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설시간·비용 절감, 신속한 발전량 증감 가능
백업 전력 제공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병행 운영

[이투뉴스] 미국에서 소형 원자로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원자로는 규모가 크고 복잡하고 값이 비싼 게 특징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98개 원자로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크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저렴한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의 등장으로 새로 건설되는 원자로보다 폐쇄를 앞 둔 게 더 많다. 소형 원자로 개발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미국 오레곤에 있는 누스케일 파워(NuScale Power)는 기존 원자로의 특징과는 완전히 반대인 ‘작고, 간단하고, 저렴한’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누스케일 파워는 자사의 ‘소형 모듈 원자로’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소가 운전하지 않을 때 백업 전력을 제공하는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함께 운영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누스케일의 창업자인 호세 레이스 기술 최고책임자는 대형 원자력 발전소 대신 12개 소형 원자로를 연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형 원자로는 공장에서 모듈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트럭으로 운송도 가능하다. 그는 “발전소 부지에서 필요한 시설들을 만드는 동시에 공장에서 모듈을 제조함으로써 건설 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스케일 파워의 모의 실험장치는 규제자들을 대상으로 시연하기 위해 오레곤 주 코발리스에 설치됐다. 1개 관리실에서 12개 소형 원자로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회사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발전소 운영 방식을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고는 쓰나미가 원자로 및 사용후 연료를 식히는 오프라인 비상용 발전기를 망가뜨려 원자로 용해가 진행돼 발생됐다. 프로그램 관리부의 카린 펠드먼 부회장은 “과거 실패했던 시스템 사례들을 관찰했다”며 “우리 디자인에서 과거 문제점들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누스케일 파워의 소형 원자로 디자인은 긴급 상황에서 작동을 멈추는 발전기에 의존하지 않는 대신 수동 냉각을 사용하고 있다. 원자로는 격납용기에 둘러싸여 열을 흡수하는 지하 수조에 담긴다.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는 비상 상황에서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다. 펠드먼 부회장은 “AC또는 DC파워가 필요하지 않다. 우리 원자로는 안전한 환경에서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스케일 파워는 첫번째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에 전력을 공급하고, 나머지는 6개 서부 주 46개 회원 전력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유타 시 협력 전력 시스템(UAMPS)에 공급할 예정이다.

UAMPS는 태양광 패널 또는 풍력 터빈이 가동하지 않을 때 발전 가능한 무탄소 전력원을 물색해오다 누스케일 파워의 모듈식 원자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현 원자력 발전소들은 항시 가동 중인 반면 누스케일의 소형 원자로는 전력 수요에 맞춰 비교적 빠르게 발전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UAMPS의 더그 헌터 CEO는 “배터리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주고 있는데, 누스케일의 원자로가 배터리보다 더 저렴하다”고 밝혔다. 그는 “각 모듈이 최대 2년 운영에 필요한 연료를 갖고 있다”며 “2년에 한 번씩 충전하는 배터리와 같다”고 말했다.

누스케일 파워는 자사의 모듈식 소형 원자로의 안전성을 원자력 규제 위원회에 증명해야 한다. 회사는 지난해 위원회의 검토 첫 단계를 완수했다고 밝혔다.

기존 원자력 발전소와 매우 다른 디자인 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위원회에는 새 원자로를 수용하기 위해 바꿔야하는 규제들도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 발전 감시단체들과 비평가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 과학자 모임(UCS)내 ’원자력 안전 프로젝트’의 에드윈 리먼 디렉터는 “누스케일이 자사 원자로가 안전하다고 전적으로 믿고 있어서 예외 조항들을 밀어부치고 있는 부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스케일의 수동 냉각이 안전한 디자인일지라도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규제자들의 결정을 세심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스케일은 2026년 첫번째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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