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전기·지역난방은 분산형과 고효율-저탄소 모두 만족
​​​​​​​선진국은 신축건물 개별보일러 설치금지…RHO도입 필요

[집단에너지 기획연재①] 열부문 탄소중립의 열쇠 집단에너지
[집단에너지 기획연재②] 알맹이 빠진 분산에너지 하위법령

“전기·가스요금 정상화로 소비왜곡 막아야”

[이투뉴스] 윤석열 정부는 출범초기 에너지정책 목표를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간 균형 잡힌 에너지믹스’로 정한 이후 지금까지 표면적으로는 동일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재생에너지는 최대한 줄이는 반면 원자력은 최대로 키우는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원자력발전소 역시 무탄소전원에 속하는 만큼 전원믹스 조정은 정부로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문제는 동해안에 신설했거나 짓고 있는 대규모 원전과 화력발전에서 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송전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안으로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HVDC(초고압직류송전)를 건설하고 있지만 신뢰하긴 아직 이르다. 

갈수록 송전선로 건설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마련한 선택지는 분산에너지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현지에서 사용함으로써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지역민원 해소, 송전손실까지 없애는 등 일석삼조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검토작업이 마무리단계에 도달했지만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여전히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업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유인책이 부족한데다 강자들이 기득권을 내려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한울 3, 4호기 외에 현 정권 내에 원전이 추가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많다. 분산에너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쏠린 눈 …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하위법령 공청회’에는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 분산에너지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줬다.
분산에너지 활성화에 쏠린 눈 …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하위법령 공청회’에는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 분산에너지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줬다.

◆현 전기·가스요금 체계로는 백약이 무효
그동안 정부는 에너지기본계획을 비롯해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각종 에너지 정책계획을 수립할 때마다 원가에 기반한 에너지요금 설정은 물론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고효율·저소비형 에너지 수요관리 혁신도 빠지지 않는 단골이다.

하지만 모든 정책이 계획에만 그쳤다. 러-우 전쟁 등으로 2021년 이후 글로벌 천연가스(LNG) 및 석탄 가격이 치솟아 엄청난 전기·가스요금 인상요인이 발생해도 한전과 가스공사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만 외쳤다. 현 윤석열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권마다 ‘표(?)풀리즘’에 매몰돼 에너지요금 인상을 ‘선거가 끝난 후’로 자꾸 미뤘다.

결국 한전과 가스공사의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해 법을 바꿔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부채로 인한 이자만도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빚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단순 공기업 부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로 인해 곳곳에서 왜곡된 소비를 불러오는 등 에너지산업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구역전기와 집단에너지사업이다. 구역전기는 전기는 한전에, 열요금은 한난을 준용해야 한다. 한전이 공룡이라면 구역전기사업자는 개미에 불과할 정도로 몸집이 작아서 버티고 있을 뿐 정상적인 사업운영이 어려운지는 한참 지났다. 하지만 모두가 한전의 수십조 부채만 걱정할 뿐 구역전기사업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집단에너지 역시 비슷하다.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에 묶여 있어 원가대비 현저히 낮은 열요금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가스의 경우 가스공사가 ‘미수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풍파를 막아주지만, 기준사업자인 지역난방공사는 물론 민간사업자 대부분이 적자에 시달리는 중이다.

분산에너지사업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을 ▶송전손실 절감 ▶대규모 발전소 및 송전망 건설비용 회피 ▶사회적 갈등 회피 및 전력공급 안정화 기여로 명시했지만 보상에 대해선 말을 피한다. 하위법령에 편익산정기관을 에너지공단으로 정하고, 조사결과를 2년마다 공표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당장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243%)과 충남(228%)을 비롯해 부산, 강원, 전남 등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자체의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조기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산업부는 시행시기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반대로 자급률이 낮은 대도시권 정치인들이 차등요금을 수용할 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 충남지역 에너지담당 공무원은 “분산법 하위법령에 지역별 차등요금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어 실망했다”면서 “도입근거만 만들고 시행을 미룬다면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물건너 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융복합 시대에 걸맞는 에너지정책 시급
분산에너지 범위에 집단에너지용 열에너지를 포함시켰지만 전기위주 정책이 대부분일 뿐 저탄소·고효율 열에너지 활성화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력위주 에너지정책이 빚어낸 또 하나의 허점이다. 다루기 어렵고 귀찮은 개별난방의 온실가스 배출은 전혀 언급 없이, 지역난방용 열병합발전에는 배출권 유상할당을 하겠다는 정책도 이의 연장선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는 물론 가정·상업부문 열에너지의 탄소중립 등을 감안할 때 현재 가장 근접한 것은 구역전기와 집단에너지다. 물론 지역난방이 모두를 해결할 수 없는 만큼 콘덴싱보일러 등 고효율 개별난방기기 보급도 병행해야 한다. 여기에 집단에너지 역시 미활용 열 이용 극대화, 신재생 열원 확대,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연료전환에 대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열부문 탄소중립은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이 아니라 반드시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신재생열에너지 사용의무화(RHO)를 비롯해 고효율 CHP 확대, 사업자 간 열연계 강화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남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P2H(전기→열에너지)에 대한 기술개발 및 사업모델 개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선진국은 건물의 화석연료 사용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아예 개별난방용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2024년부터 신규 택지개발지역이 대상이며, 영국은 2025년부터 모든 신축건물, 미국 뉴욕주는 2026년부터 7층 이하 신축건물에 대해 보일러 설치를 금지할 예정이다. 여기에 독일의 경우 연면적 50㎡ 이상 신축건물에 RHO를 도입했으며, 프랑스는 재생열에너지 프로젝트에 3억5000만 유로를 지원하고 있다.

조성봉 숭실대 교수는 “법은 만들어졌지만 갈 길이 멀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정치인들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서울 등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차등요금제는 광역 지자체 단위로 적용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래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에너지설비 분산화를 밀어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 및 가스요금, 열요금 현실화도 필수다. 사업자들이 수익을 낼 수 없는데 분산화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 지역 열사업자의 경우 수익성이 없어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특화지역이 그나마 기대를 할 수 있지만 높은 보완공급 가격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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