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에 올라탄 대가…민자 석탄火電의 저주
막차에 올라탄 대가…민자 석탄火電의 저주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9.10.14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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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6차 전력계획서 태동 뒤늦게 곪아 터져
안정적 발전사업서 온실가스·미세먼지 주범으로
정산조정계수 표준투자비 놓고 당국과 줄다리기
▲고성그린파워 고성하이발전 건설현장 ⓒE2NEWS DB
▲고성그린파워 고성하이발전 건설현장 ⓒE2NEWS DB

[이투뉴스] ‘75%, 35% 15%.’

9월말 현재 민간자본이 투입된 3개 석탄화력발전사업(고성그린파워 고성하이발전, 강릉에코파워 강릉안인화력, 포스파워 삼척화력)의 사업공정률이다. 모두 이명박 정부 임기 말(2013년)에 수립된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사업이 추진됐고, 발전연료로 유연탄을 사용하며, 민간대기업이 대주주로 참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1기당 설비용량이 1000MW(=1GW)에 달하는 대형발전기(보일러)를 2기씩 조합한 형태도 같다. 이들 민자석탄은 2021년 4월 고성하이 1호기를 시작으로 2024년 4월 삼척화력 2호기까지 모두 6GW가 순차 완공될 예정이다. 더 이상 신규 석탄 건설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가장 마지막에 건설된 마지막 석탄화력’으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막차’에 올라탄 대가는 혹독할 전망이다. 불과 5~6년 사이 석탄발전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딴판으로 변했다. 이제 석탄화력은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이 아니라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퇴출대상이 됐다. 앞으로 기후위기 대응논의가 본격화 되면, 그 압박강도는 한층 거세질 것이다.

정책 대전환도 이들이 예상치 못한 변화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전원 확대는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 안에서 한국의 전통 시장제도도 근본적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틈에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태동한 민자석탄은 서자(庶子) 신세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당국은 민자석탄 적정수익률을 놓고 고심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9.15 순환정전으로 태동
국내 민자석탄은 국내외서 벌어진 두 가지 사건‧사고를 계기로 태동했다. 2011년 3월 이웃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해 9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초유의 순환정전(블랙아웃) 사건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6차 수급계획을 세우면서 두 가지 돌이킬 수 없는 악수(惡手)를 뒀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도 낮은 전기요금을 유지해 수요를 비정상적으로 키워놓더니, 공급력에 구멍이 뚫리자 다시 무더기로 공급을 늘리는 하책을 동원했다. 당시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로 수용성이 떨어진 원자력을 대신해 무려 12기, 10.7GW의 석탄화력을 새로 허가한다. 이는 녹색성장 정책과도, 전 세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추세와도 거리가 먼 임시방편이었다.

하지만 한번 잘못 든 길은 퇴로가 마땅치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7차 전력계획을 수립하면서 송전망 확보가 불가능한 동부하슬라 2GW와 영흥화력 1.7GW 등 모두 3.7GW 석탄화력을 계획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이들 설비는 어차피 6차 전원계획의 조건부 반영설비여서 석탄화력 폭주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에너지전환정책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 역시 묘수를 내지 못했다. 2017년말 수립한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1.2GW규모 당진에코파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고 일부 노후석탄을 조기폐쇄하는 수준의 출구전략을 모색한다.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을 동시 추진해 수급불안을 자초한다는 외부 비판이 거셌던데다 발전공기업만이 향유해 온 기저발전의 안정적이고 높은수익을 민간자본이 쉽게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간자본, 기저발전 안정적 고수익 노려
민자석탄의 운용할 전력시장제도도 정부마다 우왕좌왕 혼란을 부추겼다. 2014년 4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정부승인차액계약제(일명 베스팅컨트랙트) 시행을 위한 법적근거를 만든 정부는 2년간 세부 운영규정까지 다듬더니 2016년 6월 돌연 이 제도 철회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5차 전력계획에 반영된 최초의 민자석탄인 GS동해전력은 이듬해 3월 급조한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야 했다. 이런 제도 급변이 얻은 유일한 성과는 일부 석탄화력 프로젝트의 자금조달(PF)을 수개월 지연시킨 것이 전부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민간자본은 앞다퉈 사업공정률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더 큰 정책변화 시도가 있기 전 사업을 좀 더 진척시켜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계산에서다. 2015년 착공한 고성하이 1,2호기와 작년 3월 첫삽을 뜬 강릉안인화력 1,2호기 건설공사가 다른 석탄화력과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큰 빠른 속도로 추진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달 현재 고성하이는 발전소 주공사랄 수 있는 압력부와 터빈설치까지 완료된 상태며, 강릉안인화력도 보일러 철골과 송전선로 공사, 해상하역부두 및 지중송전선로 공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상협의와 천연동굴발견으로 지지부진하던 포스파워 삼척화력도 내년초 콘크리트 타설과 2021년 보일러 압력부 설치를 목표로 본격적인 기반공사 및 굴착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력당국은 지난달말 완료된 표준투자비 산정용역 결과를 토대로 민자발전사들과 적정수익률 산정을 위한 정산조정계수 협의에 착수했으나 건설투자비를 놓고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당국과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민간자본의 줄다리기가 결국 전면적 소송전으로 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최소화 정부 Vs 이익극대화 민간 '으르렁'
이를 지켜보는 시민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현재 신설 석탄사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들이 사업초기에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리스크로서, 현명한 기업들은 이런 위험 때문에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업자 자신들의 선택에 대한 결과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변호사)는 "사업주들은 석탄화력 사업인데,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가 보조할 것이란 안일한 생각으로 투자한 것"이라며 "석탄화력이 재생에너지와의 가격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란 신호가 전 세계에서 발생했는데 이런 흐름을 거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이를 정부와 한전이 전기료를 활용해 보조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들사업에 대한 취급은 부동산이나 주식에 잘못 투자했다 어려워진 다른 사업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 사업 대주주 중 하나인 산업은행도 작년 국회답변서에서 신뢰보호원칙 주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며 "전기소비자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한전도 이들의 주장을 수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간석탄발전사 측은 투자결정 배경과 투자비 부분에서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간발전사 한 관계자는 "석탄감축 결정이 내려진 8차 전력계획에서조차 이들사업이 존치된 건 안정적 전력수급과 서해안에 집중된 대규모 발전단지를 지역적으로 안배하기 위함이지 민자사업이어서는 아니다"라면서 "투자비가 증가한 것도 2013년 대비 크게 강화된 환경기준 이상으로 환경설비를 강화하고 아무런 기반이 없는 동·남해안에 신규로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따른 특수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석탄발전은 한전 정산비를 낮춰주는데 기여하는 기저발전원"이라면서 "발전자회사 석탄발전기 대비 차별받지 않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표준투자비 산정 만을 원할 뿐"이라고 부연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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