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시운전 완료 불투명…후속 일정 연쇄차질 우려
충남지역 대규모 송전제약도 '장기화' 납기준수에 촉각

▲LS전선 직원들이 동해공장에서 생산된 HVDC 케이블을 살펴보고 있다. ⓒLS전선
▲LS전선 직원들이 동해공장에서 생산된 HVDC 케이블을 살펴보고 있다. ⓒLS전선

[이투뉴스] 한전의 북당진~고덕 HVDC(초고압직류송전) 건설사업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초고압 전선에 문제가 생겨 시운전 일정부터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전체 공기(工期) 연장으로 이어질 경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가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육상·지중(地中) HVDC를 국내 교류(AC) 전력망에 연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한전은 지난달까지 해저 터널구간 케이블 포설을 완료하고 늦어도 5월까지 설비시험과 시운전을 모두 완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포설구간서 전선불량이 확인돼 현재는 일정대로 송전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태다. 35km 전 구간에 케이블 포설을 마무리 할 즈음, 특정구간에서 결함이 발견돼 전체 사업구간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북당진~고덕 1차 송전선로 건설공사는 턴키로 사업을 수주한 삼호와 GS건설이 지중터널(電力溝) 등의 토목을, LS전선이 500kV급 전용케이블 공급을 각각 맡았다. 전체 사업비 2510억원의 절반가량(1086억원)이 케이블 조달비용일 정도로 부품가 비중이 높다. 공사에 투입된 케이블은 국내 유일 HVDC 케이블 제조사인 LS전선이 지난해부터 동해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에 납품했다.

LS전선은 2012년에도 진도~서제주간 250kV HVDC 전선을 공급했고, 오는 2022년 완공예정인 북당진~고덕 2차(2 T/L) 후속 사업용 케이블도 납품하는 업체다. 원전이나 석탄화력에서 사용하는 각종 케이블도 만든다. 하지만 이번 1차 사업용 HVDC 케이블 생산과정에 수차례나 품질 관련 문제가 발생했고, 관련 책임자를 문책 인사하면서까지 내부적으로 납기 준수방안을 부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하지 못한 전선 품질문제가 불거지자 한전도 잔뜩 긴장한 상태다. 애초 한전은 이달말 전선 가압(전선에 전기를 흘림)을 시작해 북당진쪽 변환소(교류를 직류로 바꿔주는 일종의 변전소)가 완공되는 대로 시운전을 할 계획이었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 요구는 약속한 품질과 납기”라면서 “아직 시공기한이라 지켜보고 있다. (LS전선)조치사항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통상 송전선로 공사는 납기를 맞추지 못할 경우 공사 계약액의 15%까지 지체상금을 물릴 수 있다. 한전은 납기 지연에 대비해 외부에 배상 청구방안에 관한 검토를 의뢰할 것으로 전해졌다. LS전선은 이번 사안과 관련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의 일로서, 아직 공사 등이 완결된 것이 아니라 따로 드릴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2018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된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충남지역 송전제약도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다. 지금도 이 지역은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선로가 부족해 당진화력은 수요가 많을 때 1040MW, 태안화력은 상시 1040MW를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인근 가스발전소인 GS당진복합도 382MW급 3호기를 세워두고 있다.  

교류 배후선로 준공지연도 HVDC 신설선로 정상가동 여부와 직결된 사안이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HVDC는 전력전자소자기술을 이용하므로 인근 계통고장에 파급영향을 받지 않도록 강건한 배후선로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북당진~고덕 HVDC의 배후선로 역할을 할 북당진~신탕정 345kV는 빨라야 2023년말에나 준공 예정이다. 

이 때문에 1,2차 HVDC 3GW를 모두 준공해도 배후선로 완공 때까지 정격용량의 절반도 채 송전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막바지 증설작업을 벌이고 있는 평택 삼성전자 공장의 적기 전력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전에 1GW 가량의 전력 추가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54kV로 반도체 공장 가동용 전력을 수전하고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송전선로 가압시험은 전력수요가 적거나 여유가 많을 때 해야하는데, 공사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여름철 수급대책기간과 겹쳐 일정을 더 미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력계통 분야 전문가는 "케이블은 HVDC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낮은 파트"라면서 "진짜 우려되는 건 통합 시운전이나 상업운전 과정의 고장과 배후선로에 의한 파급 고장"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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