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자회사에 추가 전환대상 검토 회신 요청
석탄화력 발전총량 정해 전원내 경쟁도 유도

▲'과감한 탈석탄'을 천명한 정부가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기 이상의 석탄화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한 발전사 석탄 하역부두 설비.
▲'과감한 탈석탄'을 천명한 정부가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기 이상의 석탄화력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한 발전사 석탄 하역부두 설비.

[이투뉴스] 정부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과감한 탈(脫)석탄’을 천명한 가운데 30년 이상 가동한 20기 이상의 석탄발전소를 폐지하고, 그 공백을 천연가스(LNG)발전소로 메우기로 했다. 이 과정에 정부는 매년 석탄화력 발전량 한도를 정해 범위내에서 같은 전원끼리 경쟁하도록 하는 시장제도 정비도 추진할 예정이다.

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정부는 석탄화력을 운영하는 5개 한전 발전자회사에 내달말까지 어떤 발전소를 폐지하고 LNG발전소로 대체할지 검토해 회신을 달라고 통보했다. 당국은 수개월 전에도 같은 의향을 물어 약 7000MW의 대체 대상을 추렸다. 하지만 전력계획 수립기한이 1년 연장되면서 이번에 재조사에 나선 것이다.

직전 조사에서 ‘살생부’에 포함된 석탄화력은 2000년대 초반 건설된 500MW급 초임계 표준석탄 14기다. 남부발전과 동서발전이 하동화력 1~4호기와 당진화력 1~4호기를 리스트에 올렸고, 남동발전(삼천포 5,6호기), 중부발전(보령 5,6호기), 서부발전(태안 3,4호기) 등도 회사별로 2기씩 대체건설 의향을 냈다.

보령화력 3,4호기는 이미 성능개선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라 후보에서 뺐다. 이전 8차 전력계획에서 LNG전환이 결정된 서부발전 태안 1,2호기와 남동발전 삼천포 3,4호기를 포함하면 향후 10년 내 최소 18기, 9000MW 안팎의 석탄화력이 문을 닫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가 과거와 달리 강한 탈석탄 의지를 보임에 따라 최종 9차 계획에서 폐지 또는 LNG전환이 결정될 발전소는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당국이 수급계획 범위를 2034년까지 넓히면서 서부·중부·남부·동서발전의 8기가 추가로 폐지후보에 오르게 됐고, 남동발전은 영흥화력 1,2호기까지 포함시켜야 할 형편이 됐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발전사는 아직 이들 발전소에 대한 내부 처리방향을 정하지 못했으나 일부 발전사는 석탄화력 감축을 불가피한 흐름으로 보고 ‘추가 2기 전환’ 결정을 굳혀 당국에 귀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정부가 석탄화력 대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경우 9차 전력계획에서만 20기 이상의 추가 석탄감축이 현실화 될 수 있다.

발전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이사회 보고 등이 필요해 아직 정부에 회신을 주지 못했지만, LNG대체건설을 전제로 한 전환이라면 충분히 검토해 볼만하다는 판단"이라고 했고, 또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어차피 탄소감축과 미세먼지 이슈 등으로 앞으로 석탄화력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기를 선뜻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 대체해주지 않아 줏어담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최신 초초임계(USC) 석탄화력을 제외한 모든 초임계 발전소를 한번에 없애겠다는 것인데, 장기적인 수급 관점에서도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검토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을 흐렸다.

일부 노후LNG를 국산 가스터빈으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와 발전사 간 물밑 교감이 오가고 있다. 발전업계에 의하면, 당국은 국산 발전기자재 육성 차원에 9차 계획내 폐지시점이 도래하는 서부발전 서인천복합(1800MW)과 남부발전 신인천복합(1800MW)을 두산중공업이 개발한 국산 가스터빈으로 건설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신규사업 건설의향은 수급계획 수립을 마무리한 이후 별도 접수할 예정인데다 한정된 필요물량을 놓고 진입경쟁을 벌여야 하는 민간발전사들이 형평성을 제기할 수 있어 본격적인 논의는 올해말 이후에나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가급적 상반기에 9차 계획 작업을 완료, 새로 구성된 국회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민자석탄 표준투자비 산정 공방으로 한계를 드러낸 전력시장 제도개선 작업도 본격화 된다. 정부와 전력당국은 전원별 발전량 총량을 미리 정해 석탄화력은 석탄화력끼리, LNG발전은 같은 발전기끼리 경매식 입찰로 시장경쟁을 벌이는 방식의 차기 시장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그간의 '전원간 경쟁'은 '전원내 경쟁'으로 달라진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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