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答이 있다] 구미그린에너지 발전사업 햇수로 2년째 답보
코앞 변전소·유휴부지 놓고도 구미열병합측 첫삽 못떠 전전긍긍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단지 항공사진. 빨간색 박스안 구미열병합발전소내 공터가 29MW 바이오매스발전소 예정 부지다.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단지 항공사진. 빨간색 박스안 구미열병합발전소내 공터가 29MW 바이오매스발전소 예정 부지다.

[이투뉴스] ‘SK하이닉스, 구미로 꼭! 오세요.’ 도로변에 내걸린 플래카드가 주인을 잃고 나부꼈다. “엊그제만 해도 어딜 가든 저런 현수막이 꽉 차 있었는데, 발표 나고 다 떼버린 모양이네요. 그나저나 산단(産團)이 갈수록 활력을 잃고 쪼그라들어 큰일입니다.” 길 안내에 나선 우성근 GS E&R 상무가 수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26일 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단지 제1단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유치 무산 소식에 쇠락한 산단이 한층 더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때 국내 최대 전기전자·섬유산업 메카로 번성했던 구미산단은 잇따른 대기업 이탈과 관련 제조업 불황으로 빠르게 퇴조하는 모양새다.

2015년 10만2240명에 달했던 산단 근로자수는 작년 상반기 9만3809명으로 1만명 가까이 줄었고, 수출액도 2013년 367억 달러(한화 41조673억원)에서 2017년 283억 달러(31조6677억원)로 주저 앉았다. 작년 하반기 기준 실업률(4.6%)은 거제, 통영, 과천에 이어 전국 상위 4위다.

이상 징후는 에너지사용량 추이로도 나타나고 있다. 같은날 구미산단 제1단지 한복판에 위치한 GS E&R 구미열병합발전소. 인근 50여개 사업장에 전력과 열원을 공급하는 이 시설의 스팀판매량은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임철현 본부장은 “2016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는 매년 조금씩이라도 사용량이 꾸준히 늘었는데, 작년 하반기부터는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만큼 전반적인 업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열병합발전소 사무동 4층 옥상에 올라서자 구미산단 제1단지 전경이 한눈에 시야로 들어온다. 각 사업장에 열원을 공급하는 스팀배관이 동맥처럼 뻗어나가 있고, 약 150m 떨어진 지점에선 154kV 한전 광평변전소가 목격된다. 기존 발전소 바로 옆 공터는 축구장 1.5개 크기(1만2500㎡) 유휴부지다.

한전 송전당국에 의하면, 구미산단을 포함한 대구지역 일대는 주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과 경주시 월성원전 등에서 765·345kV 송전선로로 수송된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전력소비량에서 자체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자급률이 20%에도 못 미친다. 특히 대량 소비처가 몰려있는 구미지역 전력자급률은 5%에 불과하다.

설비용량은 97MW로 크지 않지만, 구미열병합과 같은 분산전원의 가치가 남다른 지역이다. 분산설비는 전력공급지와 수요지를 일치시켜 사회적 수용성이 낮은 송전탑 건설과 송전손실을 최소화 해준다. 이에 따라 GS E&R은 과거 열병합 증설에 대비해 비워 둔 유휴부지를 활용해 29.9MW급 중소형 바이오매스 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미그린에너지 바이오매스 발전소 조감도 ⓒGS E&R
▲구미그린에너지 바이오매스 발전소 조감도 ⓒGS E&R

자회사 구미그린에너지를 설립해 2017년 5월 전기위원회 발전사업 허가, 이듬해 5월 산업통상자원부 공사계획 인가(전력산업과)까지 받았다. 이미 확보된 미활용 부지와 송전망 및 공업용수 인프라, 주거지역과 1km 이상 떨어진 발전소 입지 등까지 감안하면 더없이 이상적인 분산전원 입지라는 판단에서다. 산단 주변 50여개 입주사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물론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추진은 정부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에 따라 공급인증서(REC) 이행실적 확보가 필요했던 까닭도 있다. GS E&R은 2017년 1190MW규모 동해화력 상업운전에 따라 RPS 의무이행사로 편입됐다. 지금까지 태양광 5MW, 풍력 85.6MW 등을 확보했으나 매년 상승하는 목표대비 실적이 크게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순풍을 탈 것으로 예상했던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은 햇수로 2년째 답보상태다. 작년 7월 구미시는 재생사업지구내 도시관리계획 결정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GS E&R의 도시계획 입안제안서를 한차례 반려했다. 지자체와 원만한 협의 아래 추진된 이전 산단 바이오매스 발전사업들과 대비된다.

이에 발전사는 같은해 10월 구미 1산단 재생계획 변경에 이 사업을 포함시켜 줄 것을 재요청했고, 시(市)는 해당계획 및 재생계획 변경 완료 고시 후 해당요청을 검토하겠다며 또다시 시간끌기에 들어간 상태다. 뜻하지 않은 사업지연에 GS E&R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RPS의무량을 못 채우면 한해 수십억원대 과징금을 물 수도 있다.

GS E&R 구미바이오매스 담당자는 "LNG발전소 수준의 법적 환경기준 충족은 물론 사업허가 당시 적용기준을 2020년 새 기준으로 강화해 대기오염 우려자체를 불식시킬 계획"이라며 "중소형 바이오매스 발전시설 확충이 분산형 전원 확대와 지역산단 경제적 에너지공급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협조와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우성근 GS E&R 상무는 "정부(산업단지관리공단)가 운영하던 열병합을 인수해 지금까지 25년 넘게 가동해 왔지만, 백연현상 외에 지금까지 환경문제로 산단 주변지역 주민의 불만을 사본적은 없다. 발전소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분들이 더 많을 정도"라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 일원으로 사회공헌과 공적책임 이행, 소통활동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구미=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GS E&R 구미열병합발전소. 발전설비 옆 공터가 바이오매스 발전소 예정부지다. 과거 열병합발전소 증설을 염두에 두고 유휴부지로 남겨놓은 땅이었으나 활용처가 없었다.
▲GS E&R 구미열병합발전소. 발전설비 옆 공터가 바이오매스 발전소 예정부지다. 과거 열병합발전소 증설을 염두에 두고 유휴부지로 남겨놓은 땅이었으나 활용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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