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발전, 200MW 군산바이오에너지 사업철회
누적손실액 270억원 달해…"他사업 전환 검토"
광양그린에너지 등 대형사업에 미칠 영향 촉각

▲광양만목질계화력발전소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가 2018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광양그린에너지 공사계획 인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중부발전이 앞서 추진한 군산바이오에너지 사업철회 결정과 맞물려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광양만녹색연합
▲광양만목질계화력발전소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가 2018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광양그린에너지 공사계획 인가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중부발전이 앞서 추진한 군산바이오에너지 사업철회 결정과 맞물려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광양만녹색연합

[이투뉴스] 높은 REC(신재생공급인증서) 가중치와 진입규제 우회 혜택을 노리고 출발한 대형 바이오매스발전사업들이 속속 좌초하고 있다. 용량을 과도하게 키워 초기부터 지역반발을 초래한데다 바이오매스를 둘러싼 여론이나 정책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5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중부발전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특수목적법인(SPC)인 군산바이오에너지가 추진 중인 군산바이오발전소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부발전은 조만간 군산바이오에너지 이사회를 열어 이런 방침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중부발전은 군산바이오의 지속 추진 여부를 묻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답변서를 제출해 “사업개발 당초 대비 경제성 저하와 정부의 바이오에너지 축소 정책 등을 고려 시 발전사업의 계속추진이 어려워 사업을 정리할 계획”이라며 철회의사를 내비쳤었다.

이 답변서에서 중부발전은 철회 이후 사업 정리 계획과 관련, “바이오사업 외 다른 신재생에너지로의 사업전환이나 사업권 매각 등 손실 최소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발전사가 수백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공들인 발전사업을 자진철회하는 건 이례적이다.

5830억원을 들여 건설예정이던 군산바이오발전소는 연간 목재펠릿 80만톤 가량을 태우는 200MW급 대형 전소발전소로 계획됐다. 2015년 발전사업허가를 받아 이듬해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으나 군산시가 두 차례나 이를 반려‧불허하면서 표류했다.

지역특성상 이미 화력발전소가 다수 몰려있고, 대기환경 오염으로 시민건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불복해 사업자인 군산바이오에너지는 2019년 4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패소했고, 올해 1월 광주고법 항소심에선 승소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사업주체인 중부발전의 철회결정으로 3심 결과와 관계없이 원점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군산바이오에너지는 중부발전 19%, 하나금융투자 19%, FI가(제이엔티제이차) 62%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SPC다. 의결권을 가진 이사 5명 중 2명이 중부발전 소속이다.

지금까지의 누적손실액은 270억원에 달하며, 손실액 대부분을 중부발전이 댄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바이오에너지 측은 “이사회나 주주총회서 결정될 일”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SMP(전력시장가격)나 REC가격동향을 봤을 때 FI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전반적 인식"이라고 말했다.

발전업계는 이번 군산바이오 사업철회가 한때 발전사들의 ‘RPS 도피처’로 인식돼 앞다퉈 추진된 대형 바이오매스발전사업의 좌초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바이오매스발전사업은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돼 건설의향만으로 전력수급계획 진입이 가능했다. 여기에 전소발전소 기준 REC가중치 1.5를 받아 의무이행률이 낮은 발전사들의 RPS수단이자 신사업으로 선호됐다.

이 과정에 100~200MW 안팎의 대형 바이오발전사업이 우후죽순 추진돼 외산연료 수입량 증가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 논란을 일으켰다.

사업환경은 악화일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8월 펴낸 ‘202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보면, 군산바이오에너지의 경우 사업초기엔 운영기간 수익(SMP+1.5×REC)을 kWh당 205.5원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SMP와 REC가격하락으로 경제성 확보가 불투명하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중부발전은 정부 정책(REC 하향조정), 사업허가 지연과 더불어 SMP 및 REC 가격하락에 따라 사업 경제성이 변화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해 체계적으로 경제성 분석을 재수행하고, 향후 사업추진 여부 결정 시 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대형 바이오매스사업의 반환경적 영향을 지적해 온 시민단체는 발전사업자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김수진 선임연구원은 “군산바이오 사례는 바이오매스발전소의 환경오염을 우려한 지역주민들과 군산시 노력의 결실”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연구원은 “군산사례는 주민수용성을 고려할 때 국내에서 대형 바이오매스발전소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음을 반증한다”면서 “설령 바이오매스가 지속가능하게 생산되었거나 국산이더라도 이들이 대형화력에서 태워진다면 기후·환경 측면에 아무런 장점이 없는 연료용 땔감이다. 대형 바이오매스발전소에 대한 REC발급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부발전의 이번 대형바이오 자진철회 결정은 전남 광양에서 추진되고 있는 200MW 광양그린에너지 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사업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한양이 한국수력원자력과 추진 중인 이 사업은 2018년 정부가 RPS고시를 개정하면서 기존 예비설비에 부여한 유예기간(6개월) 마지막 날(그해 12월 26일) 공사계획인가를 받아 불씨를 되살렸다. 하지만 주변 환경영향 우려와 연료조달, 지역주민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박수완 광양만녹색연합 사무국장은 “내부 문제로 사업자가 포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올해 7월 들어 광양시에 다시 공사시설 부설물 건축허가 신청을 내는 등 재기 움직임이 있다”면서 “광양읍 주민들은 2018년부터 꾸준히 발전소 건설에 반대했으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환경운동연합과 녹색연합이 참여하는 범대위를 통해 힘을 모으고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전력당국 관계자는 "(산업부는)충분히 예견된 문제를 잘못된 정책시그널로 한번, 제때 대처하지 않고 방치함으로써 또한번 증폭시켰다"면서 "지금이라도 국민인식을 훼손하고 RPS시장에 부작용을 미치는 대형바이오매스 출구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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