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백~신가평 선로 6일 22시 30분께 벼락으로 1,2 T/L 재폐로
원전 6기분 전력 수송라인에 ‘100년에 한 번’ 빈도 고장 현실화

▲765kV 2회선 동시 고장사고 개요도. 이달 6일 신태백~신가평 구간에서 낙뢰로 1라인 2개상, 2라인 1개상이 동시에 두절됐다 재폐로로 복구됐다. 배경사진은 765kV. 지도는 고장구간 계통도다. ⓒ사진-한전, 그래픽 박미경기자
▲765kV 2회선 동시 고장사고 위치도. 이달 6일 신태백~신가평 구간에서 낙뢰로 1라인 2개상, 2라인 1개상이 동시 두절됐다가 재폐로로 복구됐다. 배경사진은 765kV 송전탑과 송전선로. 지도는 고장구간 계통도다. ⓒ이미지-한전, 그래픽 박미경기자

[이투뉴스] 국내 송전선로 가운데 가장 전력 수송량이 많은 신태백~신가평 765kV 전력망에서 이달 초 2개 회선(T/L)이 동시 정지되는 초유의 고장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구간 송전선로는 동해안 지역 원전·석탄화력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대동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양쪽 회선이 동시고장을 일으킨 건 2004년 765kV 상업운전 이래 처음이다.

자칫 복구장치 등이 제때 동작하지 않았다면, 수도권 일대에 광범위한 정전대란이 초래될 뻔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그간 765kV 망(網)의 2회선 동시고장 확률을 '100년에 한번' 수준이라고 했었다.  

21일 한전을 비롯한 전력당국에 따르면, 765kV 송전망 동시고장이 터진 건 지난 6일 저녁 10시 30분 전후다. 당시 강원지역에선 대대적인 막바지 산불 진화작업이 한창이었고, 중부와 강원지역엔 약하게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때 백두대간을 가로질러 경기 북부로 이어진 신태백~신가평 765kV 송전탑(또는 선로)에 강한 낙뢰(벼락)가 내리 꽂혔다. 이 충격으로 2회선 3상(회선당 A,B,C 3라인) 중 1회선 2개상, 2회선의 1개상이 순간 두절됐다.

통상 154kV 이상 초고압 송전망은 정부 전력계통 신뢰도 고시 기준에 의해 전체 전력 수송능력의 절반을 상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나머지 라인을 통한 비상운전이 가능하도록 여유도를 유지한다.

당시 신태백~신가평 역시 최대 수송력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3.4GW를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송전선으로 유입된 엄청난 양의 낙뢰에너지가 1,2회선을 동시 고장냈고, 일종의 보호장치인 아킹혼·아킹링을 검게 그을릴 만큼 계통에 강한 충격을 줬다. 이런 사실은 한전이 이후 현장 첨탑을 순찰하는 과정에 확인됐다.  

낙뢰로 765kV 1개 라인이 고장을 일으킨 경우는 드물게 있어 왔지만, 이번처럼 2회선이 동시 두절된 사례는 처음이다. 역대 고장통계에 의하면 765kV 1회선 고장은 2014년 6월, 2015년 6월, 올해 2월 등 모두 3차례 발생했다.

초유의 2회선 동시고장에도 대정전을 면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 구간 송전망은 평소에도 3GW이상을 수송하고, 올해 신한울 1,2호기 준공 이후엔 6GW가량을 송전할 예정이다.

이번처럼 보호장치가 제때 낙뢰에너지를 소멸시키고 재폐로 장치가 정상 동작하지 않았다면, 원전 3기분의 전력공급이 중단돼 수도권이 중대한 전력수급 차질을 빚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폐로는 송전선로 양쪽의 보호계전기가 고장을 감지해 순간적으로 차단기를 작동시켰다가 전력을 재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수초 단위 짧은시간에 이런 기능이 동작해 가정이나 공장에선 전등이 깜빡이는 정도로만 인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재폐로가 모든 조건에서 100% 완벽하게 수행되는건 아니다.  

당국은 고장사고 배경분석에 부심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765kV는 각종 절연설비를 충분히 갖춰 345kV나 154kV 대비 고장확률이 크게 낮다고 알려져 왔다. 특히 2회선 동시고장은 '100년에 한번'으로 비유될 만큼 전례가 없다.

전력당국 한 관계자는 "반복되는 고장이 결코 좋은 징후는 아니다. 과거에도 낙뢰와 고장이 더러 있었지만 이런 방식은 처음이라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HVDC 도입,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점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계통 관계자는 "운영방안을 수립할 때 한전은 낙뢰로 765kV 동시트립이 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화 된 셈"이라며 "재폐로로 정전이 없었다고 해도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전 측은 애써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한전 전력그리드본부 관계자는 "만약의 사고에도 신태백~신가평 주변에 환상망이 구축돼 있고, 765kV는 이번처럼 최종 3개의 상이 살아있으면 1개 회선이 유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한전 관계자는 "154kV나 345kV는 동시고장이 있지만 설계를 강화한 765kV에선 분명 흔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재폐로에 실패한 적은 없었다.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반면 전력수급 기초에 해당하는 전력망 운영에 정부나 전력당국이 좀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계통전문가는 "에너지전환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다 말들은 많지만, 정작 전력망이 어떻게 운영·관리되는지, 장기 계획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다들 관심이 없다. 전기는 무선으로 수송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전력학계 중진인사는 "송전망을 관리하는 한전과 실시간 전력계통 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 사이에서 조차 제대로 정보가 교류되지 않고 있다는 건 큰 문제다. 두 기관간 정보 보고 및 교류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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