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공급권역 지정고시에 더해 비고시지역 영역 확장이 이어지면서 도시가스업계와의 대립각이 첨예하다.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해당사자 간 갈등은 갈수록 더해질 양상이다.  

최근 들어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곳은 4116세대 규모로 오는 2027년 준공될 예정인 갈현1구역 재개발 현장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정권역인 은평뉴타운의 안정적 열공급 관리를 위해 세운 열방합발전소인 삼송지사를 활용해 갈현1구역 재개발 현장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도시가스회사가 이미 인근 주변까지 더해 수백억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 도시가스배관 12㎞를 운용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가 재개발 조합이 설립된 이후 이어진 수요자 요청을 거부하기 어려워 공급을 검토해왔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해당권역 도시가스사의 반발이 거센 배경이다.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의 비고시지역 영역 확장으로 인한 도시가스사와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5년에는 지역난방공사와 대한도시가스(現 코원에너지서비스)가 업역 충돌을 빚었다가 산업부가 겨우 중재에 나서 파국으로 번지지 않았으며, 2013년에는 지역난방공사가 수도권 외곽지역의 미이용 열에너지를 활용한 ‘열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3조원 규모의 ‘그린히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국회, 시민단체, 학계, 연구기관 등 각계각층이 휘말리며 시끄러웠다. 이 프로젝트는 논쟁 끝에 4년 만에 막을 내렸다.

문제는 수십년 간 이어져오는 이런 갈등이 사업자 간 업역 분쟁에 그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막대한 재원의 기간시설 중복투자와 기축 도시가스공급시설의 유휴화로 인한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입법발의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 의원은 집단에너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집단에너지 공급대상지역으로 결정되면 타 난방연료가 진입하지 못하고 집단에너지 공급을 영구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지역 주민의 에너지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적정 기간마다 공급대상지역별 사업을 평가하고, 지정 유지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라는 주문인 셈이다. 

공감대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제도가 관성적으로 진행될 때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뼈아픈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소비자 연료 선택권 보장이 담긴 집단에너지사업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주무부서인 산업부가 언제까지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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