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연료전지 연구사업' 실효성 논란

420억원의 막대한 민관 예산이 투입되는 국책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이 좌초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의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가정용 연료전지 모니터링 사업(이하 연료전지사업)'이다.

 

3차년도 사업까지 진행해도 성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다 다음달까지 계획된 1차년도 사업에 참여한 기관들의 2차년도 이탈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계획된 사업을 그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연구사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매년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에너지 R&D사업에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시급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겉도는 연료전지 연구개발=산업자원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연료전지사업은 수소연료전지사업단ㆍ가스공사를 주관기관으로 경동도시가스 등 10개 도시가스사가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기술개발사업이다.

 

3차년도를 전체기간으로 봤을 때 지난해 8월부터 내달까지가 1차년도, 내년 7월과 2009년 7월까지가 각각 2, 3차년도에 해당되며, 이 기간동안 정부 205억원, 민간 21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정부가 2013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연료전지사업은, 원리는 간단한 반면 설비와 응용기술은 매우 복잡한 편이다.

 

천연가스(도시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에서 수소를 뽑아내 이를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결합시키며 열과 전기를 만드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쳐 발생된 직류전기는 인버터를 거쳐 교류전기로 전환된다.

 

이 전력을 보통의 한 가정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1kW)를 충당하는데 사용한다는 것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연료전지사업의 기본 로드맵이다. 무공해 원료라 환경부하도 적고 가정마다 발전소 하나씩 갖게 되는 셈이니 에너지분산형 체제에도 기여한다는 명목도 된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희망'과 달리 참여기관은 물론 주관기관조차 사업성과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는데 이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 주관기관도 '갸우뚱'=익명을 요구한 주관기관의 한 관계자는 "나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차라리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된 이후 장비(설비)를 수입해 사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며 "경제성으로만 본다면 당장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 이 사업"이라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보면 3년간 연구를 차질없이 진행시켜도 연료전지에 대한 주요부품의 100% 국산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재 대당 1억 5000만원을 웃도는 설비값은 사업 종료 이후 여전히 8000만원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애초 상용화 목표와도 거리가 멀다.

 

이미 일본이 대당 400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과 크게 비교된다. 국산 연료전지는 내구성도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동급 기종이 수만시간의 내구성을 자랑하고 있는 반면 국산장비는 불과 3000시간을 가동하면 수명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억원을 호가하는 장비가 반년도 사용하지 못해 폐품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는 "유사한 방식의 코젠(소형열병합발전)을 도입, 개발하는 게 연료전지를 상용화하는 것보다 낫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장래를 생각해 국산화를 시도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석유고갈시대를 대비해 정부가 비싼값을 들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무용론'을, 그것도 연구책임자가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 장비 절반은 가동정지=사정은 참여기관 자격으로 실제 설비를 시험 운영중인 도시가스사 역시 다르지 않다.

 

현재 국산 연료전지 개발업체인 S사와 U사가 제작ㆍ납품한 설비는 가스공사에 14대, 대구ㆍ대한ㆍ부산ㆍ충남ㆍ해양도시가스에 각 3대, 경남에너지ㆍ경동도시가스ㆍ예스코 등에 각 2대 등 총 40대가 운영중에 있다.

 

정부 방침만 믿고 장비를 구입 운영한 이들 가스사는 적게는 1억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이 사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일부 가스사는 "가능하다면 2년차 사업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흘리며 비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료전지 시스템에 대한 운용정보나 노하우를 제작사가 독점하는 방식인데다, 내부 구조를 알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하면 더 큰 고장이 생기기 전에 작동 먼저 정지시키고 본다는 현장관계자의 증언이다. 


한 도시가스사의 담당자는 "현장 조건이 각각 달라 빈번하게 고장이 발생함에도 손 한번 쓰지 못한 채 무작정 기술자들을 기다려야 한다"면서 "가동중인 40대 중에 항상 절반가량은 가동중단 상태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이처럼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연료전지 사업에 대해 정부는 3차년도로 계획된 연구사업을 기존 계획대로 끌고 나갈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 사업평가 무관 차기사업 강행=산자부는 이달말께 1차년도 사업에 대한 평가회를 가져 2차년도 사업추진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앞서 에관공과 가스공사는 지난 9일 지자체 관계자들에게 '2차년도 70대 추가보급'에 대한 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사업평가 결과와 관계없이 연료전지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기관은 이달 29일 국무총리 공관에 4기의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면서 주요내빈을 초청한 가운데 연료전지사업에 대한 기념행사까지 열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총괄주관기관인 수소연료전지사업단은 '실리보다 명분'이라는 논리로 기존 연구사업이 한층 속도를 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태환 수소연료전지사업단 팀장은 "(일부 지적이) 틀린말은 아니지만 선진기술이 우리 시장을 장악하게 될 미래를 생각하면 오히려 정부차원의 조직적인 연구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선진기술이 앞섰다고 무작정 손을 놓고 있는 건 외국기업에 우리 시장을 통째로 내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어려운 작업을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보면 곤란하다"면서 "이럴수록 정부가 수요처를 넓히는 작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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