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름값 공급가 공개하면 "가격 내려갈 것"
업계, "올릴 수 있는 턱밑까지 최대한 올릴 것"

[이투뉴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 기름값을 공개하는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석유업계가 오히려 가격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급가를 공개하면 경쟁이 촉진돼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는 최근 국무조정실에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앞서 지난해 9월 산업부는 석유정제업자(정유사)가 판매처별(대리점‧주유소) 공급가와 지역별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현재 해당안은 산업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고 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 취지는 공급가 공개를 통한 석유가격 안정화다. 주변 경쟁업체의 공급가가 공개되는 만큼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업계는 되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며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경쟁사보다 1원이라도 싸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올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가격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영업비밀 침해, 형평성 문제 등 여러모로 시장경제원리를 역행하는 법안"이라며 "계약관계, 지원내용 채권 등 거래처별 특성에 따른 차이가 분명 있음에도 공급가를 버젓이 공개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논쟁과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도 같은 견해다. 수도권에서 석유대리점과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사업자는 "마진율이 낮은 동네이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 정부가 이달부터 휘발유 유류세 인하폭을 줄였기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올라야 정상인데, 반대로 내려간 곳도 적지 않다.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공개된다면, 다들 올릴 수 있는 수준까지 분명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양측 모두 논리가 있다는 쪽이다. 시장환경에 따라서 얼마든지 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서로 허무맹랑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련 용역 등 면밀한 진단 후에 (개정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순기능이 더 많다고 보고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현재 정부는 정유4사간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면서 "가격경쟁을 통해 유류세 인하조치 효과가 확대되는 등 기름값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hooni@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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