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재도약에 기대…배터리 등은 자국산업 보호 의도

[이투뉴스] 미국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태양광과 풍력에 대한 장기적 세액 공제안을 담은 4300억 달러 규모 법안이 최근 미 상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향후 10년간 연방 정부 보조금에 의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들 전원을 비롯해 ESS와 바이오매스, 수소사업에 대한 새 세액 공제안도 상원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만큼 하원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의 외신보도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정부 세액 공제는 지난 10여년간 미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끄는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정책이 단기적이었기 때문에 사업개발자들은 공제 만료 기한을 맞추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거나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어 온 일명 기후법안으로 불리는 이번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통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사업의 재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사업자들은 미국산 설비를 사용하거나 경제적 취약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추가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 파이낸싱사인 노튼 로즈 풀브라이트의 기스 마틴 변호사는 “최소 향후 10년간 (재생에너지 분야가) 황금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액 혜택 기대감으로 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미 상원의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달 27일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을 발표한 이후 재생에너지 관련 주가 인덱스인 와이더힐 클린 에너지 인덱스는 15% 상승했다. 이 인덱스는 태양광 모듈 제조사인 퍼스트 솔라와 거주형 태양광기업 선파워, 재생에너지 투자사 브룩필드 리뉴어블, 배터리기업 플루언스 에너지 등 다양한 기업들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은 12%에 그쳤다. 바이든 행정부가 선언한 '2035년 전력 분야의 탈탄소화'를 성공시키려면 더 적극적인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2150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중국과 유럽에 뒤처졌다. 이번 인플레 감축법이 최종 통과되면 다양한 투자처를 끌어모으며 업계에 큰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태양광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에스플라네이트 캐피탈의 션 크라베츠 대표는 "올해는 유럽 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미국 개발사들이 팬데믹 관련 공급망 불안과 수입 관세 리스크, 중국내 강제노동에 연관된 우려 등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그러나 10년 정도 보장되는 정책정 안전성은 이러한 분위기를 크게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크라베츠 대표는 “미국에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있는 것으로 보고 회사 방침을 바꾸고 있다”며 “기회의 규모와 범위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 최대 전력회사들도 이번 법안이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저감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에디슨 전력 연구소의 워너 백스터 소장은 “세액 공제 확대는 우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계획을 집행하게 할 뿐만 아니라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믿음도 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태양광 개발사 8미닛 솔라 에너지의 대표는 “장기적인 세금 공제는 더 많은 파이낸싱을 위한 문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이 있기 전까지 우리는 건설에 3~5년 걸리는 사업에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1~2년의 세액 공제 연장을 지켜봐야만 했다”며 “처음으로 2034년까지 투자에 확실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반겼다. 

이번 법안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이 맞춰진 동시에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인플레 감축법안에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다. 전기차 구매에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해서 까다로운 요건을 맞춰야 한다. 차량이 북미에서 조립되어야 하고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이 미국산이어야 한다. 내년부터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없다. 

법안은 태양광 모듈과 풍력 터빈, 배터리 제조, 주요 광물 처리 등을 하는 미 제조사들에게 세액 공제를 제공하고, 전기차와 풍력 터빈, 태양광 모듈 등을 제조하는 신규 제조 시설에 10억 달러 투자 세액 공제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난방 펌프, 주요 광물 처리 등 제조에 속도를 내도록 5억 달러를 유치하고, 자동차 제조 시설의 청정 전환을 위해 20억 달러 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신규 전기차 제조 공장 건설에 200억 달러 대출안도 포함시켰다. 

저소득층 가구의 친환경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전폭적인 재정 지원도 단행될 예정이다. 주택 소유주들이 에너지 효율로 주택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90억 달러 예산을 책정했다. 히트 펌프와 지붕 태양광, 전기 히트펌프 등에 10년 소비자 세액 공제, 중고 전기차 구매에 4000달러 세액 공제, 새 전기차 구매에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에너지 효율 주택을 만드는데 10억 달러 보조금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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