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4호기 300MW씩 124시간 감발
경직성전원 확대 출력제약 상시화 예상

▲추석연휴 감발운전에 들어가는 신한울 3,4호기 원전
▲추석연휴 닷새 간 감발운전에 들어가는 신고리 3,4호기

[이투뉴스] 추석 연휴기간인 이달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닷새간 원전 2기가 또다시 감발 운전에 들어간다.

명절이라 전력수요가 평소보다 크게 감소할 전망인데, 발전량이 1기당 1.5GW에 달하는 원전이 불시정지하더라도 전력계통에 과도한 주파수 급락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파수 급락은 순환정전을 초래하는 위험요인이다. 

안전과 경제성 문제로 전출력(100%) 가동해 온 원전이 전력계통 신뢰도 유지를 위해 사전에 출력을 낮추는 건 지난 5월 3일 엿새 간의 휴가 때 2기를 13시간 감발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고리 3,4호기는 추석연휴 첫날인 30일 새벽 2시부터 5일 오전 6시까지 약 124시간 동안 발전량을 각각 20%, 300MW씩 낮춰 운영한다.

중성자를 흡수하는 붕산을 원자로에 투입해 핵분열 속도를 낮췄다가 다시 정상값으로 올리는 방법으로 원전출력을 증감할 계획이다.

앞서 당국은 이번 특수경부하기간 예상수요와 발전기 운영계획 등을 검토해 감발운전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원전 중 1기라도 계통에서 탈락하면 계통주파수가 산업부 고시가 허용하는 고장 시 일시 최저값(59.7Hz)을 벗어나 신뢰도 기준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치면 맥박에 해당하는 전력망 주파수는 발전소 탈락량(고장으로 공급이 끊기는 양)이 클수록, 전력수요가 낮을수록, 공급예비력이 적을수록 변동폭이 커진다. 혈압이 낮은 환자가 출혈이나 갑작스런 기립에 더 위험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번 추석연휴 기간의 전력수요는 ▶산업체 동시 조업정지 ▶계절적 특성(냉·난방 불필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BTM) 증가 영향 등으로 최저 4000만kW(40GW)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산업부 전력계통·원자력 부서는 사전협의를 통해 계통운영기관인 전력거래소와 한수원이 사전 감발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조만간 한수원이 원전 안전 등을 고려해 시간대별 적정 증·감발률을 당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전력당국 내부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아직 한수원이 증감발률이나 시·종점 시간을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한수원 측에서 원전설비운영 안전성에 각별히 유의해 사전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력망 내 경직성 전원 비중 증가에 따라 앞으로 이 같은 원전 감발운전이 상시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지금은 명절처럼 특수한 날에 감발이 필요하지만, 신한울 1,2호기 등 신규 원전이 추가 가동하고 재생에너지가 계속 늘어나면 주말마다 원전 출력제약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전 감발운전에 관한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직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이나 안전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산업부와 원안위는 최근 태풍 원전 6기 동시정지 사건과 관련해 각각 한전 송변전설비와 한수원 관리설비 현장조사를 벌여 송전설비 절연체 섬락(불꽃)을 소외전원 차단 원인으로 지목했다. 향후 태풍 내습으로 안전운영이 위협될 경우 출력감발 등 비상운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안위는 이달 초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추석연휴 전 고리와 월성 각 1기를 재가동하도록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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