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화석연료로 70% 전력공급 기대와 우려 교차

[이투뉴스] 지난달 두바이에서 열린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멕시코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량을 3배 확대하고 에너지효율을 두 배로 높이겠다는 서명에 합류하자 박수갈채가 나왔다. 이 약속을 이행하기로 한 국가는 처음 118개국에서 이후 123개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선도국인 중국은 불참했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지난 여름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 제안됐다. IRENA는 <2023 세계 에너지 전환 전망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을 1.5°C에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량이 3배 늘어야 한다고 추산했다. 재생에너지 용량이 약 3400GW였던 2022년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030년까지 1만1000GW의 용량이 필요한 셈이다.

보고서가 발표된 지 3개월 후 G20 뉴델리회의에서 각국은 석탄발전의 빠른 단계적 감축을 포함해 이 목표를 정식 채택했다. 중국도 G20 국가로서 이 합의에 함께 했다. 

이후 중국과 미국은 11월 기후행동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써니랜드 성명을 발표했다. 합의문에서 양국은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확대하는 노력을 추구하는 G20 선언을 지지하며, 2030년까지 각 경제분야에서 재생에너지 배치를 충분히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양국은 또 “석탄과 석유, 가스발전의 대체를 가속화한다”고 합의했으나 중국은 “비현실적“이라고 표현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COP28 협약에 에너지효율 향상이 포함돼 중국이 참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단위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량을 줄이는데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에너지 집약도를 2030년까지 매년 4%씩 줄이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중공업 등 에너지 집약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면서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국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대량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국가가 됐다. 최근 몇 년간 태양광·풍력 보급에 한층 속도를 내면서 그 주도권이 공고해지고 있다. 

미국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내 누적 설치된 태양광 용량만큼 새 용량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다. 2020년 중국은 "2030년까지 1200GW의 재생에너지 용량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를 예상보다 5년 빠르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2030년까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설비 1만1000GW 가운데 2026년말까지 태양광만으로 1000GW를 채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화통신> 최근 보도에 의하면 중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달 처음으로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11월말 기준 중국의 전체 발전설비 용량이 2.85TW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고 밝혔다.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1.45TW를 기록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것이다. 이 중 태양광과 풍력은 970GW였다. 태양광은 1년 전보다 무려 49.9% 증가한 560GW를 기록했다. 풍력은 전년 대비 17.6% 성장했으며 410GW를 차지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전력 소비량의 아직 3분의 1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비중은 15%를 넘어섰다. 풍력과 태양광을 합한 비중은 15% 이상이라고 중국 국무원은 밝혔다. 

중국 분석가들은 이런 재생에너지 증가에 힘입어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피크가 2025 이전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버클리대학교는 중국이 2035년까지 무탄소 전력 80%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모델링을 연구했다. 

소량의 에너지저장과 수요반응, 지역간 전송을 위한 유연성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소라는 결과도 발표했다.  

◆중국 재생에너지 산업의 고속 성장 
2020년 중국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고 발표하며 재생에너지 투자를 이끌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신호를 보냈다. 

라우리 밀리버타 CREA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2020년 이후 과도한 부동산 대출을 억제한 것은 재생에너지 제조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이끄는데 도움이 됐으며, 이는 코로나팬데믹 시기의 경기 부양책과 같은 시기에 진행됐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녹색 및 첨단 기술 부문을 중심으로 제조업 대출이 급증했다. 드넓은 국토와 저렴한 전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청정에너지 발전소 개발에 박차를 가한 중국은 특히 서부 지역에 발전소 규모 태양광 발전소들을 집중 개발했다.  

실제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중국의 태양광 및 풍력의 잠재 발전량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데, 이는 생산된 전력을 인구밀도가 높은 동부로 보내는 원거리 송전기술 문제 탓으로 인식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면서 가변적인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합하는 문제들도 여전히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중국이 세계 최고 재생에너지 기술 공급국이며, 2026년까지 세계 태양광 제조 능력의 80%이상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스타드 에너지>도 중국이 태양광 공급망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장악하고 있으며, 이미 각 단계에서 제조능력의 80%를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매년 전 세계 수요의 두 배 이상인 1000GW의 태양광 모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OPIS에 의하면, 이같은 중국의 대량 생산으로 태양광 부품 가격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 하락은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자국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미국과 유럽 제조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리면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해야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제조사인 론지(LONGi)는 2000년 설립된 이후부터 현재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태양광 제품 제조와 판매 사업을 하고 영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세계 최대 태양광 모듈 판매고를 올렸다.

론지의 후오옌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는 “3배 증가 목표는 재생에너지 배치 속도가 느렸던 국가들에게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청정에너지를 빠르게 보급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보수적 목표다”라고 말했다.

론지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올해 38개국이 1GW 또는 그 이상의 신규 태양광 발전 용량을 설치했다. 세계 2위 태양광기업 진코 솔라(Jinko Solar)와 론지의 태양광 웨이퍼 합산 생산량은 490GW에 달한다. 

현재 웨이퍼 분야에서 중국 제조사들이 시장의 97%를 점유하고 있으며, 전체 태양광 모듈의 80%를 중국 회사들이 공급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 수요는 중국과 EU, 미국에서 가장 많다.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자 최근 EU와 미국은 중국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및 반보조금 조치를 취하고 있다. EU의 넷제로 산업법, 주요원자재법, 배터리규제법,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알렉스 휘트워스 <우드맥킨지> 전력신재생연구부 부사장은 “중국의 신재생 산업붐은 향후 몇 년내에 엄청난 가격 전쟁과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산업의 모멘텀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헬싱키에 본부를 둔 CREA는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르면 내년부터 구조적 감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 설비량이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수력발전량 반등과 완만한 경제 회복이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화석연료 발전량이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 부문에 대한 개혁과 배출권 거래제를 강화하면서 재생에너지 이용률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전력의 약 70%를 화석연료로 생산하고 있어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석탄화력 발전소의 수명은 재생에너지보다 더 길고 발전량도 상당하다.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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