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견제속 2030년 세계시장 3분의 1 점유 예상
정부 지원과 혁신 아이디어 및 신기술 접목해 입지다져

[이투뉴스] 세계 자동차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이 발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2016년 70만대에 불과했던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는 올해 1400만대 수준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전세계 23개국에서 전기차가 신차의 5%를 넘어섰고,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 8월 기준 신차 판매의 38%가 전기차였다. 

콜린 맥케라처 애널리스트는 “중국에서 전기차를 채택하면서 경쟁이 과열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의 장악력이 커짐에 따라 다른 경쟁국들이 경계하고 있고, 과도한 정부 보조금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은상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중국은 올해부터 전기차에 적용하던 구매 보조금을 폐지했다. 

전기차 배터리가격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60% 하락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기술이 향상되면서 에너지 밀도가 향상되고 수명이 늘어났으며 안전성도 높아졌다. 동시에 비용은 계속 낮아졌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전력을 쏟아 다른 나라들보다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갖췄으며 시장 점유율을 금세 높였다. 원자재부터 배터리 생산, 전기차 제조까지 공급망을 가장 잘 갖춘 중국은 지난해 전체 전기차 판매의 60%를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2020년에 300만대, 2021년 600만대, 지난해에 1000만대의 전기차가 팔렸고, 오는 2026년에는 2700만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의 성공 배경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연료전지와 배터리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에너지 자동차를 미래로 보고 다양한 정책을 지원해 왔다.

정부 차량을 비롯해 전기차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내연기관차 구입을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의 주요 도시들은 교통 체증과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추첨이나 경매 제도를 번호판을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의 경우 짧은 시간내에 번호판을 추가적으로 발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선전시는 2018년 버스를 완전히 전기버스로 교체했다. 대부분의 택시와 승용차들도 전기차로 운행되고 있다.

세계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시장을 성장 기회로 삼아 주력 사업으로 올인한 점도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전기차에 필요한 많은 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집중했으며 배터리 생산 능력을 키웠다. 

맥케라처 애널리스트는 중국 소비자들이 북미나 유럽 소비자들보다 신기술을 더 빨리 도입하는 경향이 내수 시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자동차 구매 인구의 평균 연령이 비교적 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중산층이 크게 증가했으며, 가족 중 첫번째 자동차 구매자가 되는 이들이 신기술에 좀 더 유연한 여건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경계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에서 가격을 왜곡하고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전기차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값싼 중국산 전기차들이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보고있다.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지난 3년간 851%나 급증했으며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됐다. 

중국 정부와 전기차 제조사들은 부당한 보조금은 없었다고 부인한다. 허 리펑 중국 부총리는 지난달 "유럽은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시장을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적자에도 혁신 아이디어 투자 감행
중국 전기차 제조사인 니오는 연구개발에 1만1000명을 고용하고 있지만 한달 자동차 판매대수는 8000대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자동화 로봇에 대규모로 투자했으며, 공장 한 곳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 모터를 만들기 위해 30명의 기술자를 고용했다.

니오는 좌석마다 350달러의 AR안경을 제공해 자율주행 시스템과 상호 작용하는 휴대폰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안경으로 승객이 비디오 회의를 투사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8억3500달러의 적자를 봤고, 판매한 자동차 한 대당 3만5000달러의 손실을 냈다.

<뉴욕타임스>는 니오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정부 지원 덕분에 손실을 견디면서도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실제 니오가 2020년 현금이 떨어졌을 때 지방 정부가 회사의 지분 24%를 사들여 10억달러를 투입했다. 국책은행은 다른 대출 기관으로 하여금 16억 달러를 투입하게 이끌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세계 전기차 산업에서 중국의 성장세를 보여주며 기후변화를 막을 기회를 넓히고 있으나 동시에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 4주째 이어지고 있는 디트로이트 자동차 회사 3곳에 대한 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은 전기차 전환과 인공지능 등 신기술 채택에 따라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으로 시작됐다.

회사들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작업을 재조정을 추진하려 하고 있으나, 노조는 임금을 인상하면서 자동화와 신기술로부터 일자리를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노동자 임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다. 상하이 등 대도시의 자동차 노동자들은 연봉과 복리후생비로 약 3만 달러를 받고 있으며 물가가 저렴한 도시의 노동자들은 이보다 더 적게 받고 있다.

반면 포드 자동차는 자사 근로자들이 연봉과 복리후생으로 평균 11만 달러를 받는다고 밝혔다. 자동차 노조는 4년간 21.4%의 임금 인상과 매주 근무일에 유급 휴가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은 세계에서 가장 자동화된 분야이기도 하다. 마이클 던 중국전문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기기들을 중국 공급업체들로부터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거의 모든 전기차 부품에 대한 공장 건설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휘발유 자동차의 가격보다 낮게 책정되는 등 공급과잉이 나타났다.

폴공 UBS은행 아시아 자동차 연구소장은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2030년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유럽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에서 20%로 크게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기술발전으로 일부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경쟁보다 협력을 택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 허페이시에 자동차 개발 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독일 본사에서 이루어졌던 설계 작업을 중국에서 수행하기 위해 2000명의 엔지니어를 고용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7월 적자를 내고 있는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XPeng의 지분 4.99%를 7억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BYD는 올 상반기 동안 15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다. BYD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수출량 증가를 예상하며 최근 중국 조선소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동차 운반선을 자체 발주했다.

유럽 외에도 호주와 중동, 중남미에 이르는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점유율이 미미해 입지를 다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은 현재 미국 뿐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자동차를 제외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법안을 마련했다. 

한편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은 2017년 이후 휘발유차 판매가 전기차 판매 증가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위축되고 있다. 고속철도 노선과 지하철이 신설되고 차량 호출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다. 

이처럼 중국 회사들은 선진국들의 무역보호주의를 내세운 견제와 자동차시장 위축 등의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앞다퉈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동차에 접목해 내놓고 있다.

최근 니오는 자동차 제어를 위한 버튼이 장착된 자체 휴대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지리는 지난해 스마트폰 제조업체 메이즈의 지분 79%를 인수해 자사 자동차에 메이즈소프트웨어를 넣기 시작했다. 전기차 시장진출 선언 후 성과가 없는 애플과 달리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는 내년 시장 진출을 위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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