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비용량 2000년 36MW → 2021년 420MW 급증
산업 전기료 지수 韓100 vs 日 153 vs OECD 평균 104

▲국내 데이터센터 설비용량(전력용량 기준) 추이. 배경사진은 태양광으로 자체 소비전력을 충당하는 애플 본사(애플파크) 사옥. ⓒKDCC
▲국내 데이터센터 설비용량(전력용량 기준) 추이. 배경사진은 태양광으로 자체 소비전력을 충당하는 애플 본사(애플파크) 사옥. ⓒKDCC. 애플

[이투뉴스] 세계 1위 IT기업 A사는 지난해 한전에 40MW규모 전력사용신청을 제출했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업단지에 건설하는 대형 데이터센터(DC) 운영을 위해서다. 한전은 인근 154kV 변전소의 용량을 키운 뒤 선로를 신설해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A사는 부산 센터를 300MW 안팎까지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앞다퉈 한국 땅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수도권에서만 6~7개의 굵직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고, 부산에서도 MS를 비롯한 다수 해외기업이 클라우드데이터센터(CDC) 신설을 추진 중이다. 늘어나는 국내 고객수요 및 중국과 일본 사이라는 지정학적 이점, 품질은 높고 요금은 저렴한 전력인프라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다.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데이터센터는(바닥면적 500㎡ 이상)는 2000년 53개에서 지난해 155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ICT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미래산업까지 가세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자체가 늘었고, 국내 트래픽도 3~4년 사이 2.5배 증가했다.

데이터센터 급증세는 관련 전력설비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KDCC) 자체집계에 의하면, 2000년 35.8MW(설비용량 기준)에 불과했던 데이터센터 설비용량은 2010년 143.4MW, 지난해 248.6MW 순으로 최근 10년간 연평균 11.2% 증가했다. 최근 수도권 및 부산권 신설사업을 감안하면 2021년 설비용량은 420MW 안팎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황수찬 항공대 공과대학 교수(KDCC 그린데이터센터 인증위원장)는 “국내외 기업이 동시에 신‧증설에 나서 3년 뒤 설비용량은 현재의 2배 수준이 될 것”이라며 “기존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CDC로 진화하면서 전력소비량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해외기업은 미국 MS와 일본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IBM, 시스코, 오라클 등 다수다. 직접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도 하지만 KT나 LG 등 국내업계 설비를 임대 사용하는 양도 적잖다.

글로벌 IT기업의 국내 진입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우호적인 여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경우 지진 등 자연재난이 잦고, 중국은 정치적 상황이나 규제로 투자리스크가 크지만 한국은 이 두 문제에서 자유로운데다 지리적으로 양국과 맞닿아 있어 아시아권 허브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과 우수한 전력인프라에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해석이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365일 가동되는 IT산업의 두뇌로, 서버와 스토리지 작동 및 센터내부 항온·항습유지에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 서버 기초단위인 랙(Rack) 1개당 소비량은 일반 가정집(3kW) 한 가구와 맞먹고, 최근 급증하는 CDC 랙은 기존보다 최대 20배까지 전력소비량이 많다. 전 세계 전력의 2~3%, 국내 전력의 1~2%를 데이터센터가 소비한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IT업계가 데이터센터 후보지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한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OECD 주요국 전기요금 수준(2017년 기준)을 비교해 보면, 한국의 전기료는 주택용은 34개국 중 네번째로 저렴하고 산업용도 OECD 평균을 밑돈다. 각국 전기료를 주거부문과 산업부문을 나눠 지수화하면, 국내 산업부문 요금을 100으로 볼 때 영국 128, 일본 153, 독일 145, 이탈리아 180 등으로 높고 OECD 평균도 104에 이른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전체 운영비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전기료와 전기품질"이라며 "한국은 전 세계 최고 수준 신뢰도와 최단 정전시간, 평균 이하 전기요금을 모두 만족시키는 최적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글로벌기업 데이터센터 유입을 마냥 호의적으로 볼 순 없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건설공사와 세수측면에서만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 완공 이후 고용창출이나 연관산업 부양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자국에선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한 기업들이 한국에 들어와 환경부하가 높은 원전·석탄 혜택을 누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황수찬 항공대 교수는 "데이터센터 처리량이 늘어나면 서버 자체 전기소비량과 냉각을 위해 투입되는 전력도 덩달아 증가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과거 대비 최근 신축 데이터센터 효율은 크게 개선됐다. 4차 산업과 5G,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자율주행 등의 변화를 고려하면 이 분야의 전력사용량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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