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당진~고덕 1.5GW 올해만 9차례 셧다운
GE와의 기술이전계약서 EPC 4건도 보장
양이원영 "국가 전력망 테스트베드 아냐"

▲HVDC 직류-교류 변환설비 ⓒ한전 사외보 갈무리
▲HVDC 직류-교류 변환설비 ⓒ한전 사외보 갈무리

[이투뉴스] 한전이 가시화 된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 리스크로 속병을 앓고 있다. 해외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작년말 준공한 육상 HVDC가 올해 들어서만 모두 9차례나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키며 파행 운전하고 거듭하고 있어서다. 한전은 같은 기술과 장비로 동해안 원전 생산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10조원 규모 대형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22일 한전이 양이원영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북당진~고덕 HVDC 고장발생 내역자료’에 따르면, 사업비 71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이 송전선로는 준공 직후인 1월에만 제어기오동작으로 세 차례나 정지했다. 이 때문에 최대 1500MW를 송전할 수 있는 설비가 부분, 또는 전면 휴전에 들어가 인근 발전소와 반도체 공장 측에도 비상이 걸렸다.

북당진~고덕 HVDC는 당진 일대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증설공사가 한창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으로 보내는 34km길이 송전선로다. 발전소에서 교류 전력을 직류로 바꿔 보낸 뒤 소비지역 변환소에서 이를 다시 교류로 전환해 소비처에 공급한다. 한전은 내년 말 준공을 목표로 같은 구간에 1500MW규모 2단계 선로를 추가 건설하고 있다.

하지만 상업운전 초기문제로 치부했던 고장은 규모와 범위가 더 커졌다. 6월에는 보조계전기 불량으로, 7월에는 DC(직류)실 일시적 섬락과 제어기 고장, 냉각시스템 결함 등으로 한 달에 세차례나 최장 12시간 운전차질을 빚었다. 심지어 8월 들어서는 변압기 고장으로 열흘 이상 운영에 공백이 생겼고, 현재는 10월로 예정된 연차점검을 앞당겨 전면 정비를 벌이고 있다. 이 구간 상세 고장내역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한전이 자회사인 카페스(KAPES)를 통해 GE(옛 알스톰)의 전류형 HVDC기술을 이전받는 과정에 국내에서 최소 4개 EPC(턴키) 프로젝트를 보장한 내역도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한전이 양이원영 의원실에 제출한 GE와 KAPES간 기술이전계약 제2조를 보면, “양도인(GE)의 의무는 각 GE 기술과 관련한 4개의 EPC/턴기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 완료된다”고 적시돼 있다.

여기서 4개 EPC프로젝트는 북당진~고덕 1,2단계 3000MW와 동해안~신가평(울진~가평), 동해안~수도권(울진~수도권) 8000MW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 KAPES는 지난해까지 GE로부터 103건, 65%의 기술을 이전받았다고 밝혔다. 양사간 기술이전 현황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알스톰이 기술이전을 대가로 최소 4개 대형사업을 요구했고, 한전이 이를 수용했다는 사실이 문서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이원영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한 20일 국정감사에서 “국가 전력망은 테스트베드가 아니다"라면서 "전류형 HVDC가 노예계약식으로 4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형태인데, 고속철 시대에 증기기관 기술을 이전 받는 꼴이라는 평가가 있다. 해당기술을 가져오게 된 배경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부임 이후 진행된 사안이 아니어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다. 유념해서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전이 집계한 기설 직류송전선로 고장내역에 의하면, 북당진~고덕이나 동해안~수도권과 같은 방식으로 건설된 해남~제주 1연계선과 진도~제주간 2연계선은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각각 16회, 9회씩 고장을 일으켰고, 일부 고장은 제주지역에 두차례 광역정전을 유발했다. 양이의원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늘어나면 전력망의 확보와 안정적 운영이 더욱 중요해지는데, 이렇게 고장이 수시로 발생하는 HVDC를 더 많이 확보하는 형태로 송·변전계획을 세우면 (문제가)굉장히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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