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원자력 로드맵' 발표 최대 8기 신규 건설 추진
기존 원자력 사업도 예산 초과로 적기준공 '빨간불'

[이투뉴스] 영국 정부가 에너지자립을 강화하고 탄소배출량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명 ‘원자력 발전 최대 확대 계획’을 11일 내놨다. 

영국 정부가 이날 발표한 ‘민간 원자력 로드맵’에는 첨단 우라늄 연료 생산을 위한 3억 파운드 투자와 '현명한 규제'를 포함한 주요 신규 발전소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은 4배 늘려 24GW로 확대할 예정인데, 이는 영국 전력 수요의 4분의 1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물론 이렇게 새로 건설한다해도 현재 한국의 원전 가동용량(23.9GW) 수준이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원자력은 영국이 직면한 에너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이라며 “친환경적이고 장기적으로 더 저렴하며 영국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올바른 장기적 결정이며, 우리가 측정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도록 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넷제로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 여름 북해에서 수백개의 신규 석유와 가스 시추 면허를 승인할 것이라고 발표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석유가스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어 고심이 깊었다.   

클레어 쿠티뉴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원자력 신설 계획은 영국이 푸틴과 같은 폭군에 의해 에너지를 빌미로 몸값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전기요금을 줄이고 수천 개의 일자리를 지원하며, 영국의 에너지 안보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로드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올해 착공 예정인 영국 동부의 사이즈웰과 현재 건설 중인 서부의 힝클리 발전소만큼 큰 대규모 발전소를 추가로 선설하는 방안이다. 두 발전소 모두 각 6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영국 정부는 2050년까지 최대 8기의 신규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러시아에서만 상업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첨단 원자로에 필요한 HALEU 연료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최대 3억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이러한 형태의 우라늄 연료를 제공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며, 첫 번째 공장을 10년 안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자력 규제 당국은 건설 계획에 속도를 내기 위해 규제를 완화해 설계가 완료되는 동안 사업을 평가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2030년부터 2044년까지 5년마다 투자 결정 기간을 적용해 신규 원자력 사업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 24GW 원자력을 확보하려면 2030년부터 2044년까지 매 5년마다 3~7GW의 신규 원자력 발전을 추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발전소 배치를 가속화할 수 있는 새 규제를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에너지믹스에서 원자력의 발전 비율은 1990년대 27%에서 현재 15%로 떨어졌다. 영국은 현재 발전소 5개 단지에서 9기의 가동 중인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원전들이 가동 수명이 끝나 3개 발전소 원자로 6기는 2021년 이후 가동이 중단돼 해체를 준비하고 있다. 운영사인 EDF는 이 가운데 두 개의 원전 수명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원자력 사업들도 이미 예정보다 늦어지고 예산이 초과되는 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 남서부에 있는 EDF 에너지의 신규 3.2GW 힝클리 발전소는 최소 2027년까지 가동이 어려울 전망이다. 

영국 남동부에 계획된 사이즈웰 발전소(3.2GW)는 아직 최종 투자 결정도 받지 못했다. 영국 정부와 개발사인 EDF는 신규 사업을 위해 지난해 사모펀드 투자를 도입하는 절차를 시작했지만 "지속가능한 상업적 모델이 필요하다"며 난감해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추가적인 대규모 원자력 사업없이 목표를 맞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안보와 넷제로부는 ‘민간 원자력 로드맵’에서 “사이즈웰 발전소를 넘어서는 더 큰 규모의 원자력 사업을 개발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이번 의회가 끝나기 전까지 일정과 과정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는 24GW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SMR을 개발하도록 경쟁을 붙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편 영국은 2030년까지 영국에 남아있는 러시아 연료와 우라늄 공급을 제거하고, 최대 24GW의 원자력 폐기물을 수용할 수 있는 처리시설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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