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질 플라스틱 태양전지, 실리콘 전지의 대항마로 부상

태양광발전의 핵심부품인 태양전지는 광전환 효율이 성능의 잣대다. 똑같은 빛을 받고 얼마나 많은 전기를 만들어 내느냐가 성능을 가름한다. 현재 태양광발전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태양전지의 효율은 15% 내외다. 이들 전지는 폴리실리콘 등의 무기질을 원료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전 세계가 대체에너지 개발에 뛰어들면서 태양전지 원료인 실리콘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다 보니 천정부지로 값이 올랐다. 이 실리콘 원료를 제때 싸게 공급받는 일이 태양광 산업의 지상 과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태양전지는 폴리실리콘 없이는 만들 수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지난해 광주과학기술원 이광희 교수팀이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고분자와 플러린 등의 유기물을 이용해 기존 플라스틱 전지보다 효율이 월등한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실리콘 태양전지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현주소와 잠재력에 대해 알아 본다.

 

 

◆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효율이 낮다(?) = 기존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결정적 단점은 낮은 효율이다. 광전환 효율이 최대 5%에 그쳐 발전용으로는 사용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플라스틱 전지가 5%, 일본과 유럽이 각각 4%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광희 교수팀의 이번 연구결과가 주목받은 점은 바로 이 같은 상식을 뒤엎었다는 데 있다. 

 

이들은 연구에서 6.5%까지 효율을 높인 제품을 선보여 플라스틱 전지의 한계효율인 5%를 뛰어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비효율 전지로 낙인된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광주과학기술원에 따르면 연구팀은 용액상태의 원료를 원심력을 이용해 박막으로 덧씌우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이 기술을 응용해 두 개의 전지가 포개진 형태의 적층형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전지는 햇빛 중 가시광선만을 흡수했으나 연구팀이 개발한 태양전지는 적외선까지 흡수해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나타냈다. 각각 서로 다른 빛의 영역을 흡수할 수 있는 박막형 전지를 겹으로 쌓아 보다 넓은 영역의 태양 빛에 반응하는 전지를 개발한 것이다. 

 

이 교수는 "태양전지에 대한 최적화가 이뤄지면 무기질 전지의 효율 수준인 15%까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우선 2008년 초 기존 효율을 한 단계 높인 결과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자신했다.

 

이 교수는 "실험실 단계의 기술을 대량생산 프로세서에 접목하면 앞으로 인쇄하듯 태양전지를 생산하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 효율은 'UP' 가격은 'DOWN' =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또 다른 장점은 태양전지를 싼 값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 기존 전지는 W당 2~3달러의 생산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유기물 플라스틱 전지는 기존전지의 10분의 1 가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연구팀 김희주 박사는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모사한 '인공 광합성 소자'로서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고분자와 플러린 물질을 이용했다"며 "실리콘 기반의 기존 무기물 태양전지 대비 경제성이 높아 차세대 저가형 전지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얇은 반도체 성질의 플라스틱에 인쇄방식으로 재료를 입히는 기술을 개발함에 따라 복잡한 제조공정을 간소화시켜 제조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면서 "이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신개념 저가 태양전지 시장을 선점하는데 유리한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플라스틱 고유의 성질을 이용해 다양한 응용제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도 유기물 플라스틱 전지의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휘거나 접는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중량이 가벼워 휴대용 제품에도 알맞다.

 

예를 들면 휴대용 가방 표면을 태양전지로 감싸 여기서 생산된 전기로 가방 속에 든 핸드폰을 충전하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또 곡면 빌딩 외벽 전체를 태양전지로 장식하거나 종이처럼 접어 다니는 전자신문에 전원으로 이용될 수 있다.  

 

이광희 교수는 "태양광을 이용한 휴대용 충전기나 옷처럼 입을 수 있는 태양전지, 건물 외벽을 둘러싼 태양전지도 구현이 가능하다"며 "기존 개념과 전혀 다른 응용소자를 개발함으로써 평판 개념의 기존 전지가 불가능한 새로운 영역에 태양전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내구성 확보와 효율 향상 관건 = 플라스틱 태양전지는 이처럼 잠재력과 활용분야가 다양하다. 그러나 시장 확대를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한 자릿수 효율을 적어도 10%대로 끌어올려야 20%대 진입을 앞둔 무기질 태양전지의 상대가 된다.

 

앞으로도 광전환 효율은 태양전지의 가치를 매기는 불변의 척도로 활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내구성 공정을 간소화한 만큼 얼마나 오랫동안 광전효과가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내구성 확보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유기질은 무기질보다 물적 특성이 쉽게 변하고 내구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광희 교수는 "소자를 최적화시켜 수명을 늘리고 향후 2~3년 내에 경쟁력 있는 시제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보다 다양한 영역과 분야에서 발생하는 만큼 플라스틱 태양전지의 미래는 매우 밝은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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