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기후기금 이전금지로 태양광 제조시설 지원계획 타격

[이투뉴스] 독일 태양광 산업계가 중국산 저가공세와 제조업 생산지원 유보로 신음하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산업계를 거느렸던 독일이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몰락 위기에 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저가 중국산 태양광모듈 등 수입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응해 독일 정부는 지난 6월 자국에 태양광 생산시설을 건립하거나 확대하는 기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카르스텐 코에르니그 독일 태양광산업연맹(BSW) 대표는 "지원 사업에 약 25억유로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 가운데 절반은 연방정부가 기후변화기금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난달 독일 헌법재판소가 기후기금에 대한 미사용 부채 600억 유로(한화 약 85조원)의 이전을 금지함에 따라 이 지원 계획이 취소 위기에 처했다. 

지원금을 신청한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모든 계획을 보류하게 만들었다. 최악의 시기에 결정됐다”고 토로했다. 앞서 독일 경제부는 연간 10GW의 태양광 생산능력 구축을 목표로 플래그십 사업에 착수했고, 24개사 이상의 태양광기업이 지원했다.

이 가운데 최대 5개사가 정부 지원 보조금 대상으로 결정되어야 하지만 지난달 발표키로 했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경제부 대변인은 "법원 판결이 태양광 산업 정부 지원 계획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정부가 아직 검토 중이어서 개별 사업에 대해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BSW는 이번 판결로 유럽산 태양광시스템을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제안됐던 보조금 결정도 보류됐다고 밝혔다. 독일의 태양광 기업들은 중국 경쟁사들의 저가 제품으로 쫓기고 있다. 보조금은 생산비용 이하로 판매할 수 있는 유일한 생명선인 셈이다. 

독일 태양광 유리 제조사인 인테르플로트의 크리스티안 켄 이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보조금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회사들은 6개월 내 사라질 수 있다. 이 시장은 구조적으로 파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클린 인더스트리 솔루션스 홀딩 유럽 AB사는 "모듈 가격의 기록적인 하락이 유럽 태양광 제조업체를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고갔으며 독일 자회사인 인더스트리얼 솔라 GmbH의 파산 절차를 신청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켄 이사는 “현재 상황에서 독일 기업들이 태양광 모듈과 셀을 생산해 이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덴 조코 S&P글로벌 청정에너지 기술 전무는 "유럽 전체가 현지 생산을 지원하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자국내 제조업체를 위한 시장을 육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인 치열한 경쟁으로 수출이 어렵기 때문에, 지역 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그 지역에서 판매될 수 있다는 것을 100%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정부들은 유럽내 제조업을 확대하고 녹색전환에 필요한 제품에 대한 중국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청정기술 제품수입에 대해 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독일 기업들은 장기적 정책 결정을 마냥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테르플로트의 켄 이사는 “회사들이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몇 년이 아닌 몇 주 안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2023 신재생에너지법'에서 2030년까지의 태양광 설치 용량 목표를 215GW로 정했다. 작년 기준 한 해 설치량(7.5GW)을 3배로 높여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이는 EU 전체 목표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업계의 기대를 모았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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