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의 허와 실
[칼럼] 탈원전과 에너지전환의 허와 실
  • 이창호
  • 승인 2020.06.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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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이창호] 에너지전환, 탈원전 이슈로 수년째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언론을 중심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요금, 산업, 기술, 환경문제와 연관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상을 지나치게 과장 왜곡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에너지 문제 본질을 벗어나 정쟁의 도구로 변질 된 것 같다. 연구나 관련기관의 인용데이터도 검증이 미흡하거나 일반화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한마디로 객관성과 전문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일방적인 주장이다. 이미 답을 정해놓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보여주는 구조다. 사실과 균형된 시각보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왜곡, 과장에 물든 에너지 논쟁의 허와 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에너지 전환과 탈원전, 탈석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쪽을 늘리려면 다른 쪽을 줄여야하기 때문이다. 우리 원전비중은 90년대 정점을 찍은 후 감소추세로 접어들었다. 설비비중은 2001년 27∼28%에서 최근 19% 수준까지 줄었다. 발전량도 2000년 40%로 떨어지기 시작하여 2010년 이후 대체로 25∼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에너지전환 정책 이전에도 원전비중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한편 신재생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어 10년 전까지만 해도 1% 수준에 불과하였다. 2012년 RPS라는 신재생 의무공급제도가 도입된 이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나 발전비중은 아직도 한자리 수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의 전원구성도 원전과 석탄 비중은 감소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수요지 분산전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래의 전원개발을 결정하는 기준은 경제성 중심에서 환경성, 사회적 수용성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환경성 수용성도 비용으로 환산이 가능하다면 결국 경제성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 발전비용은 건설, 운전 등 직접비용만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제는 환경, 보상, 갈등, 정책, 폐지비용 등 그동안 사회적비용 또는 외부비용으로 간주되던 부분이 내부화되면서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에서 볼 때 원전, 석탄은 싸고 가스, 재생에너지는 비싸다는 지금까지의 상식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비용이나 경제성을 따질 때 언제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예로써 이미 건설된 원전이라면 운전비가 낮은 원전 특성상 가동률을 높여 발전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전소는 안전점점, 수선유지, 고장 등으로 인해 쉬지 않고 가동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원전 가동률은 대체로 70∼80%이다. 

발전단가의 논점은 기존설비의 가동률보다 앞으로 건설될 신규전원의 공급비용 문제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전 건설단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허가, 보상, 안전규제, 폐지비용 증가로 인해 그동안 많이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재생에너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안정화추세이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원별 공급단가는 2018년에 원전이 KWh당 83원인데 반해, 태양광과 풍력은 130∼140원으로 큰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2030년에는 원전, 태양광 모두 KWh당 85원으로 비슷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단가는 이미 많이 떨어져 일부국가에서는 기존발전 단가보다도 낮다. 다만, 기후에 민감한 발전특성으로 인해 공급안정과 전력품질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예비력이나 보완설비가 필요하다. 또한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전력계통의 보강도 필요할 것이다. 한편, 원전비중 감소로 국가경제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자주 거론된다. 물론 영향은 있겠지만 원전산업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반면에 신재생산업이 성장하는 등 크게 보면 에너지산업이 변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에너지전환 주장도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와 여건이 판이한 재생에너지 선진국을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다. 전력산업 환경, 규제체계, 부존자원, 기술수준, 경제성, 시민의식, 환경훼손 등 모두 차이가 크다. 또한 신재생확대를 위해 얼마 되지 않은 멀쩡한 발전소나 건설 중인 설비를 무작정 멈출 수는 없다. 오랜 기간 대규모 원거리 송전망 중심으로 구축된 전력망도 하루아침에 뜯어 고치기 어렵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매사에 순서가 있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재생에너지 공급비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기후조건, 지형, 토지비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되지만 아직도 거품이 많다.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공급이 늘면서 보조금에 해당하는 REC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이다. 사업자들은 가격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지만, 한편으로 경쟁효과로 볼 수도 있다. 정부에서는 민원해소와 재생에너지 목표달성을 위해 REC 구입량을 늘리고자 하지만, 시장에서 유효경쟁이 작동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재생 붐에 편승하여 산지며 논밭 여기저기 태양광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다. 친환경을 외치던 신재생이 반대로 산림훼손과 토지이용의 비효율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외면한다면 허망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문제를 중립적인 시각에서 보고 판단하는 심판, 평가기능이 없다. 제도적 장치가 없다보니 국회, 정부, 언론으로부터의 개입과 간섭에서 헤어나기 못하고 있다. 미국, 유럽은 에너지산업에 대한 규제기관을 정부부처와는 별개의 독립기구로 운영하며 법적인 권한도 막강하다. 현재 운영 중인 각종 위원회나 규제체제로는 중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중립적이 규제기구 설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합리적인 대안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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