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노조 측과 이달초 연속 재통합 토론회
"구조개혁 시급한데 시대착오적 논의" 비판

[이투뉴스] “상강(霜降)에 씨를 뿌리자는 겁니까? 여당이 되어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겠다는 거네요. 정권의 부족한 면을 국회가 채워야 하는데 양쪽 다 엇박자입니다.”(민간에너지기업 CEO),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란 생각 밖에 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다 알면서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한답니까? 국민은 안중에 없는, 밥그릇 싸움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A 경제학과 교수)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군불을 때기 시작한 전력산업 재통합 논의에 산업계와 학계가 진저리를 치고 있다. 여당으로서 에너지전환정책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산업구조와 시장제도를 개편‧개선하려는 노력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에너지기득권이나 특정노조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가에 따르면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초 같은당 송갑석‧김정호‧신정훈‧이용빈 의원 등과 ‘에너지전환과 한국 전력산업 합리적 통합’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연다. 행사를 주최한 김 의원은 전국전력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한국노총 위원장을 거쳐 19대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송갑석 의원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현직 여당 간사다. 김정호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발전자회사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여당 일각에서 김대중 정부서 시작해 노무현 정부서 중단된 산업구조 개편의 물꼬를 이전 통합체제로 되돌리자는 주장이 구심력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행사를 한전과 발전자회사 노조들의 연대체인 전력산업정책연대와 혁신더하기연구소가 주관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혁신더하기연구소는 노무현 정부 때 배전분할 중단 논의를 주도한 안현효 대구대 교수와 김윤자 한신대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안 교수는 이번에도 ‘에너지전환과 통합적 전력산업 비전’을 주제로 발제를 한다.

여당발(發) 전력산업 재통합 논의에 산업계는 ‘말문이 막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전력산업이 규모가 있어야 효율적이란 건 과거 40GW(설비용량) 시대의 논리로, 에너지분권과 분산전원을 지향하는 현 정부 정책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기술변화에도 역행한다”면서 “(재논의는)과거 일부 구조개편 결과에 대한 노조 측의 뒤늦은 분풀이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논의가 전력 기득권들의 조직보호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가적으론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기득권 카르텔을 깨 새로운 전력시스템으로 나아가자는 구조개편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무시한 일부 의원들이 그릇된 공론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한 민간기업 대표이사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여당이나 국회가 지금 나설 일은 노조보호가 아니라 한전과 가스공사의 독점을 깨뜨려 국제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천연가스를 새로운 전력시스템에 안착시키는 일”이라며 “에너지분야의 구조조정이 가능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수준 낮은 논의를 하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무슨 말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학계 역시 공분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전환정책과 현재의 전력시장제도는 양립이 불가능해 근본적 구조개혁이 시급한데, 국회가 에너지시장과 전력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고 일갈했다.

손 교수는 "지금도 유연성이 없어 전력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데, 여기서 독점을 더 강화한다면 특정공기업이 엄청난 부채를 끌어안고 가야할 것"이라며 "20년전 시스템으론 에너지전환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린뉴딜은 시장이 돌아가는 것처럼만 보이게 할 뿐 구조적 개혁없이는 엄청난 모순에 부딪혀 결국 좌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전력산업을 효율적인 구조로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가 공기업 구조와 경쟁제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단기적 문제가 무한 반복되고, 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작은 문제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장기 산업구조와 전력산업 환경개선에 대한 로드맵 수립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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