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기름보다 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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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8.08.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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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량 기준 가정용 전기료 등유가보다 낮아져
전기료 옥죄 순환정전 부른 MB정부 이후 처음
일본·EU는 전기가 2~3배 비싸…소비왜곡 우려
▲2001~2018년 1분기 전기(가정용)·등유·천연가스 1TOE(순발열량 기준)당 에너지가격(세금포함, 단위 미국달러) 비교. 위 한국, 아래 일본 상대가격. 일본은 2차 에너지인 전기가 항상 가장 가격이 높고 등유가 가장 저렴했다. 반면 한국은 장기간 등유보다 전기가 저렴한 상태를 유지하다 2015년부터 일시 정상화 됐으나 올해 1분기 거의 같은 수준이 됐고, 현재는 전기가 더 저렴해 진 것으로 보인다. ⓒ IEA, 석광훈
▲2001~2018년 1분기 전기(가정용)·등유·천연가스 1TOE(순발열량 기준)당 에너지가격(세금포함, 단위 미국달러). 위 한국, 아래 일본. 일본은 2차 에너지인 전기가 항상 가장 가격이 높고 등유가 가장 저렴했다. 반면 한국은 장기간 등유보다 전기가 저렴한 상태를 유지하다 2015년 정상화 됐으나 올해 1분기 거의 같은 수준이 됐고, 현재는 다시 전기가 더 저렴해 진 것으로 보인다. ⓒ IEA, 석광훈

[이투뉴스] 석탄이나 유류를 연소시켜 생산한 전기가 다시 기름값보다 저렴해졌다. 산유국이나 독재국가 이야기가 아니라 에너지·자원 빈국이라는 한국 얘기다. '밀가루보다 싼 빵', '콩보다 싼 두부'로 비유되는 1,2차 에너지간 상대가격 역전 현상이 현 정부서 재현되고 있다. 시급히 가격정상화에 나서지 않으면 당장 올겨울부터 전기로 대체수요가 몰려 소비왜곡이 심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26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에너지원별 TOE(1TOE=1000만kcal=4739kWh)당 에너지가격(순발열량 기준, 세금포함) 추이를 보면, 지난해 1TOE에 1068달러였던 국내 등유는 올 1분기 1194달러로 값이 뛰었다. 2016년부터 국제유가가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서 유통된 실내등유는 작년 7월 리터당 최저 780원에서 지난달 911원이 됐다. 3분기 등유가격(TOE) 역시 유사한 추이로 이미 1200달러대를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등유가격은 에너지 상대가격을 따질 때 쓰이는 중요지표다.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은 약 400만호 가운데 심야전기 사용가구(약 50만호)를 제외한 350만호가 등유나 프로판(LPG)으로 난방을 한다. 가정을 비롯한 상업시설도 전기, 등유, LPG 등을 혼용하면서 가격이 저렴한 쪽으로 소비가 몰린다. 1,2차 에너지간 상대가격을 유지해야 전기화(電氣化)에 따른 소비왜곡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가정부문 전기가격은 2005년부터 10년간 등유보다 낮게 유지돼 왔다. 특히 유가 폭등에도 전기료 인상을 미룬 2010~2014년 사이 전기-등유간 가격역전 폭이 가장 컸다. 당연히 전력소비가 급증했고, 급기야 2011년 9월 초유의 순환정전을 맞딱 뜨린다. 이후 수차례에 걸친 전기료 현실화로 2015년 가까스로 상대가격이 정상화 됐는데, 올해부터 가격이 재역전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올들어 국제유가가 뚜렷하게 상승했고, 그에 따라 등유가격이 1분기보다 추가 상승해 전기가 등유보다 이미 저렴해졌다"면서 "이 가격이 유지되면 수요가 급증해 전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전기화로 한전 등 공기업 적자가 불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으론 연료비 연동제 도입, 장기적으론 OECD나 IEA 권고처럼 전기료에 원가 변동요인이 자동부과되는 요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차 에너지 가격이 1차 에너지보다 저렴한 사례는 선진국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같은 통계에 의하면 일본이나 유럽연합은 2000년대 이후 현재까지 단 한번도 전기가 등유가격을 밑돈 적이 없다. 일본은 늘 TOE당 전기료가 등유보다 최소 갑절이상 비쌌고, 지난해에는 3배 가까이 격차를 벌렸다. EU는 줄곧 전기료가 등유보다 3배 가량 비쌌다. 아무리 전기사용이 편해도 굳이 1차 에너지 대신 전기를 쓸 이유가 없는 가격구조다.

석 위원은 "에너지요금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주로 보조형태라 수많은 왜곡이 발생하고, 이는 에너지수요관리나 효율기술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악화(惡貨) 역할을 한다. 에너지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현 가격정책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세율조정이나 연료비 연동제 등 비상체제를 강구해 조속히 상대가격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에너지가격 규제를 차단할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기획재정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중 공공요금 산정원칙 1항을 보면, 전기료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미 법률에 의해 보장된 총괄원가를 우린 정부가 지키지 않아 등유보다 전기료가 싼 어이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라며 "현행 규제가 온갖 시장왜곡의 주범임을 인식해 정치권과 정부의 표퓰리즘적 접근을 하지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선진국은 전기료 조정사유 발생 시 전력사가 독립규제기관에 심의를 요청하고, 규제기관은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가들과 심의해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 시스템이 구축되면 전기료 역시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결정하듯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며 "정치는 항상 표를 의식해 가격을 싸게만 유지하려 하고, 정부는 공기업을 통제권 아래서 놓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올해 누진제 한시 완화가 그 대표적 예"라고 꼬집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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