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4% 배출 불구 기후변화에 재앙적인 영향
아프리카 첫 기후정상회담서 정상들 부유국에 요구

[이투뉴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글로벌 에너지 투자금의 절반 이상이 청정 재생에너지 기술에 투입되면서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했다고 올해 초 발표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는 세계 녹색에너지 투자의 2%만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100년께 나이지리아 인구가 중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구가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아프리카의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케냐는 아프리카 각국 정상과 기업ㆍ기술 전문가, 정책 입안자, 시민단체를 초대해 아프리카 최초의 기후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케냐의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아프리카의 청정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 대륙이 맞은 기후위기로 인한 영향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첫 번째 행사다. 

현재 아프리카 인구의 절반은 전기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만큼 에너지전환이 화석연료 접근이 어려운 상황은 친환경기술로 도약할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보도했다. 그러나 녹색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화석연료 탐사에 대한 다국적 투자는 51억달러를 초과해 가스와 석유, 석탄 생산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녹색에너지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는 이보다 두 배 정도였다. 아프리카 경제개발이 재생에너지로 작동될지 아니면 화석연료가 될지 여부는 세계의 손에 달려있다고 에너지 및 기후 싱크탱크인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의 책임자인 모하메드 아도우는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부채를 지고 있는 국가들은 높은 차입비용부터 아프리카 투자가 위험하다는 인식 등으로 인해 청정에너지 투자에는 많은 장벽을 겪고 있다. 

IEA는 ‘아프리카 청정에너지 자금조달’ 보고서에서 아프리카의 공공사업 프로젝트 자본 비용은 선진국보다 최소 2배에서 3배 높다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아프리카 대륙은 엄청난 양의 재생가능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조달 문제가 사업을 순조롭게 시작하기 어렵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EA는 아프리카 전역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매해 250억달러의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현재 연간 지출액의 두 배지만,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의 1%에 불과하다. 250억 달러는 대형 액화천연가스 터미널 한 곳을 짓는데 필요한 금액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1억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녹색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4만5000개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에 드는 비용이라고 세계은행은 추산했다. 

아프리카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만을 내뿜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20년만에 가장 치명적인 폭풍이 말라위와 모잠비크, 마다가스카르를 강타했으며, 수십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범아프리카 다자개발기구인 아프리카 파이낸스 코퍼레이션의 금융서비스 전무인 산지브 굽타는 현 상태가 계속된다면 아프리카 대륙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리카와 세계 다른 지역에 취약한 사람들이 집단학살 수준에 이를 정도로 재앙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케냐 정상회담서 아프리카국가 정상들은 녹색에너지시스템의 도입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기후변화의 해로운 영향에 대비할 수 있도록 주요 배출국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세계 탄소세를 제안했다. 이 나이로비 선언은 화석연료 무역, 해운, 항공에 대한 세계적인 탄소비용 지불과 금융 거래세를 요구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탄소세에 대해 논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나이로비 선언은 연말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유엔 기후정상회의 COP28에서 아프리카 측이 협상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적인 탄소세 방안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프리카 기후정상회의에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라이엔 위원장은 각국 정상에게 COP28에서 세계 탄소세 계획을 수립하는 데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아프리카 정상들은 현재 56GW에서 2030년까지 300GW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60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요구했다. 아울러 세계 개발은행들이 개도국에 대한 양보적 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자간 금융체제의 개혁을 주장했다. 

특히 정상들은 "아프리카의 부채 위기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촉구하며 “모든 개발도상국이 개발과 기후행동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지난해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각국은 개발도상국에 기후변화 피해기금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기로 약속했지만 아직도 자금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의 톰 미첼 상임이사는 “현재 우리는 개발도상국들이 바라는 기후금융 지원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부유한 국가들에게 채무 상환금으로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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