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격 인상 따른 조치…에너지요금 2년전比 2배

[이투뉴스] 영국 에너지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이 에너지 도매가격 상승을 반영해 새해부터 일반 가구에 대한 전기·가스 가격상한을 5% 인상하기로 했다. 연중 가장 추운 1월에 이뤄지는 조치라 적잖은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영국의 일반에너지(전기·가스) 가격 상한은 연간 1928파운드(한화 약 315만원)로 상승한다. 지난 10월 1834파운드로 내렸다가 전기·가스 도매가가 급등해 94파운드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가정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로이터>는 "정부지원이 삭감되고, 더 저렴한 에너지 공급사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의 범위가 줄어들어 일반 시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보도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연료빈곤종식연합의 사이먼 프란시스 코디네이터는 "전기, 가스료가 가장 힘든 시기에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품목인 에너지 요금이 높아지면 저소득층이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오프젬의 조나단 브레어리 CEO는 “가격 상한선 인상은 전기와 가스 도매가격이 상승한 결과"라며 ""모두가 지불하는 가격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영국의 가스도매가는 9월초부터 약 30% 상승했다. 오프젬은 가스가격이 보통 겨울철 난방수요가 늘어나면서 상승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으로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영국 자선단체들은 정부 지원이 많이 삭감돼 많은 가정들이 에너지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가격 상한선이 훨씬 더 높았던 지난 겨울 400파운드를 할인받았다.

그럼에도 내셔널 에너지 액션이란 단체는 지난 3개월 동안 영국인 4명 중 1명이 에너지 요금을 지불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조세프 로운트리 재단에 의하면 요금 인상으로 약 200만 가구가 냉장고나 냉동고 전원을 껐다. 

오프젬은 일부 가구에게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지만, 시장에서 더 저렴한 에너지 공급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약 300만 가구의 취약계층이 정부의 지원으로 150파운드 상당의 청구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대부분 취약계층은 올해와 내년 생계지원비 900파운드를 받아 에너지요금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3개월마다 갱신되는 이 가격 상한은 새 요금이 1년 동안 적용될 경우 일반 가구가 연간 에너지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지를 나타낸다.

오프젬은 가스 도매가격 등을 고려해 가정용 전기 가스단위 요금에 최대치를 설정하고 있다. 가격 상한은 가구가 지불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아니다. 에너지 공급자가 각 에너지 단위에 부과할 수 있는 금액과 하루 최대요금(사용량 무관 일률 요금)을 제한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실제 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더 높거나 낮을 수 있다. 

영국은 1999년 전기와 가스 소매 부분을 민영화 했다. 민간기업이 요금을 과도하게 인상하지 못하도록 오프젬을 통해 요금을 관리해 왔다. 이후 2019년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격 상한을 마련했다.

그러나 에너지 위기가 모든 것을 바꿔놨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30여곳의 전력 공급업체가 파산했고,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업체를 바꿀 수 있는 교환 시장이 사라졌다. 현재 영국의 약 2900만 가구가 상한선에 의해 결정되는 기본 요금을 따르고 있다. 에너지요금은 2년 전보다 약 두 배 높아졌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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