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당진~고덕 구간 시송전 내년으로 연기
1조3600억원 투입 불구 정격운전 불투명
2단계 사업도 이미 발주…"EP 중단이 답"

▲국내 첫 육상 HVDC 노선인 북당진~고덕 송선선로 노선도. 최근 완공됐으나 한전은 내년으로 시송전을 연기했다. ⓒ출처-KAPES
▲국내 첫 육상 HVDC 노선인 북당진~고덕 송선선로 노선도. 최근 완공됐으나 한전은 내년으로 시송전을 연기했다. ⓒ출처-KAPES

[이투뉴스] 1조3600억원을 들여 건설한 국내 최초의 육상 HVDC(초고압직류송전선로)가 정상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달로 예정됐던 시송전은 내년 5월 이후로 연기됐고, 1.5GW(기가와트) 정격송전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전이 추진 중인 북당진~고덕 500kV HVDC 얘기다. 이 직류 송전선로는 서해안 대규모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 수도권 남부로 수송할 목적으로 2015년 착공했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북당진~고덕 HVDC는 양쪽 변환소 건설과 35km구간 케이블 포설을 대부분 완료했다. 설계상 수송능력은 1.5GW. 한전은 이미 1200억원 규모 동급 2단계 사업자(GE)까지 선정했다. 하지만 이 송전선로가 언제쯤 정상운영 될지, 애초 설계대로 운영가능한지는 미지수다. 고장에 대비한 대체 송전선로가 필요한데다 설계문제로 정격수송이 어렵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전은 일단 최초가압을 내년 5월 이후로 늦추겠다고 당국에 통보한 상태다.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망 없이는 선로에서 이중고장이 발생할 경우 HVDC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교류 송전선로 수용성 저하로 고가(高價)의 직류 송전선로를 깔았는데, 이 설비 역시 기존 교류망 확충 전엔 정상운영이 어렵다고 물러선 것이다. 

느닷없는 운영연기에 당국은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당진~고덕 HVDC는 충청 서해안~수도권 남부 전력계통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1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증설에 맞춰 추진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현재 태안화력과 당진 일부 LNG발전소는 송전망에 여유가 없어 출력을 낮춰 가동 중이다. 한 관계자는 “교류계통이 떨어지면 HVDC에 과전압이 걸린다”면서 “아직 한전으로부터 해결책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 HVDC를 지연 가동하더라도 설계값대로 정격 전력수송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력학계는 북당진~고덕 HVDC가 제주~육상 선로처럼 잦은 고장과 설계에 못 미치는 송전능력으로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이 구간에선 한차례 변압기 파손사고가 발생했다. 또 다른 전력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력망을 좋게 만들겠다고 비싸게 만든 계통이 오히려 전력망을 해칠 판이다. 큰 사고를 치고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아무도 책임을 묻지도 않는 게 국가적 비극"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첫 HVDC가 이처럼 파행 운영을 예고하면서 같은 기술과 사업자가 건설하는 후속사업 추진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은 KAPES를 통해 GE에 1200억원 규모 1.5GW급 북당진~고덕 2단계 사업을 발주했다. 또 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8GW 신한울~신경기‧신가평 HVDC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학계 한 중진인사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대로 가는 게 맞나. EP(신한울~신경기)는 당장 중단하는 게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전 신송전사업처 관계자는 "아직 북당진쪽 변환소와 일부 케이블 설치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완공했다 할 수 없다. 내년 1월에야 마무리가 가능하며, 완료해도 시운전에 최소 4개월이 추가 필요하다"면서 "정격운전도 HVDC기술에는 문제가 없고, 이상없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북당진-고덕 HVDC 1,2단계 구간 노선도 ⓒKAPES 홍보동영상
▲북당진-고덕 HVDC 1,2단계 구간 노선도 ⓒKAPES 홍보동영상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