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사단법인 넥스트 CSO(기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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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칼럼 / 고은] 굶어서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굶어서 뺀 살은 먹으면 다시 찐다는 것을. 평소만큼 먹어도 몸매를 유지하고 싶다면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고 살이 덜찌는 체질로 바꿔야한다. 이 단순한 논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해석할 때도 적용이 된다. 

7월에 발표된 우리나라 ’22년 온실가스 잠정배출량은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6억 5,400만톤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산업부문에서 1,600만톤을 감축하며 가장 큰 기여를 했는데, 배출량 몸집이 가장 큰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의 생산량 감소가 핵심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렇다면 이 배출량 실적은 굶어서 뺀걸까 아니면 체질이 개선된 효과인 것일까?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한 질문인데, 향후 우리나라 경제가 국민을 먹여살릴만큼 생산활동을 지속한다고 해도 배출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지 점칠수있기 때문이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굶어서 뺀거다. 다시 먹으면 찐다.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의 경기가 개선되고 생산량을 회복하면 다시 배출량은 오른다. 

철강업종 생산량 감소는 작년 9월 포스코를 강타한 힌남노로 인한 일시적 생산량 쇼크와 글로벌 철강수요 부진때문이었고, 석유화학의 경우 코로나를 지난 이후 중국의 수요반등이 지체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즉 경기에 따라 언제든지 반등할 수 있는 요인이자 ‘현상’이지 지속적인 ‘트렌드’라고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체질 개선을 판단하려면 탄소집약도(carbon intensity)를 봐야한다. 원단위 배출량이라고도 표현될 수 있는데 생산량 1단위당 배출량 혹은 매출액 1원당 배출량을 의미한다. 사실 가격의 변동이 경기사이클과 연동되어 있는 업종의 경우(반도체, 철강, 정유 등) 매출액 당 배출량도 실질적인 체질 개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니다. 가장 정확한 지표는 생산량 당 배출량이다. 그래야 경기요인과 독립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국제사회는 철강제품에 대해 탄소집약도에 기반한 기준을 들이밀고 있다. 저탄소 철강 구매를 선언하는 자발적 이니셔티브인 스틸제로의 경우 1.22tCO₂/t-steel(철스크랩 15% 장입기준)을 저탄소 철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철강구매량의 절반을 저탄소 철강으로 조달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일반 고로 기반의 철강사에서 탄소집약도는 2.1tCO₂/t-steel 수준으로 스틸제로 가입사들에게 내다팔려면 7년안에 절반수준으로 배출량을 떨어뜨려야 하는 셈이다. EU CBAM도 마찬가지다. 상품단위 당 배출량에 의거하여 CBAM비용을 부과한다.

지난 3년간 업종별 탄소집약도(Scope1기준)를 보면 철강업종의 경우 조강 1톤당 1.46→1.45→1.41tCO₂로 큰 변화가 없고, 석화업종의 경우 기초유분 생산량 1톤당 1.57→1.61→1.59tCO₂로 큰 변화가 없다. 그간 개별 기업의 탈탄소 활동을 고려해보면 사실 변화가 없는게 당연하다. 단기간에 탄소감축을 줄일만한 공정상의 변화가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만병통치약처럼 홍보되는 전기로네, 바이오플라스틱이네, 열분해유네 하는 저탄소기술의 규모는 아직 전체규모의 1%도 되지 않고, 이들 기술의 본격적 스케일업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5년 이상은 걸린다. 

올 연말부터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이행실적 점검을 매년 실시한다. 이전 해보다 줄어든 ’22년 총배출량 규모만 보고 섣부른 자축이 있을까 우려된다. 지금과 같은 생산구조에서 올해의 배출량이 작년보다 더 줄어들려면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탄소집약적인 업종의 생산실적이 계속 안좋기를, 글로벌 경기가 계속 침체되기를 바라야한다. 우리는 자동차도 타야하고, 아파트도 지어야하고, 옷도 사입어야 하는데, 철의 생산과 석유화학의 생산이 줄어들기를 마냥 바랄수 있는가.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혹은 더 나은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이 줄어드는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추진한다면 총배출량에 대한 규모에만 경도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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