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전주태양광발전소] 매립장 위에 2MW 발전소 건립 … 하루 최대 1000만원 수입

 

"주민과 지자체, 발전사업자, 더불어 지구까지 행복해졌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전주 광역쓰레기 매립장. 70만톤의 쓰레기 더미가 묻힌 5만1367m²(약 1만5500여평)규모 비위생 폐기물 매립장 지상을 가득 메운 것은 잡초도 아닌 8950여장의 태양광 모듈이었다.

 

전주 광역쓰레기 매립장은 전주시, 김제시, 완주군 등 3개 지자체가 쏟아낸 각종 폐기물을 처분하는 전북권 최대의 '난지도'였다. 지금은 인근 광역소각장에서 발생한 소각재 등을 매립하고 있다.

 

이학재(54) 전주솔라에너지 발전소장은 "사방이 트여 그늘이 없고 매립장이라 울타리도 필요 없으니 이곳만큼 좋은 태양광발전소 부지가 없을 것"이라며 "그야말로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준 '행복발전소'"라고 추켜세웠다.

 

산을 깎아 세운 태양광발전소가 있는가 하면 이처럼 불모지를 활용해 무공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도 있다. 지난해 3월 준공된 이곳 전주태양광발전소는 일일 최대 1만6349kW(2008년 5월 11일 기준)의 전기을 생산, 하루 최대 1000만원의 전력 판매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발생된 수익 가운데 일부분은 전주시에 부지 임대료로 지급되고, 매년 2000만원 가량이 주민지원협의체를 통해 주변지역 원주민 몫으로 돌아간다. 전주솔라에너지(대표이사 김태룡(www.ihaemaroo.com. 해마루에너지 대표이사)는 정부 소유 매립장을 빌려 2MW급 발전소를 건립, 이 수익으로 투자비와 주민지원비, 발전사업자 수익을 충당하고 있다.

 

발전소 관리인으로 고용된 원주민이자 주민지원협의체 반장인 송길완(58)씨는 "잡초제거 등 발전소 허드렛일이 생기면 반드시 동네 주민이 동원된다"며 "순환직인 내 일자리도 이 발전소가 창출한 셈"이라고 흡족해 했다.

 

◆ '행복발전소'가 탄생하기까지=전주 태양광발전소는 매립장 위에 세워졌다는 이유만으로도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악취와 환경오염을 연상케하는 혐오시설을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탈바꿈시켜 주민과 지자체, 사업자까지 만족하는 상생모델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복발전소'가 완공되기까지는 길고 지난한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재 발전소 관리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이학재 소장은 2004년말 전주시청 공무원이었다. 특급전기 기술자로, 공직생활 내내 시에서 각종 업무를 도맡았던 계장 신분이었다. 그해 어느날 이 계장은 지자체 최초로 신설된 '신재생에너지과' 책임자로 발령이 났다.

 

전국에 태양광발전소가 몇 개 되지 않을만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전주시 인구는 62만여명을 상회했지만 시 전역에 태양광을 활용한 시설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때 전주시에 최초로 발전사업 뜻을 내비친 곳이 D사였다. 지금의 발전소 부지인 비위생 폐기물 매립장은 매립이 완료돼 갈대와 잡목이 우거져 있었다.

 

하지만 6개월 공기를 맞출 재간이 없었던 D사는 이내 두 손을 들고 전주시를 떠났다. '폐기물위 발전소'라는 전례없는 사업에 대한 부담감이 결정적 이유였다.

 

모두가 포기한 이 프로젝트에 희망을 품고 달려든 이가 전주솔라에너지 김태룡 대표(해마루에너지 대표이사)였다. 당시 금융업에 종사했던 그는 이학재 계장을 만나 "기필코 태양광발전소를 짓겠노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쓰레기발전소'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온통 가시밭길이었다. 보통 태양광발전소는 15년 이상 발전소를 가동해야 수지타산이 맞지만 공유재산관리법은 시유지 임대기간을 3년으로 못 박고 있었다. 첫번째 난관이었다.

 

자신의 일처럼 동분서주했던 이 계장은 궁리끝에 외국인투자촉진법 요건을 충족하면 부지를 장기간

임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김 대표는 수일만에 전주솔라에너지를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등록해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이번엔 도시계획이 발목을 잡았다.

 

매립장은 도시계획상 폐기물 처리지역에 포함돼 있으나 전기공급지역으로 중복해 시설결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도시계획은 전북도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사안이다.

 

예상대로 당장 의회 도시계획위원회에선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쓰레기 매립장에서 뿜어져 나온 매립가스가 폭발을 일으키면 어쩌냐", "매립장이 침하해 붕괴되면 어쩌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 태양광에 무지했던 당시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이들은 다시 한번 좌절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던 이 계장과 김 대표는 전북대 양고수 교수를 비롯한 토목환경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렇게 프로젝트 착수부터 전북도청 도시계획시설결정 승인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이 소장은 "내일처럼 쫓아다녀도 진척이 없었다. 3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의 80%를 이때 받은 것 같다"며 "하루에도 몇번씩 죽었다 살아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회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전주시는 지난해 1월 사업시행 인가를 내줬다. 단 매립장 발전소부지 반경 2Km 이내 20여개 마을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김 대표는 주민설명회를 열어 "전주시에 지불하는 임대료 이상의 지원금과 혜택을 주민 몫으로 돌리겠다"고 약속했다. 곧 협의체로부터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이 과정에 일등공신으로 활약한 이 계장은 타 부서로 발령이 나 '쓰레기발전소'가 착공되기 이전에 손을 뗐다. 이 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다시 그 과정을 밟으라면 절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 불용지가 재생에너지 곡창지대로 변모=2007년 7월 전주 태양광발전소는 시공업체인 이엔이시스템에 의해 첫 삽을 떴다. 쓰레기 위에 70~80cm 높이로 복토층을 깔았지만 지반이 얕아 20~30cm를 추가로 복토해야 했다. 덤프트럭 400대분의 토사가 메워졌다.

 

앞서 김태룡 대표는 회의적 시선으로 지켜보던 금융권을 설득하기 위해 은행문이 닳도록 전국 종횡무진했고 결국 산은캐피탈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을 이끌어 냈다.

 

이 발전소에는 225W급 단결정 모듈 6224장과 220W 다결정 모듈 2730장이 투입됐다. 인버터는 350kW급 5대, 250kW급 1대가 설치됐고 0.5마력 220V 트렉커 8대가 단축형 추적식으로 배치됐다. 부지여건이 좋다보니 발전량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불용지도 얼마든지 재생에너지 곡창지대로 변모시킬 수 있다는 한 공무원과 사업자의 신념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정년을 앞두고 있던 당시 이 계장은 "피땀이 어린 발전소서 관리인으로 말년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이 받아들여져 이 발전소의 관리책임자로 두번째 인생을 시작했다.

 

김태룡 대표(해마루에너지 대표이사)는 "갖은 고초를 겪었지만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배운 기획, 인허가, 자본조달, 금융기관 P/F, 건설발주와 시공ㆍ감리 및 운영 노하우가 값진 재산으로 남았다"면서 "이 경험을 토대로 향후 개도국이나 신흥 발전시장으로 진출해 해외수익을 거둬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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