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①] 분산에너지 시대의 집단에너지 발전방향
[기획연재①] 분산에너지 시대의 집단에너지 발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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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덕종 기자
  • 승인 2020.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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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익 무시한 CBP체제에선 분산전원 경쟁력 확보 불가능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의지 중요


“기득권 타파 없이는 분산에너지 확대 요원”

[이투뉴스] 분산에너지(분산전원)는 수용가 내부 또는 수요지 인근에 위치한 분산형 전원과 전력계통 안정화에 기여하는 자원을 일컫는다. 법(전기사업법 제2조 21호)에선 전력수요 지역 인근에 설치해 송전선로의 건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정 규모 이하의 발전설비로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발전설비용량 40MW 이하의 발전설비 또는 500MW 이하의 열병합발전(집단에너지, 구역전기) 및 자가발전이 여기에 해당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말까지 분산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기 위해 막바지 공을 들이고 있다. 중앙집중식 전력생산과 공급방식이 사회적 갈등 확대 및 리스크 관리 취약성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으로 분산에너지 우대책 마련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문제 해소, 지역별 에너지자립 강화, 신시장·신사업 창출방안을 담겠다는 각오다.

분산에너지 필요성과 역할 확대에 대해선 더 이상 강조할 것도 없을 정도로 오랫동안 에너지 정책과제로 인식돼왔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물론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매년 분산에너지 보급목표를 정하고, 확대 노력도 병행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보급목표는 2040년까지 발전량 기준 30%를 분산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분산에너지 확대를 에너지정책의 한 축으로 삼은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다. 먼저 중앙집중형 공급방식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인식과 함께 더 이상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밀양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대규모 송전시설 건설은 이제 먼나라 얘기가 됐다. 실제 이경훈 산업부 분산에너지과장은 “분산에너지는 갈 수 있으면 가는 것이 아닌 갈 수밖에 없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분산에너지가 국가 전체에 제공하는 편익도 크고 다양하다. 송배전설비 회피를 비롯해 에너지절감, 환경오염 감축, 계통손실 절감 등의 측면에서 그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한 변동성에 대비, 여러 보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 등 국내 대표적인 분산에너지는 물론 소규모 분산자원 등은 여전히 푸대접 속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편익이 정당하게 가격에 반영되지 못한 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하면서 갈수록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경우 지원이 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모두를 분산에너지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점에서 역할과 편익에 걸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지금까지 안된 이유는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은 외곽 대형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기 1kWh의 가치와 수요지 인근 발전설비에서 만든 1kWh의 가치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지금까지 공급안정 및 효율성을 이유로 그 차이를 무시했다. 연료비가 최우선되는 CBP(변동비반영시장) 체제에 따른 폐해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받는 만큼 일부 가치를 더 쳐준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수요지 여부)이 아닌 시설규모와 기존시설 활용여부(옥상 등)에만 가중치를 추가 부여하고 있다.

<원전 멈추니 분산전원 효과 드러나> 2016년에는 전력을 대량 생산하는 경상지역에서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의 북상조류가 심했다. 하지만 2018년 경북 및 부산지역의 원전 7기가 멈췄더니, 수도권 발전기의 증발과 함께 지역간 전력이동이 감소해 계통손실이 감소하는 등 분산전원 효과가 드러났다. 출처 : 전력계통 영향 분석을 통한 열병합발전의 분산전원 역할, 전영환 홍익대 교수.

수요지 인근 분산에너지는 외곽의 대형 발전단지에 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데 반해 보상은 거의 동일하거나 오히려 적다. 상대적으로 왜소한 발전용량으로 효율이 낮은데다 토지구입비부터 건설비, 관리비 등 모든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각종 갈등관리 비용도 크다. 하지만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등 모든 점이 발전용량 기준으로 돼 있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 더불어 지역계수와 송전손실, 송전망이용료 등의 분산전원 우대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차별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채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더불어 왜곡된 시장제도 역시 분산에너지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행 제도에선 자원별 온실가스 배출량과 송변전 투자비용 등이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물론 CBP체제로 인해 열병합발전과 같은 자기제약 입찰을 불리하게 정산하고 있다. 또 실시간 시장의 부재로 인하여 소형(비중앙) 분산형 자원의 효율적 운영이 어렵고, AS(보조서비스)시장의 보상체계도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중심의 에너지정책으로 인해 지역에너지나 에너지 분권이 없는 사람 취급 받는 것도 분산에너지 확대가 안되는 중요한 이유라고 말한다. 산업부와 한전을 필두로 한 에너지공기업이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특성에 맞는 에너지정책과 설비 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서야 일부 지자체가 에너지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도다.

철저한 에너지원별 칸막이 정책도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에너지원마다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경쟁사업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틀어막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갈수록 전력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공고화되면서 이미 기득권을 확보한 세력들이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만들어가고, 정부 역시 여기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은 모두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편익보상과 시장개편 없이는 공염불
분산에너지의 편익에 대한 연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초기 일부 부정적이던 전문가들도 이제 구체적인 규모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할 뿐 분산편익 자체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대규모 송전설비 건설의 어려움은 물론 북상조류·혼잡에 따른 계통불안 해소 등 모든 측면에서 분산에너지가 가야할 길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을 표시한다.

▲분산전원 송배전 편익 관련 국내 주요 연구내용
▲분산전원 송배전 편익 관련 국내 주요 연구내용(원/kWh, 이창호 한국전기연구원 박사)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신재생에너지로 인해 발생하는 계통의 주파수 안정도 유지에도 분산에너지의 역할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수요지 내 전력 및 열 공급을 동시에 책임지는 열병합발전과 다양한 분산자원을 하나로 모은 VPP(가상발전소) 및 ESS(에너지저장장치) 등을 조합할 경우 정부가 생각하는 에너지프로슈머 및 신시장이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결국 핵심은 지역별로 수급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분산에너지 확대가 뒤따라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분산전원이 제공하는 다양한 편익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에너지업계 및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분산에너지 편익 보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도움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 지원책이 아닌 편익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산정,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는 형태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와 같은 명확한 틀을 만들어 편익의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분산전원 편익을 극대화하고 정확한 경제적 신호를 줄 수 있는 방안으로는 지역신호를 명확히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발전 및 수요의 지역적 위치와 송전제약 및 손실 등에 따른 지역별 한계발전가격(LMC, Locational Marginal Pricing) 도입 등이 그것이다. 또 계통 안정도와 발전기 입지 특성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정교한 송전요금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구역전기사업자가 공급권역 내에서 연료전지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자신의 계통에 연결할 수 없다. 따로 전선을 끌어 한전 계통에 연결해야만 SMP와 REC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발전설비 가동의무를 부여, 거래소나 한전으로부터 전력을 사는 것까지 통제할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 표면적으로는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이유지만, 내 밥그릇을 뺏기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위한 시험적 차원에서 도입한 구역전기사업자 모두가 10년 넘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분산에너지를 선도하는 집단에너지 역시 발전용량을 키우면 ‘전력시장 우회진출’이라고 비난하고, 시장경쟁을 못하게 막는 만큼 전기와 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분산편익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하면 ‘특혜’라며 이중잣대를 들이댄다. 소규모 분산자원 등을 통한 에너지신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도 에너지원별 이기주의에 갇힌 법령 등 각종 규제에 막혀 진전된 것이 거의 없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들은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목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정부가 이러한 기득권 세력을 뛰어 넘어 중립적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합적 시각으로 에너지정책을 펼쳐야지 칸막이에 사로잡혀선 결코 달라질 수 없다고 말한다. 분명한 정책의지와 치우치지 않은 제도개선이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가늠하는 잣대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에너지원별 칸막이가 현재의 비효율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에너지정책을 만들어 왔고, 지금도 여전한 상황”이라며 “집단에너지와 구역전기가 그토록 오랫동안 주장해 왔으나, 여전히 힘에 부치는 것처럼 분산에너지로 가야한다는 것은 다 알지만 기득권을 어떻게 설득, 이해시킬 것인지가 성공의 열쇠”라고 평가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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