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시험대 오른 EU 에너지전환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험대 오른 EU 에너지전환
  • 조민영 기자
  • 승인 2022.03.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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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전기요금 가격 앙등…재생에너지 위축될라

[이투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빠르게 퇴출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연합(EU)의 에너지전환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최신 외신보도에 따르면 에너지전환을 가속화 하려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 투자를 옮기고 탄소배출에 세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저탄소 에너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정치인들에게 에너지전환은 선뜻 드라이브를 걸기 어려운 처방이 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침공은 유럽의 빠른 에너지전환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대체와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유전 시추 금지와 탄광 폐쇄 등의 계획을 취소하면서 기존의 탈탄소 정책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정부는 최근 전력공급을 중단한 석탄화력들을 전력 부족 사태를 대비해 예비 전력원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비상시 발전소 전원을 다시 켜겠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지난 수년간 천연가스 기반시설투자를 주저했으나, 최근 수입을 위한 터미널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는 있다. 

독일의 로버트 하벡 경제부 장관은 “에너지 공급 안보가 가장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독일 지방정부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뮌헨 지역정부는 최근 석탄화력 한 곳의 수명을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천연가스로 연료원을 교체한다는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재생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서 있던터라 이러한 입장 변화가 이목을 끌고 있다.  

석탄발전비율이 70%에 육박하는 폴란드는 기후 아젠다를 두고 늘 EU와 충돌했다. 폴란드의 에너지전환 반대론자들은 에너지 부족 사태가 터지자 성급한 탄광 폐쇄가 실수였다고 지적하 있다. 실레지아 지역의 도미니크 콜로즈 연대노동조합장은 “소위 EU의 기후정책은 심각한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게 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이전부터 러시아의 가스 수출량 제한으로 가스가격과 전력가격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가스가격으로 비료 공장들과 다른 공장들이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영국에서 가정집 에너지비용 지출은 50% 상승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여러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가스와 석유 수입량을 늘리는 전략을 펼쳤으나 이제 선택지에서 배제되고 있다. 독일의 올라프 슐츠 총리는 러시아에서 독일 북동부까지 연결할 예정이던 110억 달러 규모의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승인을 중단했다. 우르술라 폰 데르 레이엔 유럽위원회장은 “우리를 명백하게 위협하는 공급자에게 의존할 수 없다”며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U 내에서 내년 겨울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3분의 2 가량 줄이고, 2027년까지 수입을 완전 중단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무리한 요구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EU정상들은 이러한 제안들을 논의하기 위한 만남을 가졌다. 그러나 현재 에너지가격 상승을 막는 방법을 두고 이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후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UN의 안토니오 구테레스 사무총장은 21일 주요 경제국들이 러시아산 원유를 배제하는 것에 너무 집중하면서 전체 화석연료 소비량을 줄인다는 정책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지난 수십년간 에너지전환의 시험대였다. 20년 전부터 탄소배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배출거래제를 선도했다.

그 결과 철강 제조 등 오염 물질 배출사들이 점차적으로 배출량 줄이기에 동참하게 했다. 지난해 EU 회원국들은 철강과 시멘트 등 탄소집약 수입품에 대한 탄소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특히 해상 풍력발전 산업은 약진했다. 대표적으로 지멘스가메사리뉴어블에너지는 도시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풍력발전기들을 곳곳에 설치했다. 풍력발전 전력원으로 생산한 그린수소 투자 계획도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들도 여러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지멘스가메사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터빈 제조사로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곳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재정적 어려움으로 최고경영자를 교체했다. 풍력산업 경영진들은 많은 국가에서 야심찬 기후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풍력 회사들은 이윤을 내고 공장 운영을 위해 빠른 속도로 주문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멘스가메사의 모튼 필가드 라스무센 기술최고담당자는 “풍력회사들은 미래를 기반으로 투자를 집행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며 풍력 터빈에 적합한 지역을 발견하고, 건설에 필요한 정부 허가를 받는게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어업과 해군의 훈련 방해,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는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일도 높은 장벽이다. 

유럽에너지위원회의 카드리 심슨은 재생에너지 사업은 최우선 공공 과제로 다뤄져야 하며, 유럽 정부들은 장벽을 낮추고 법규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풍력 발전소 허가에 7년이 소요된다면 재생에너지 혁명을 논하는데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전환의 선도적 역할을 자처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전쟁과 경기 후퇴 등으로 빚어진 난관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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