도가 상당히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대기질 연구를 수행한 미국국립대기연구센터(NCAR) 헬렌 워든 박사는 “미국의 대기질은 80년대, 90년대보다 좋아졌지만, 우리가 예상했던 것만큼 빠르게 향상되고 있지도 않다”며 “향상 속도가 꽤 둔화되고 있다”고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지상 오존 농도(스모그)에 영향을 미치는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수준 변화도 연구됐다.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은 날에 형성되는 스모그는 자동차와 트럭에서 배출되는 화학 물질을 더 악화시킨다. 

로스 살라위치 매릴랜드대 대기과학 박사는 "농도가 심한 오존에 노출될 경우 기침과 호흡 곤란, 천식 등 기관지 질병에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2009년 질소산화물 오염 수치는 2005년 대비 7% 하락했으나 2011년과 2015년 사이에는 1.7%만이 떨어졌다. 이는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 사이 76% 둔화됐음을 의미한다.  

환경보호청(EPA)이 발표한 대기질 향상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완전히 반대되는 결과다.  

제 지장 NCAR 전 연구원이자 현 중국과학술대학 연구원은 “EPA 추산치와 실제 대기오염원 측정 사이의 불일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존 오염에 대한 미래 대기질 기준을 맞추는 게 과거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대기질 향상의 둔화의 이유로는 산업용, 주거용, 상업용 보일러와 오프로드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추가적인 오염원이 지적됐다. 아울러 대형 디젤 트럭에서의 배출이 더디게 저감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제이슨 웨스트는 “이번 결과들은 EPA의 컴퓨터 모델이 실제 대기 상태를 얼마나 과도평가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위성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지표면 대기질 모니터링 스테이션 등을 모두 이용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기질 규제법이 불필요하며, 경제 성장을 막고 있다며 제조 분야를 돕기 위해 대기질 규제법을 수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 오염 탓 녹색으로 변한 타지마할

인도의 상징 타지마할이 대기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얀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타지마할이 초록색과 갈색 점들로 뒤덮히고 있다. 인도 대법원은 정부에 타지마할 재건을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을 최근 명령했다. 

청문회에서 재판관들은 타지마할 최근 사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인 타지마할의 더 심한 손상을 막기 위해 지역이나 국제 전문가들로부터 전문적인 조언을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인도 <타임지>에 따르면 재판관들은 “노란색으로 바뀌더니 지금은 갈색과 녹색으로 변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손 쓸 방법을 찾는 게 어려워보이지만 반드시 이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해외의 전문가들로부터 재건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의지와 전문성이 부족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공분하기도 했다. 

타지마할은 매일 5만명, 연간 7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소다. 그러나 지난 달부터 1명당 3시간으로 방문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1990년대 인도 대법원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타지 마할 인근의 공장 수백 곳의 폐쇄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다. 

◆ '맑은 공기를 누리자' 브리드라이프 챌런지

WHO가 세계 대기 오염 보고서를 발표하자 UN 환경 프로그램이 일반 시민들의 친환경 활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브리드라이프 챌런지(BreatheLife Challenge) 캠페인'에 착수했다. UN은 공공 보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시민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UN은 시민들에게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이 요구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 이달월 한달간 42km를 걷거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캠페인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전 세계 여러 도시들과 기업들은 이 캠페인 사업에 동참하고 있으며, 건강 및 체중 관리 어플리케이션 페이서(Pacer)와 자전거 공유 회사 모바이크(Mobike) 등은 수십만명 소비자들에게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캠페인 참여는 브리드라이프 웹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 (http://breathelife2030.org/challenge) 일반 시민들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시애틀 =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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