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 지난달 중순 자체 TF 구성 킥오프 회의
2024년 우선 시행 제도개선 후 차세대 시장 설계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E2 DB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E2 DB

[이투뉴스] 정부와 전력당국이 2024년 시행을 목표로 단기 전력시장 재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전력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기존 체제로는 더 이상 시장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0여년간 대증요법으로 버텨오다 수술대에 올려진 전력시장에 어떤 처방이 내려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 시장체제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에너지전환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최근 전력거래소 측에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중순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킥오프 회의를 갖고 '연내 기본방향 확정-내년부터 외부 논의 착수-2024년 새 제도 시행' 일정을 수립했다. 

TF는 전력산업연구원을 총괄조직으로 하부에 에너지시장, 보조서비스시장, 기저발전시장 분과 등을 운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본부 주요 부서장은 물론 개발본부와 운영본부 핵심인력 20여명이 참여한다. 정부가 요구한 실시간 시장 개설 등을 긴급사안으로 다루되, 차세대 시장 설계작업에도 손을 댄다는 구상이다.

정부와 전력당국이 공조해 시장체제 전환 논의를 시작한 건 2000년대 구조개편 이후 20여년 만이다. 지금까지는 특정 현안이 발생했을 때 산업부가 대안을 요구하면, 전력거래소가 절충안을 만들어 이해관계 조정까지 수행하는 땜질식 처방을 반복해 왔다.

앞선 킥오프 회의에서 관계자들은 실계통운영과 동떨어진 현 발전계획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하루전 가격시장만으론 에너지전환기 대처가 불가능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또 실시간 시장을 도입해 속응성 자원이 제때 투입되도록 하고, 보조서비스시장을 정상화 해 유연자원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석탄, 원자력, LNG 자원 중심의 기존 변동비반영(CBP) 체제를 고수하면, 기존 전통자원에도 잘못된 진입·퇴출 시그널을 제공해 안정적 전력수급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매년 GW단위로 유입되는 재생에너지 추가수용도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란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10%를 넘어설 즈음부터 CBP시장과 계통운영에 큰 혼선이 초래되고,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이 15~17GW를 넘어서면부터 수요-공급 미스매칭으로 인한 출력제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에너지전환정책을 통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만 치중해 이같은 전력시장 개선 논의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A 시장 전문가는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다보니 (재생에너지)양만 늘리면 된다는 식의 정책을 마구 양산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면서 "시장제도 개선은 의지만 있다고 짧은시간 내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얼키고 설킨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이 일정대로 시장 정비 작업을 마무리 한다해도 이를 새로운 시장운영 시스템에 접목하는 건 또다른 난제다. 전력거래소는 2014년 나주혁신도시로 청사를 이전하면서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를 새로 구축했는데, 이 설비의 수명은 10년 내외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늦어도 2024년까지 새로운 시장제도에 관한 시스템 개발과 시장참여자 협의, 전산시스템 개발 등을 모두 끝내야 새로 교체하는 EMS에 이를 적용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1000억원대 고가설비에 새 정산시스템을 얹지 못한다.  

한 당국자는 "일정을 역산하면 올해 안에 시장설계를 마쳐야 하고 내년부터 어쨌거나 이해관계자 갑론을박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보면 남은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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